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즈음부터 예당저수지를 사진에 담아 기록하는 일을 행복하게 해왔는데 돌아보니 자연도 스스로 많을 것들을 버리고, 챙겨가면서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2021년 12월,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이니 만큼 제가 그동안 담아왔던 예당저수지의 가을과 겨울을 시리즈로 보여드리면서 저도 한 해를 마무리할까 합니다.
처음으로 소개하고 싶은 곳은 봉산산입니다. 임존성을 따라 봉수산 정상을 오르면 억새가 물결을 이루고, 그 아래 예당저수지의 모습이 한 폭의 산수화처럼 다가옵니다.
예당저수지에서 뿜어져 나온 운해가 산 그리메마다 스며있는 아침 풍경은 환상적입니다. 봉수산에 오른다고 늘 볼 수 있는 풍경은 아니지만 자주 오르면 볼 수 있는 풍경이기도 합니다. 7년을 기록하고 있으면서 저도 자주 보지 못한 풍경, 때론 새벽에 멧돼지를 만나 나무에 올라 숨어있기도 했던 기억들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예당저수지에서 운해가 용암 쏟아져 내리듯 솟아 올라옵니다. 가만히 서서 그저 감탄만 해도 부족한 시간은 딱 30분 정도입니다.
흐리든 맑든 해가 떠올라오면 가슴을 설레게 하던 그 풍경은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이내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됩니다.
봉수산에서 휴양림 방면으로 빨리 걸어 내려오면 한 시간 정도면 내려올 수 있는 거리여서 운해를 보고 예당저수지를 걸으도 좋습니다. 만약 다리가 아프고 피곤하다면 휴양림에서 내려오는 길에 차를 세워 두고 앉아서 바라봐도 참 좋습니다.
황금빛 용광로 같은 예당저수지가 하루를 시작합니다. 물결이 그리는 예당저수지의 붉은 아침은 머리로는 상상할 수 없는 그림입니다.
이제 천천히 예당저수지 주변을 돌며 나머지 풍경들을 기록해 봅니다. 진한 가을이 왔다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는 요즘이지만 그래도 가을은 아름답게 세상을 물들이고 있었습니다.
아직 예당저수지에는 물안개 하늘로 오르지 못하고, 가을빛에 허우적거리는 아침,
예당저수지 수문 아래 무한천에는 또 다른 가을이 숨어들었습니다. 작은 실개천을 가득 메우는 물안개와 색색의 단풍들이 어우러져 한판 춤을 추는 가을 아침,
구경거리 중 최고였습니다. 자연이 만들어놓은 커다란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고 난 후의 개운한 느낌입니다. 그래서 예당저수지에 늘 고마운 마음이지요!
제가 좋아하는 플라타너스 나무입니다. 아마 예당 주변에 이렇게 큰 플라타너스는 이 나무가 유일하지 않을까 합니다. 거의 개 버드나무가 자라고 있어 더 특이하게 다가오는 나무인데 가을이 제대로 찾아 들어 단풍이 아름다웠습니다.
7년 넘게 기록해 둔 사진들이 질적으로는 많이 부족하다 느끼지만 가끔 들여다보면 내가 살아온 시간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 같아 저에게는 소중한 친구와 다름없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늘 주말 어느 때이건 예당저수지를 걷고 있을 겁니다. 친한 친구에게 놀러 가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