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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정책

마을의 행복한 변화속엔 ‘사람’이 있었다

[마을 탐방]예산 대흥 슬로시티

2012.04.15(일) 18:13:31 | 충남사회서비스원 (이메일주소:https://cn.pass.or.kr/
               	https://cn.pass.or.kr/)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저는 예산 대흥마을에 있는 천년 넘은 느티나무입니다. 사람들은 저를 배 맨 나무라고 부릅니다. 서기 660년 당나라 군대가 배를 타고 쳐들어와 마을 뒷산 임존성에 있는 백제 부흥군을 공격했는데 그때 타고 온 배를 묶어두었던 나무라고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답니다.

해마다 2월 초하루에 마을 주민들이 느티나무제를 지내고 마을 안녕을 비는데요. 그 덕에 저는 지금도 이렇게 금줄을 두르고 있답니다.

저는 여기서 오랜 시간 마을 사람들과 희노애락을 함께 했습니다.

◆ 우리 마을을 소개합니다

우리 마을은 앞으로는 예당저수지가 뒤로는 봉수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아름다운 마을입니다. 600년 전통의 향교와 동헌, 조선 왕족 태실 등 다양한 유산을 보존하고 있습니다. 조선 세종 때 실존인물이었던 이순·이성만 형제의 의좋은 형제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 곳이기도 합니다. 백제 부흥운동의 거점지역으로 삼국시대부터 조선을 거쳐 근세에 이르는 역사가 살아 숨 쉬고 있는 곳이죠.

저는 대흥마을 젊은이들이 새로 생긴 향교에 모여 글공부를 하고, 새로 지어진 관아에 부임하는 사또의 행렬도 보았습니다. 또 예산 제일의 장터인 대흥장터에 전국 각지에서 보부상이 몰리는 것도 보았습니다. 장터에 모인 사람들의 흥겨운 모습도 지켜봤습니다.

1964년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다는 예당저수지가 만들어지는 것도 보았습니다. 저수지에 물이 차면서 대흥면의 17개 부락들은 흩어졌고 사람들의 마음도 갈라졌습니다. 흥겨운 대흥장터도 더 열리지 않았습니다. 대흥마을은 생기를 잃고 그저 그런 여느 시골 가운데에서도 낙후된 마을이 되어버렸습니다.

◆ 초고속시대에 느림으로 주목받다

그렇게 40년이 흘러 2000년대 후반부터 대흥마을에 변화의 물결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도, 기차도, 휴대폰도 모두 빨리빨리 초고속으로 질주하는데 전통문화, 친환경, 지역 사람 등의 가치를 찾는 운동이 전개됐고, 그 후보지역으로 대흥마을이 주목받게 된 것입니다.

바로 슬로시티운동 때문이었는데요. 슬로시티 운동은 자연과 전통문화를 보호하면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고, 주민 삶의 질을 향상해 진짜 사람이 사는 따뜻한 사회,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으로, 1999년 이탈리아에서 시작됐다고 합니다.

◆ 슬로시티 대흥마을을 만든 힘은 무엇?

왜 대흥마을을 주목했을까요?. 그건 바로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이 대흥의 역사와 전통에 깊은 애정을 갖고 지켜온 '대흥현보존회'입니다. 그 중심에는 대흥마을에서 나고 자란 역사선생님 이복현 회장이 있습니다. 

8년 전 농사짓겠다고 고향으로 돌아온 박효신 씨도 있습니다. 도시에서의 화려한 삶을 접고 흙으로 돌아온 그녀는 땅과 소통하며 대흥의 이야기를 블로그에 올립니다. 바로 네이버 파워블로그 ‘풀각시 뜨락'(http://blog.naver.com/hyoshin4858)인데요. 소소하지만 편안하고 행복한 그녀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답니다.

예산군 공무원들의 활약도 눈에 띕니다. '슬로시티' 후보지로 우리 마을을 염두에 두고 주민의 동의를 이끌어냈거든요. 보수적이고 전통을 중시하는 주민에게 슬로시티를 동의받는 건 그리 순조로운 작업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한 사람 한 사람 마음을 돌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면서 마을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2009년 대흥마을은 충남에서 최초로 슬로시티에 선정되었죠.

◆ 천천히…하나씩…'나'에서 '우리'가 되다

예산슬로시티협의회도 공무원도 서두르지 않고 한가지 한가지 함께 이루어내면서 주민은 슬로시티를 이해하기 시작했고 진심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반대하던 사람이 앞장서서 함께 하기도 합니다.

40여 년 만에 대흥장터도 다시 열었습니다. 흩어졌던 부락 사람들이 장터에 모여 다시 소통하기 시작했습니다. 수몰되면서 마을을 떠났던 사람들이 찾아와 눈물을 글썽이며 추억을 얘기하기도 합니다. 장터는 곧 화합의 마당이 된 거죠. 이젠 도시 사람들이 단체로 장터를 찾아오기도 합니다. 대흥장터는 과거와 현재, 농촌과 도시를 한자리에 모으는 공간이 된 거죠. 

슬로시티 대흥마을은 옛것을 가치 있는 것으로 다시 살려내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짚공예 입니다. 김영제 어르신을 비롯한 마을 노인들이 서울 공예전에 초대되어 인기를 한몸에 받기도 합니다. '뒷방 할아버지'들의 화려한 귀환이라고 할까요? 뿌듯해하시는 모습이 얼마나 행복해 보였게요.

