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릿바람
향기 품고 자태를 폼 내던 늦 국화
된서리 올까 노심초사
평생 글씨를 써도 시옷자 밖에 못 쓰는
기러기 해질력 하늘을 공책 삼아
글씨공부 시작
낼 아침은 서리가 얼마나 올라나
콩바심하고 나니 탑새기와 콩이 섞여 심란하다.
한 바가지 콩을 퍼서 보이지 않는
너를 향해 살랑살랑 흔들어댄다
처녀젖가슴 같은 뾰얀 콩알들이
우수수 데굴데굴 멍석 밖으로
천방지축 떨어진다
뉘라서 이런 바람 보내주었나?
친정엄마가 보내 주었나?
고마운 서릿바람
김기숙/수필가. ‘수필과 비평’ 신인상. 서산시 수석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