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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할아버지 목욕 자원봉사를 하면서

이웃에 대한 배려와 사랑이 넘치는 충청남도

2012.03.09(금) | 남준희 (이메일주소:skawnsgml29@hanmail.net
               	skawnsgml29@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평소에 하던대로 우리 회사 직원들과 함께 홀로 사시는 노인분들 목욕봉사를 하러 갔다. 우리 회사에서는 직원들이 한달에 한번씩 조를 짜가지고 장소를 정해서 목욕봉사를 다녔는데 그날은 마침 내가 포함된 날이었다.

 우리는 금요일 아침 일찍 준비를 마치고 할아버지들이 계신 곳에 갔다. 그곳은 흔히 말하는 복지시설이 아니라 홀로 사시는 할아버지 자택이었다. 직원들 2명이 1조가 되어 각각 독거노인의 자택을 배정받고 그곳으로 찾아가 목욕을 시켜드리는 일이었다. 

 나는 인사부장님과 함께 할아버지께 갔는데 중풍을 앓으셔서 몸이 계속 덜덜거리며 떨리시는 분이었다. 팔과 다리도 불편하셨지만 목욕을 시켜드리는 동안 할아버지는 “어이 시원타, 어이 좋다”하시면서 연신 오랜만에 목욕을 하니 너무 좋다고 하셨다. 아무래도  움직임이 불편하시다 보니 마음대로 목욕을 하시기 어려워 그동안 많이 힘드셨던 모양이었다. 

 헛 그런데... 목욕 시작 20분쯤 지났을까? 할아버지께서 그만 큰 볼일을 보시는게 아닌가.  너무나 난감하고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할아버지도 놀라시고 미안해 하셨다. 나도 당황스러웠는데 목욕봉사 고참인 부장님이 침착하게 대처하셨다. 할아버지를 둘이 그대로 안아 옆으로 뉘워드린후 큰 볼일 보신 물을 퍼서 화장실로 날랐다. 그리고 다시 물을 받아 욕조를 닦은후 새로 시작...

 할아버지는 당신의 마음대로 그것이 조절이 안돼 실수하셨다며 얼굴을 붉히셨다. 하지만 그건 부끄럽거나 미안해 하실 일이 아니기에 염려마시라고 안심시켜 드렸다. 의사소통이나 대화는 일반인들과 똑같아서 많은 대화를 나눌수 있었다.

 목욕 도중 마음이 너무 언짢은 일이 또 있었다.
 할아버지의 등과 히프쪽에 난 종창 때문이었다. 할아버지는 평소에 불편한 몸 때문에 맘대로 눕거나 누운 몸을 뒤틀어 움직이시기가 어렵기 때문에 이런 종창이 많이 일어난다고 하셨다. 우리처럼 누군가 자원봉사라도 나와주면 좋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종창이 생기기 쉽다고 하셨다. 특히 여름철에 아주 심하다고 하셨다.

 할아버지의 종창도 생긴지가 꽤 됐는데 그래도 우리가 찾아뵙기 직전에 다른 봉사팀이 다녀간 덕분에 종창 부위도 많이 나았고 목욕으로 깨끗해 지긴 하셨다면 풀썩 웃으셨다. 몸의 불편함 때문에 자주 목욕을 못하셔서 종창이 생기는 분들이 우리 주변에 많으실텐데 자주 찾아뵙지 못하는 우리가 너무 부끄러웠다.

 사실 처음 목욕 봉사 시작할 때에는 막 도움이 되고 싶은데 부끄럽게도 불편한 생각이 들었고 솔직히 한동안 그 마음과 싸우고 있었다.

 몸을 움직이지 못 하는 어르신들이니 기저귀를 차고 있는분도 계셨고, 그래서 우리는 그분들의 대똥, 소변 냄새를 맡고 기저귀를 벗기고 배설물이 묻어있는 부분을 씻어야한다는게 솔직히 쉬운 일은 아니다.
 근육이 굳어 있어서 옷을 벗기고 입힐 때에도 요령이 없으면 옷이 마음처럼 안 움직인다.
어르신들이라 해도 다른 사람이 일일이 움직일 때에는 체중이 무겁게 느껴진다. 

 옷을 벗긴 후 두 사람이 양쪽팔, 다리를 잡고 욕실로 옮기고 머리 감기고 씻기고 다시 양쪽팔다리를 잡고 나와서 수건으로 닦고 로션 발라 드리고 옷을 입히고 머리를 드라이기로 말려 드리는 과정의 반복이다.
 대부분 남자, 여자로 나눠서 우리같은 남자 직원들은 할아버지를 씻겨 드리고 할머니들은 여직원들이 맡는다. 

 가끔 일손이 부족하고 힘들게 어르신들을 옮기고 하느라 여직원들이 할아버지를 부축하는 일도 있는데 그러면 할아버지들도 은근 부끄러워 하신다. 

 그러는 분들중에는 그나마 몸을 좀 수월하게 움직이시는 분들은 봉사자들 편하라고 굳어있는 몸을 조금이라도 움직여서 더 수월하게 옷을 입히고 씻을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하신다.  

 몸을 씻는다는 건 개인의 프라이버시 영역에 가깝고 목욕봉사도 차양 두르고 봉사자들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목욕 받는 사람들도 서로 마음을 다치지 않게 조심하고 이런 과정을 거쳐야하는데 가끔씩 공개적으로 사진 찍는 경우가 있어서 시설 관리하시는분들이 무척 곤혹스럽다고 한다. 

 정치인들이 봉사하는 사진 찍히면 홍보 효과는 확실히 있고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꼭 봉사하고 사진까지 찍어야 하는 세태도 그리 달갑지많은 않다.

 언젠가는 시각장애인 할아버지의 몸 닦고 옷갈아 입혀 드릴려고 했는데 갈아입힐 옷이 모자랐다. 수건이랑 이불로 몸을 덮어드렸다가 직원들이 뛰어가서 가져온 옷으로 갈아 입혀 드리는데 할아버지가 더듬더듬 물어보셨다. 무슨 색이냐구. 내가 어리둥절해 하면서 “파란색이예요” 하고 대답했을 때 할아버지 얼굴에 희미하게 미소가 번지던 것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쌀이나 음식같은걸 미리 준비해서 챙겨드리는것도 중요한데 미처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많은 분들이 고충을 겪고 우리 주변에 항상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신 분들이 계시니 다함께 더 신경쓰고 사랑을 나누었으면 좋겠다는걸 깨늘 깨닫는다. 

 서로의 배려로 소외된 노인, 장애인분들에게 작은 사랑과 관심을 가져 주는 충청남도 사회. 그게 우리 마음의 삶의 질을 높이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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