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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백설기 싣고 요양원을 향해 달려가요!

수린목요양원에서 난생 처음 공연을 하다.

2023.12.06(수) 16:50:28 | 밀모래 (이메일주소:gonirami@naver.com
               	gonirami@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지난 11월 29일 수요일 오후 2시, 김주연 씨와 서산시 운산면에 위치한 수린목요양원에 다녀왔다. 경기도 화성에서 향기미를 생산하는 수필가  김주연 씨의 남편이 쌀 30kg을 제공하여 150덩이 백설기를 차에 싣고 한걸음에 달려간 것이다.

화성 향기미로 만든 백설기 150덩이
▲ 화성 향기미로 만든 백설기 150덩이

그녀는 지난 9월, 충청남도 태안교육지원청 태안도서관에서 '좋은 목소리의 첫 단추, 낭독과 낭송' 수강생으로 내 수업에 들어왔다. 교재에 실린 '강익이 엄마'라는 시를 읽고 감명을 받아 시 속의 주인공인 김옥녀 어르신을 찾아뵙고 싶다는 거였다.

직원들과 어르신들이 한 덩이씩 드실 수 있도록 넉넉하게 담았다.
▲ 직원들과 어르신들이 한 덩이씩 드실 수 있도록 넉넉하게 담았다.

2021년 겨울, 해미도서관에서 실시한 찾아가는 자서전 쓰기 프로그램에서 수린목요양원 어르신 대상의 수업을 맡았었는데 결과물로 [들풀 인생 들꽃 당신]이라는 자서전이 출판된 적 있었다. 그때 함께했던 김옥녀 어르신의 시는 질경이처럼 살아온 한 여인의 생애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는데 김주연 씨는 시 속의 주인공도 만날 겸 연말이니 요양원 식구들 앞에서 공연도 하고 오자는 제안을 했다.
※(개인정보라 어르신들과 함께 담은 사진은 싣지 못했다.)

코로나 검사를 마치고 김주연 수필가와 함께
▲ 코로나 검사를 마치고 김주연 수필가와 함께

요양원에 2시까지 가기로 하고 달려가니 직원이 마중을 나온다. 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떡이 모두 네 박스라 무겁다 보니 직원이 수레를 갖고 와서 실내로 옮겨준다.
가장 먼저 코로나 검사를 하고 공연장으로 들어가니 어르신들이 휠체어를 타고 요양사들의 도움을 받아 한 분 두 분 모여든다. 우리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김옥녀 어르신과 정기태 어르신이 맨 앞자리에 앉아 환한 미소로 맞아주신다. 너무나 반가워 꼬옥 안아드렸다. 손이 차다.

시낭송을 한 다음 '봄날은 간다'를 열창하는 이자영 요양보호사
▲ 시낭송을 한 다음 '봄날은 간다'를 열창하는 이자영 요양보호사

무엇보다 반가운 것 또 하나는 해미도서관 문예창작반에서 공부했던 제자가 그곳에서 요양사로 일하고 있었는데 얼마나 반가웠는지 나를 보더니 "어머나, 선생님!!" 하면서 와락 두 손을 잡는다. 그러고는 우리가 시낭송을 하고 노래까지 하고 갈 거라 했더니 자기도 하고 싶다며 꼭 끼워 달란다.

덩실덩실 어깨춤 추며 어르신들을 기쁘게하는 김주연 수필가와 이자영 요양보호사
▲ 덩실덩실 어깨춤 추며 어르신들을 기쁘게하는 김주연 수필가와 이자영 요양보호사

평소에 어르신들만 돌보는 요양사인 줄 알았는데 긴 시를 낭송하고 열창하는 이자영 씨를 보면서 다들 감탄한다. 나는 자작시 '민들레 씨앗'과 이미자 노래 '동백 아가씨'를 부르고, 김주연 수필가는 나태주 시인의 '너도 그러냐'라는 시와 김태희 가수의 '소양강 처녀'를 신나게 불렀다.
이자영 씨는 흙빛문학회 회장을 역임한 글쟁이로 이번에 시낭송대회에 나갈 거라며 황금찬 시인의 '보내 놓고'라는 시와 곽재구 시인의 '사평역에서'를 낭송한 다음 백설희 가수의 '연분홍 치마'를 구성지게 불러 큰 박수를 받았다. 여러 어르신들 앞에서 노래하는 건 처음이다 보니 내 얼굴이 잘 익은 홍시처럼 익어서 손바닥으로 만지니 마냥 뜨겁다. 

찻집에 마주앉아 함께했던 시간들이 돌아보며 다음을 기약해 본다.
▲ 찻집에 마주앉아 함께했던 시간들이 돌아보며 다음을 기약해 본다.

다녀와서 태안에 있는 찻집에 마주앉아 김주연 씨의 이야기를 듣는데 그날이 남편의 생일이란다. 그녀의 남편은 10만 평의 화성 향기미라는 쌀농사를 짓는데 향기미는 구수한 향이 일품이란다. 그녀는 남편의 생일을 의미 있게 만들어 드리고 싶어 떡을 하게 됐노라며 속마음을 전한다.
생일이 되면 누구나 대접받을 일만 생각하기 쉬운데 소외된 누군가를 위해 가진 것을 넉넉하게 베푸는 온정은 배우고도 남음직하다는 생각에 다시금 내 얼굴은 뜨거워진다. 나도 내년에 남편의 생일, 내 생일을 맞이해 우리가 가진 소중한 뭔가를 나누는 지혜와 용기를 가져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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