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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역사를 품고 스러져간 나무와 500년 역사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는 나무

2023.07.31(월) 08:18:40희망굴뚝 ‘友樂’(coke4856@hanmail.net)

충남역사박물관의 100년 역사를 지닌 왕벚나무가 수해에 쓰러졌다.
▲ 충남역사박물관 (공주시 국고개길 24)?의 100년 역사를 지닌 왕벚나무가 수해에 쓰러졌다.(사진 충남역사박물관)



지난 7월, 며칠 동안 내리 계속된 호우로 전국적으로 피해가 컸다. 방송 매체와 SNS를 통해 피해 상황을 접하다 보니, 100여 년도 더 된 왕벚나무가 뿌리째 뽑힌 충청남도역사박물관(이하 충남역사박물관)의 소식도 있었습니다. 해마다 4월이면 눈과 마음을 기쁘게 해주던 왕벚나무의 피해 소식을 가슴을 아프게 했습니다.

충남역사박물관의 100년 역사를 지닌 왕벚나무가 수해에 쓰러졌다.▲ 충남역사박물관의 100년 역사를 지닌 왕벚나무가 잘려 있다.



며칠 전, 충남역사박물관 인근을 지나다 뿌리째 뽑혔다는 왕벚나무의 후처리가 궁금하여 들러봤습니다. 왕벚나무는 이미 여러 토막으로 가지가 잘려 하나의 생명체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워낙 거목이라 다시 심기도 어렵고 심는다고 해도 살아날 가망성이 희박했을 거라 생각됩니다. 천만다행으로 충남역사박물관에서는 뿌리가 살아 있는 나무를 다시 심어 새끼목을 키운다고 합니다.





긴긴 세월 추위와 더위, 비바람을 맞아가며 제자리를 지키던 왕벚나무는 인고의 시간을 나이테에 담아 두고 스러져가고 있었습니다. 박물관 관계자는 100여 년이나 버텨준 게 기특하고 고맙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동안 수고했다."
기쁘게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휴식동산 등산로도 무너져 내린 상태였습니다. 원상태로 복구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100년을 살다 간 왕벚나무는 앞에서 볼 때는 몰랐는데 뒤쪽에서 보니, 땅속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었습니다. 이런 나무를 뿌리째 뽑아낸 폭우가 얼마나 대단한 위력을 가졌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휴식공원의 왕벚나무들은 큰 피해가 없었습니다. 충남역사박물관의 내년 4월 풍경은 이제와는 많이 달라져 있을 것 같은데, 이곳을 찾는 분들이 왕벚나무들을 바라보는 시선과 애정도 더 애틋해질 것 같습니다. 더는 볼 수 없게 되자 그 존재감이 이렇게나 크게 다가옵니다.

공주 소학리 효자 향덕비
▲ 공주 소학리효자향덕비공주 소학리효자향덕비(공주시 소학동 76-9)



충남역사박물관에 다녀온 며칠 뒤 공주시 소학동에 소재한 '공주 소학리효자향덕비' 인근을 지나게 됐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효자로 알려진 '향덕(向德)'의 행적을 기록한 비(碑) 2기가 세워져 있는 곳입니다.

그의 효행에 대해서는 김부식의 『삼국사기(三國史記)』, 일연의 『삼국유사(三國遺事)에 기록돼 있으며, 동국삼강행실(東國三綱行實)에 그림과 함께 기록되어 있다고 합니다.

공주 소학리 효자 향덕비 앞에 서 있는 500년 된 느티나무
▲ 공주 소학리효자향덕비 앞에 서 있는 500년 된 느티나무 보호수



'공주 소학리효자향덕비'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한번은 보게 하는 이유는 그 앞에 서 있는 느티나무 거목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1982년 보호수로 지정될 당시의 수령이 500년이었으니, 지금은 그때보다 50여 살은 더 먹은 꼴이 됩니다. 거목이라기 보다 신목(神木)으로 여겨집니다.



어느 해인가 비바람이 몰아쳐 한쪽 가지가 부러진 탓인지는 몰라도 '공주 소학리효자향덕비' 앞의 느티나무는 정면에서 보면 왼쪽으로 기울어져 자라고 있습니다.



무성하게 자란 느티나무 잎만 보면 건강한 나무로 보이는데, 나무 왼쪽에는 지지대 여러 개가 세워져 있습니다. 밑동 오른쪽은 시멘트를 발라서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데, 시멘트를 바른 부분에 말벌들이 구멍을 뚫고  지은 곳이 두 곳이나 됩니다. 매미가 살기 좋은 곳인지 곳곳에는 매미 허물들이 보이기도 합니다.





지지대가 있는 쪽에 잠시 앉아 있으니, 느티나무가 만들어 준 그늘이 시원하고 왠지 모르게 마음을 차분하게 합니다. 언제부터인가 가로수가 없어지고, 교차로 부근에는 나무 대신 첨단 기술을 탑재한 '스마트 그늘막'이 세워져 있습니다. 경험하신 분들은 누구나 알 것입니다. 그리 크지 않은 나무일지라도 그 그늘 아래 있으면 충분히 시원하다는 것을. 다른 에너지와 기술을 빌리지 않아도 만족스러운 기능을 한다는 것을.

7월을 보내며 100여 년 역사를 품고 우리 곁을 떠난 충남역사박물관의 왕벚나무와 500여 년 역사의 무게를 짊어지고 우리 곁에 머물러 있는 공주 소학리효자향덕비 앞의 느티나무에 그 어느 때보다 고마운 마음을 전해 봅니다.


공주 소학리효자향덕비
충남 공주시 소학동 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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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 수정일 : 2023-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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