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 미디어플러스

더운 여름은 뜨거운 열기로 선뜻 산책을 나서기 쉽지 않지만, 그 더운 여름에만 볼 수 있는 풍경들이 있다.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이 그림처럼 아름다운 날, 지나는 길에 한 번쯤 들러보고 싶었던 충현서원으로 향했다.
 


충남 공주시 반포면 공암리에 위치한 충현서원은 조선 중기 충청도에 세워진 최초의 사액서원이다. 고청 서기에 의해 건립되었으나 임진왜란 때 폐허가 된 것을 조선 인조 때 중수하여 당초 공암서원에서 '충현'으로 사액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에 따라 훼철되었다가 1925년 옛터에 사우를 중건한 뒤 현재에 이르게 되어 외관에서 딱히 오랜 세월의 흔적을 느끼긴 쉽지 않다.
 

 
내부는 그리 크지 않은 규모로 한 바퀴 둘러보는데 십여 분이면 충분하지만, 맞배지붕 양식의 사당 주변에 정갈하게 서 있는 단풍나무들 곁을 천천히 걷기도 하고 잠시 나무그늘에 앉아 숨을 고르며 호흡을 편하게 가다듬고 있으니 바람이 스쳐 지나가며 땀을 식혀준다.
     
 
오래된 애기단풍나무들로 물든 가을의 충현서원을 사진으로 본 적이 있었는데, 붉게 물든 그 모습 못지않게 푸르름 가득한 여름의 이곳도 충분히 아름답다.
   

 
담장 주변의 십여 그루 단풍나무 그늘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계절마다 이곳에 들러 시간의 흐름을 이렇게 사진으로 기록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짧은 산책을 마치고 주차장으로 향하는데 예쁜 벽화와 접시꽃이 그림처럼 어우러져 있는 모습에 저절로 발걸음이 멈춰진다.
 

  
정겨운 그림과 파란 하늘, 마치 그림의 일부인 듯 접시꽃이 정말 딱 어울리는 곳에 자리하여 땀이 흐르는 줄도 모르고 연신 셔터를 눌렀다. 봐도 봐도 참 고운 풍경이다.
 

 
처음 서원을 향해 나섰던 산책길은 어느새 이 작은 마을로 발길이 이어져 마실 나오신 동네 어르신과 인사도 나누고 그 뒤를 따라 한 걸음 느리게 천천히 걸어본다.
 

 
주차한 곳으로 돌아와 보니 강당인 '박약당'의 정갈한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볼거리 풍성한 유적지도 좋지만, 조용히 사색하며 걸을 수 있는 이곳 충현서원, 다음 계절에도 잠시 눈과 마음을 쉬게 하고 싶을 때 찾아야지 생각하며 근처의 송곡지로 차를 몰았다.
 

 
1975년 송곡리 마을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축조되었다는 이곳은, 저수지 근처의 유명한 식당과 메타세콰이어 나무 덕분에 전국에서 찾아오는 손님이 많은 곳이다.
 

 
하늘이 예쁜 날이면 떠오르는 이곳의 반영, 오늘도 이 모습을 보고자 찾았는데 역시 언제 봐도 참 좋다.


 
바람이 불지 않는 날이면 완벽한 데칼코마니 반영을 선물해 주는 송곡지는, 그래서 사계절 많은 사진가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기도 하다.
 

 
올해 여름에는 비가 제법 내려준 덕분에 저수지에 물이 넉넉하다. 덥기는 하지만, 나무들이 만들어주는 그늘 덕분에 천천히 저수지 주변을 걸으며 여름의 향기를 느껴본다.
 

 
흔하디 흔한 망초꽃도 예쁜 눈으로 바라보면 그 어떤 꽃의 아름다움에 뒤지지 않는다.
뜨거운 여름 햇살이 빚어낸 수만송이 꽃은 더 대견하고 곱게 여겨진다.
 


이곳 유명세의 중심에 있는 메타세콰이어 나무,
가을이면 이 나무들이 갈색으로 곱게 물든 모습을 보기 위해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좁은 외길 때문에 운전해 오기 힘들었던 과거와 달리 사진찍기 좋은 명소로 알려지면서 길도 조금 넓어지고 포장도 잘 되어 찾기 좋아진 것도 이 나무 덕분이리라.
 
가을빛에 곱게 익어갈 즈음 다시 찾아와야지 생각하며 짧은 여름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사계절 언제 찾아도 좋은 이곳.

충현서원
-위치: 충남 공주시 반포면 공암리 381

송곡지(불장골저수지)
-위치: 충남 공지시 반포면 송곡리 45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