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가을 단풍이 절정인 덕숭산 수덕사를 찾아 가을을 마음껏 보고 즐기면서 힐링의 시간을 가졌다. 많은 사람들이 아시다시피 예산의 자랑이자 우리나라의 자랑인 수덕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7교구 본사로 충남 일원에 36개의 말사를 거느린 충청지역에서는 독보적인 사찰이다.
평일이어서인지 사람들이 많이 보이지 않아 편안한 마음으로 주차를 한 후 매표를 하고 수덕사로 들어선다. 입구부터 단풍이 불이 난 듯 오색찬란하게 빛이 나고 있었다.
사실은 어리석게도 단풍하면 설악산이나 내장산, 백양산만 알고 단풍 시즌에는 그곳만을 찾곤 했었는데 나의 어리석음을 후회하면서 단풍을 보러 굳이 멀리 갈 필요가 없음을 깨닫게 되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올라가면서 계속 내장산 못지않은 단풍이라고 감탄을 하면서 걸음을 옮겼다. 사실, 단풍의 색과 빛은 우리나라 최고라 일컫는 내장산에 비해 규모가 작을 뿐, 색과 아름다움 면에서는 전혀 밀릴것이 없는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단풍에 취해 오르다 보니 선 미술관이 보이고 덕숭산 수덕사 예전의 일주문이 보였다. 예전에는 이곳에서 매표를 했는데 지금은 커피와 차를 팔고 있어 호젓하게 선 미술관 앞에서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았다.
천천히 걷다 보니 드디어 수덕사 경내가 보이기 시작했다. 기와지붕 위로 보이는 단풍들이 검은 기와 기붕과 대비가 되면서 더욱 도드라지게 보였다. 색이 이렇게 곱다니 ~~ 그저 이제 온 것이 한스러울 뿐 ㅎㅎ
아름드리 느티나무들도 절정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노란 잎들이 붉은 단풍과 어우러지면서 지금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아름다운 가을 단풍이 이런 것이다 하는 것을 말하는 듯 아름답게 빛이 나고 있었다.
역시 수덕사 대웅전의 아우라는 대단했다. 국보 49호로 고려 충렬왕 때 건립된 것으로 부석사 무량수전과 봉정암 극락전이 더 오래된 목조 건축물이라 전해지지만 시대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목조 건축물로는 여전히 최고로 알려진 곳답게 멀리서 바라봐도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약간 비가 내리기도 하고 변덕스러운 날이지만 단풍으로 곱게 물든 덕숭산 자락은 가을의 절정을 달리고 있었다. 멀리 보이는 산 그리메들이 낮지만 기품 있는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어디를 바라봐도 아름다운 가을이었다. 집에서 20여 분이 올 수 있는 수덕사의 가을을 너무 오랜 시간을 걸려 온 것이 후회가 되는 날이었지만 앞으로 가을이 되면 아마 나는 수덕사에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단풍에 취해 가을에 빠져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주변의 아름다움에 다시 취해 본다.
새롭게 알게 된 덕숭산 수덕사의 가을은 예상을 뛰어넘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나의 무지함을 계속 탓하게 만들었다. 앞으로는 멀리 가지 않고 이곳으로 가을을 맞으러 오면 되겠지만 왜 아직 몰랐나 하는 생각을 하며 걷게 된 수덕사의 가을 단풍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듯했다. 아마 이번 주면 가을을 사라져 갈 것이다. 잊고 있던 가까운 곳에서 마지막 가을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빨리 오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