◆ 느림을 체험하러 도시 사람들이 오다

살다 보니 이제 저는 도시 사람들이 대흥마을을 찾아오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들은 ‘느린 꼬부랑길’로 꾸며진 마을 주변 길을 천천히 걸으며 느림을 체험합니다. 직접 나물을 캐고 그것으로 밥을 지어 먹고 민박에서 직접 군불을 때 가며 숙박을 하기도 합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일정 기간 농사를 짓는 귀농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합니다. 이런 일들을 하면서 도시의 관광객이 오는 것도 큰 변화이지만 대흥 사람들은 점점 더 돈독한 하나로 묶이고 있다는 것도 아주 의미있는 일입니다.

◆ 천 년 넘은 제 그늘에 쉬었다 가세요

또 다른 일들을 준비하느라 마을 사람들이 신이 나 있습니다. 올해는 농촌 마을이 의사가 되어 마음에 상처를 입은 사람들을 치료해주는 '치료마을'도 할거라고 합니다. 대흥의 이런 변화들이 잘 정착되면 우리 마을에 젊은이들이 돌아오고 빈집들이 채워지겠지요? 생각만 해도 기분 좋은 일입니다. 

저도 신이 나 더 크고 시원한 그늘을 만들기 위해 몸매를 가담듬고 있답니다. 우리 마을에 놀러 오세요. 오시면 천 년 넘는 제 그늘에도 잠시 앉았다 가세요. <도민리포터 이야기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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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흥마을 탐방은 손은실 해설사의 도움으로 진행됐습니다. 박효신 슬로시티 사무국장과 인터뷰 약속을 했었지만 날짜 착오로 현지에서는 하지 못했습니다. 추후 이메일 인터뷰를 했고 그 내용을 붙입니다.

-대흥마을이 새로운 농촌 공동체 마을로 조명 받고 있는데요.

"대흥마을은 2009년 국제슬로시티연맹으로부터 우리나라에서 여섯 번째로 슬로시티 인증을 받았습니다. 슬로시티는 행복한 마을공동체 운동입니다. 2011년 주민 주도로 예산대흥슬로시티협의회가 사단법인으로 출발하면서 대흥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면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슬로시티 선정 과정을 간략하나마 설명한다면요.

"협의회가 구심전이 되어 슬로시티 운동을 시작해 우리 마을이 지향하는 목표를 분명히 설정했습니다. 그것은 첫째, 전통문화를 잘 보존하고 계승하며, 둘째, 자연환경 잘 보존하고 가꾸어 후손에게 물려주고, 셋째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것입니다. 그후 우리 마을에서 진행하는 모든 일들은 늘 이 세가지를 염두에 두고 합당한지를 판단하여 추진하고 있습니다."

-대흥마을이 다른 농촌 마을과 다른 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그냥 보면 우리 마을은 여느 농촌과 다른 것이 없는 평범한 마을입니다. 처음 대흥마을이 슬로시티로 지정되었을 때 '대흥이 왜?' 라는 질문도 많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슬로시티 하면 머리 속에 그려지는 고정 틀이 있어서일 것인데요. 이는 슬로시티 마을의 외관에 대한 고정관념입니다. 저는 '대흥이 어떻게?' 라고 질문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대흥에서는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보라고. 주민들의 생활 속에 배어 있는 전통을 이어가는 삶, 생각 자체가 느리게 사는 마을이라고. 슬로시티 운동을 하면서 중점을 둔 것은 마을의 외관을 다듬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드러내 주는 일이었습니다. 지금도 마을 가운데 있는 향교에서는 매월 두 번씩 제를 지내고 있고, 마을 곳곳에 있는 노거수에서는 마을의 평안을 비는 성황제를 지냅니다. 이러한 것들은 우리가 지켜가는 자존심이고 자연과 더불러 살아가는 일상의 삶의 모습입니다."  

-대흥마을이 활성화되는데 기여한 일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슬로시티 지정을 계기로 주민들이 우리 자신의 삶의 모습에 대해 가치를 재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짚공예를 예로 들면 이제는 쓸모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지요. 대흥 장터도 마찬가지에요. 우리 마을에서 장이 다시 설 것을 누가 생각이나 했었을까요? 이제는 장날을 기다리고, 모두 나와 소통하고, 마을 잔치처럼 주민 모두가 한 달에 한 번씩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마을에서 가장 크게 변한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가장 큰 변화는 주민들의 생각이 '나'에서 '우리'로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같이 바라보는 목표점이 생기고 공동의 발전을 위해 고민하고 있어요. 슬로시티를 처음 시작할 때 마을 공동체를 다시 살려내는 것이 1차 목표였는데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변하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을텐데, 처음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슬로시티라는 개념은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어려운 다분히 철학적 개념입니다. 이러한 정신을 나이 드신 분들에게 설명하고 동참을 이끌어내는 일이 쉽지는 않았아요. 그러나 서두르지 않고 한가지 한가지 함께 이루어내면서 주민들은 이해하기 시작했고, 해야 할 일로 인식하기 시작했어요."

-궁극적으로 꿈꾸는 대흥마을은 어떤 모습인가요? 그렇게 되기 위해 앞으로 필요한 역점 추진 계획은 무엇인가요?

"10년 후 모습을 그려봅니다. 마을에 젊은이들이 돌아오고, 빈 집들이 꽉곽 다시 차는...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관광객이 몇 명 오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 주민들이 얼마나 우리 마을에서 행복한가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흥 슬로시티 : http://www.slowcityd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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