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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들의 낙원으로 변한 부여 궁남지를 찾다

2021.03.03(수) 01:28:48김용완(ywkim@cnu.ac.kr)

코로나19의 기승으로 쌓인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 부여 궁남지를 찾았다.

궁남지는 백제 무왕 34년(634)에 조성한 백제의 궁중 연못 터의 바닥을 파낸 다음 그 가장자리에 흙을 쌓고서, 수양버들을 심어 조성한 연못이다.

전체 면적이 약 13,000평인 이 연못은 1964년 6월 10일에 사적 제135호로 지정되었다.

연못 주변에는 면적이 5만여 평에 달하는 연꽃밭이 조성되어 있다.

내가 이곳을 처음 찾은 것은 2018년 7월 연꽃 축제를 열 당시였다.

당시 이곳은 백련, 홍련, 수련, 가시연 등 다양한 연꽃이 만발하여 그야말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것을 보러 온 관광객도 많았다. 좀 과장해서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루었다고 표현해야 할 정도로..

그때의 광경을 머릿속에 떠올리면서 궁남지에 도착하니 처음 방문했을 당시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연꽃 줄기는 말라붙어 앙상하게 서 있거나 사그라져 바닥에 달라붙어 있었다. 한마디로 말해서 삭막함 그 자체였다.

코로나19가 창궐하고 있는 때라 이곳을 찾은 관광객의 수도 극소수였다. 사람 구경하는 것도 아주 쏠쏠한 재미인데 말이다.

연꽃을 볼 수는 없지만 실망스럽진 않았다. 겨울철의 진객(珍客)인 철새들의 재롱을 아주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디서 날아왔는지는 모르나 수천 마리의 각종 철새가 연못 주변에 터를 잡고 주인행세를 하고 있었다.

어떤 놈들은 물 고인 웅덩이에서 열심히 먹이활동을 하고 있고, 어떤 놈들은 양지바른 언덕에서 햇볕을 쬐며 꾸벅꾸벅 졸고 있고, 또 어떤 놈들은 날개를 퍼뜩이며 수영 실력을 뽐내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도 날아가지 않았다.

그저 기분 나쁜 듯 흘금흘금 뒤를 돌아보면서 뒤뚱뒤뚱 아장아장 앞으로 걸어갈 뿐이었다.

마치 불청객이 자신들을 괴롭히고 있다고 불평을 토로하는 듯했다.

철새들이 노는 모습을 보는 재미는 연꽃을 볼 수 없는 데에 따른 아쉬운 감정을 상쇄하기에 충분하였다.

철새들은 머지않아 이곳을 떠나 북쪽으로 날아갈 것이다.

철새들이 떠나면 궁남지는 또다시 한산해질 것이다.

그러나 따뜻한 계절이 돌아와 이곳저곳에 연꽃이 소담스럽게 피어나고 코로나 상황이 종식되면 사람들이 다시 이곳을 찾아 철새들이 떠나고 난 빈자리를 메울 것이다.

하루라도 빨리 그날이 오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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