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오산 향천사의 아름다운 설경

2021.02.17(수) 09:34:12이병헌(ichmount@naver.com)

▲향천사

올해는 예년보다 눈이 자주 내리긴 해도 그리 많이 오지는 않는다. 얼마간 눈이 내리지 않다가 어제 예산에 눈이 내렸다. 눈이 내린 후에 밖으로 나갔다. 이번 겨울에 예산에서는 눈이 쌓이는 것을 별로 볼 수 없었다. 2~3cm 정도 눈이 내렸고, 금세 녹았다.

▲향천사

이번에 내린 눈으로 예산의 겨울왕국을 만나볼 수 있었다. 눈이 내린 세상은 아름다움을 가득 담아 신세계를 펼쳐보여 주었고, 자연스럽게 밖으로 나가 눈이 내린 겨울 속으로 들어갔다.

▲향천사

예산읍에는 향천사가 있다. 예산읍에서 걸어서도 10분 정도 되는 거리에 있기 때문에 산책코스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데, 금오산으로 올라가는 등산코스의 출발점 중 한 곳이기도 하다. 눈이 내린 길을 걸어서 트레킹하는 사람들도 볼 수 있었다.

▲향천사

향천사로 향하는 길의 눈은 일부 치워져 있었고, 일주문에 닿자 눈이 아직 남아 있어 보기에 좋았다. 일주문 지붕에도 눈이 쌓여 있었다.

▲향천사

향천사에는 2003년에 일주문이 세워졌고, 약사여래불도 2017년에 세워졌으며, 2019년에는 향설루가 세워졌다. 자동차를 주차하고 천천히 올라가면서 만나는 눈세상은 참 아름다웠다. 향설루를 지나 절집 마당으로 올라서니 눈을 품은 극락전이 아름답게 다가온다.

▲향천사

향천사는 백제의 국운이 다할 무렵인 의자왕 16년 의각스님이 지었다 하며, 향천사 건립 전설은 다음과 같다.

의각스님이 중국에서 만든 부처를 돌배에 싣고 그 당시 오산현 불포해안(지금 예산읍 신암면 창소리)에 도착했다. 스님은 절터를 마련하고자 배에서 한 달 동안 지극정성으로 예불을 올렸다. 그러던 어느 날 금까마귀 한 쌍이 날아와 배 주위를 돌고 사라지기에 뒤를 밟아보니 지금 향천사 자리에서 물을 마시고 있었다. 이를 기이하게 여겨 주위를 살펴보니 향내음이 그윽했다. 그리하여 ‘향기로운 냄새가 흘러나오는 샘물’을 향천(香泉)이라 하고, 의각대사가 그 샘물 자리에 절을 지어 향천사라 이름 붙였다. 샘이 있던 그 산이 금오산(金烏山)이다.

▲향천사

향천사 목조아미타여래삼존좌상은 도지정 유형문화재 제251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향천사 목조아미타여래삼존좌상은 17세기 중반 불교조각의 일면을 보여주는 사료이자 운혜스님 작풍의 변천을 파악할 수 있는 불상이다. 이 불상은 충남에서 발견된 최의 기년명(紀年名) 초반기 불상이라고 하는데, 기년명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비석이나 기물에 제작이나 사용 따위의 연시(年時)를 기입한 명문(銘文)’을 뜻한다고 되어 있다.

▲향천사

향천사에는 극락전, 나한전, 천불전이 있다. 극락전 앞에는 자연석을 가공해 만든 당간지주가 있고, 그 옆 나한전 앞에 9층석탑(충남문화재자료 174)이 있다. 천불전(충남문화재자료 173)은 정면 3칸, 측면 2칸 규모의 건물로 가을에 단풍이 들면 어우러져 참 보기 좋다.

▲향천사

천불전에서 서쪽으로 가면 언덕에 부도 2기(충남문화재자료 179)가 있는데, 의각대사 부도 1기와 임진왜란 당시 승군을 조직해 금산전투에 참가했던 멸운대사의 부도 1기이다. 멸운대사 부도에는 얼굴이 새겨져 있어 특이한 모습이다. 보통 부도는 ‘승려의 사리나 유골을 봉안한 묘탑’으로 설명된다. 부도는 흔히 일반인들의 무덤역할을 하는 것이다. 서양에는 묘지에 묻힌 사람의 얼굴을 새겨놓기도 하고 흉상이 세워져 있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부도에 얼굴을 새겨놓은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눈이 내린 다음 날 돌아본 향천사는 고즈넉한 모습을 하고 있었고 바람이 불 때마다 풍경소리가 들려와 숙연한 시간을 만들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