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추억의 옥수수, 추억의 군것질

2013.07.15(월) 17:05:32이선화(skhfdsj22@hanmail.net)

 친정에 갔더니 옥수수가 튼실하게 영글어 있었습니다. 이게 웬 횡재냐 싶어 당장 소쿠리를 들고 달려갔습니다. 

 옥수수 밭 옆에는 호박도 자라고 있었고, 밭 전체는 동물들의 공격으로부터 밭작물을 지키기 위해 파란 그물망으로 둘러쳐져 있더군요. 그물을 치지 않으면 어떤 농작물도 남아나지 않는게 요즘 농촌입니다. 자연보호가 결실을 맺어 야생동물의 객체수가 너무나 크게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이젠 야생동물과 농민들의 생존싸움 같습니다. ㅎㅎ

옥수수밭

▲ 옥수수밭
 

잘 영근 옥수수

▲ 잘 영근 옥수수
 

길게 늘어진 옥수수 수염이 더 정겨워

▲ 길게 늘어진 옥수수 수염이 더 정겨워
 

옥수수밭 옆의 호박꽃

▲ 옥수수밭 옆의 호박꽃


 어릴적에 군것질거리가 흔치 않았던 시절에 엿장수 아저씨는 상전중의 상전이었죠. 엿장수 아저씨가 마을에 나타나는 날에는 온 동네 아이들이 집에 있는 고물이란 고물은 죄다 들고 나왔고, 심지어 고물이 없는 집 아이는 소 여물을 끓여주던 쇠바가지까지 들고 나왔다가 저희 아버지에게 작대기로 두들겨 맞은 적도 있었으니까요.

 그 정도로 먹을게 귀하던 시절에 한여름의 옥수수는 진정 최고의 먹거리였습니다. 당시에는 당원이라는 단맛을 내는 감미료가 있었죠. 아이들 새끼 손톱의 2분지1 크기의 하얀색 당원. 이것을 넣고 팔팔 끓여 찌어낸 뒤 김이 모락모락 날 때 먹으면 정말 맛있었습니다.

 옥수수 특유의 구수한 맛을 느낄 정도라면 지금 나이 30대 중반 이상 되신 분들이 아닐까 싶네요. 그 이하의 젊은 사람들은 요즘엔 옥수수조차 별로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저 피자와 햄버거, 패스트푸드에 길들여져인 까닭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도 어릴적에 먹던 옥수수와  지금의 옥수수와는 맛의 느낌이 다르다는 것을 느낍니다. 세월의 흐름 탓인지, 나이가 듦에 따른 정서의 메마름 탓인지 모르겠네요.
 저 스스로 자문자답 해 보기에는 저 역시도 세월이 흐르면서 다른 수많은 먹거리들에 익숙해지면서 그 옛날에 먹던 천상의 구수한 옥수수 맛을 조금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입맛도 변하듯이요.

 특히 가정 주부들은 남편과 아이들 입맛에 맞추어 음식을 해 주다 보면 덩달아 이것저것 주워 먹게 되고 그러다가 슬그머니 입맛이 따라 변하게 됩니다.

추억의 옥수수 맛은 변치 않아

▲ 추억의 옥수수 맛은 변치 않아
 

옥수수 머리에 난 꽃

▲ 옥수수 머리에 난 꽃이 지고
 

늦은 녀석은 이제 막 꽃을 피우고

▲ 늦은 녀석은 이제 막 꽃을 피우고
 

고개를 숙이는 꽃에선 여름이 무르익고 있음이 읽히고

▲ 고개를 숙이는 옥수수 꽃에선 여름이 무르익고 있음이 읽히고


 하지만 입맛은 약간 변했어도 옥수수 특유의 그 구수함과 추억마저 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어릴적에 옥수수는 한여름 안마당에 모깃불을 피워 놓고 온 가족이 둘러앉아 하늘의 별을 보며 먹었던 건식거리였습니다.
 다 먹고 난 옥수수 몸통은 하모니카 역할도 했구요.
 한번은 옥수수를 배 터지게 먹었다가 탈이 났는지 다음날 학교마저 조퇴하고 온 기억이 납니다.

 요즘은 옥수수 찌는 법도 웰빙 추세에 맞춰 다양해졌습니다. 제가 어릴때는 그저 따다가 곧바로 껍질 죄다 벗겨서 그냥 푹푹 삶아 먹었는데 지금은 옥수수 수염차가 인기일 정도로 무엇 하나 그냥 허실로 버리는게 없더군요.

 그래서인지 옥수수를 삶을 때도 껍질을 완전히 죄다 벗겨 내는게 아니라 속의 하얀 껍질 한꺼풀은 구냥 놔두고, 특히나 붉거나 흰 옥수수 수염을 한올도 떼어 내지 않고 그대로 함께 삶는다는 점입니다. 그러면 옥수수의 구수함과 함께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다는 것이지요.

벌, 옥수수 밭을 찾은 반가운 손님

▲ 벌, 옥수수 밭을 찾은 반가운 손님
 

한소쿠리 따다가 까 보니 알이 탱글탱글

▲ 한소쿠리 따다가 까 보니 알이 탱글탱글
 

푹 찌어 내니 구수한 온기가 가득

▲ 푹 찌어 내니 구수한 온기가 가득


 돈 주고 옥수수 수염차를 사 먹을 일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 밭에서 나는 모든게 다 보약이고 건강식입니다.

 과자나 초콜렛 같은건 구경조차 하기 힘들고 군것질 거리가 흔하지 않던 시절에 최고의 간식거리로 우리 농촌과 서민들의 애환 속에 녹아 있는 옥수수입니다. 지금은 나이도 들고 또 세월도 흘러서 먹거리도 풍부해졌지만 그래도 가끔씩 시장에 나가 옥수수를 사다기 찌어 드셔 보세요.

남편과 아이들도 좋아하고, 특히 농촌을 돕는 일이기도 합니다. 
제4유형
본 저작물은 "공공누리" 제4유형: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댓글 쓰기
댓글 작성

* 불건전 댓글에 대해서 사전통보없이 관리자에 의해 삭제될 수 있습니다.

  • 최종 수정일 : 2023-12-15
  • 게재된 내용 및 운영에 대한 개선사항이 있으시면 정보관리 담당부서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 이 페이지에 대한 저작권은 충청남도가 소유하고 있습니다.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