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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깜짝할 새에 끝난 '수도작 항공방제' 현장 스케치

2023.08.22(화) 18:12:57엥선생 깡언니(jhp1969@naver.com)

혹시 벼꽃을 본 일이 있으신가요? 요즘 농촌 들녘을 지나다 보면, 불과 며칠 전만 해도 보이지 않던 벼꽃이 노랗게 피어오른 걸 볼 수 있습니다. 7월 말에서 8월 초까지 농가에서는 이 벼꽃이 피기 전에 꼭 할 일이 있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그와 관련한 소식을 전해보려 합니다.
 

벼꽃

▲ 벼꽃


며칠 전, '수도작(논에 물을 대어 벼농사를 지음) 항공방제'현장을 보고자 공주시 쌍신동(雙新洞)에 다녀왔습니다. 쌍신동은 공주시 중앙부에 있는 법정동으로 연미산 남쪽에 위치한 마을이에요. '상신리'와 '하신리'의 '신'을 따서 '쌍신라'라는 지명이 붙은 곳입니다. 논밭만 보이던 이 동네에 근자에 젊은 사람들 발길이 잦아지고 있는데요, 첫 번째 이유는 갤러리 버금가는 멋진 건물에 카페가 들어선데서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쌍신동의 지명을 떠올리게 하는 상호의 오래된 백숙 맛집이 없어진 대신 카페 맞은편에 공주밤가루가 들어간 칼국수 식당이 들어섰고, 생긴 지 얼마 안 됐지만 맛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일부러 찾아오는 분들이 많아졌기 때문인 듯합니다.

공주시 쌍신동 쌍신길

▲ 공주시 쌍신동 쌍신길


그런데 8월 초, 제가 쌍신동을 찾은 이유는 카페 때문도 알밤칼국수 때문도 아니었어요. 태풍이 지나간 뒤 어느 농가에서 '수도작항공방제'를 한다고 해서 호기심을 못 이기고 일부러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수도작 항공방제가 예정된 농로 풍경

▲ 수도작 항공방제가 예정된 농가 진입로 풍경


카페와 알밤칼국수 식당이 있는 곳에서 마을 안쪽으로 차로 5분쯤 들어가니, 정자 하나가 보입니다. 정자를 기준으로 좁은 길이 나 있는데요, 마을길 초입의 양옆 논 약 10000㎡(구, 3000평)가 '수도작 항공방제' 대상지였어요.

공주시 쌍신동 치미산이 보이는 풍경

▲ 공주시 쌍신동 치미산이 보이는 풍경


항공방제 대상 논에서 일대를 조망하니, 멀리 아파트 오른쪽으로 '쌍신동'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치미산'이 보였어요. 치미산은 공주생명과학고등학교 뒤편에 있는 산으로 키(농기구)처럼 생겼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고 해요. 취리산(就利山)으로 추정되는 산인데요, 신라 문무왕 5년에 왕이 당의 유인원과 백제의 왕자 융과 함께 이곳에 모여서 백제가 부흥하지 못하도록 천제를 지냈던 산이라고 하네요.


또한 너른 들녘을 보고 있자니, '도토방이'라는 마을 이름이 떠올랐어요. 지난 7월 중순에 내린 집중호우에 정안천이 범람하면서 쌍신동 일대도 물에 크게 잠겼었는데요. 다행히 농작물 피해지는 보이지 않았어요. 마을 이름, '도토방이'는 땅이 돋아진 곳은 홍수(물)에 잠기지 않아서 사람들이 땅이 돋아지라고 이름 붙인 곳이라고 하네요.


'도토방이'와 관련해 일제강점기 때 정안천 유역에 쌓은 큰 둑, '도토방이둑' 또는 '쌍신제방'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이 제방의 서쪽들을 '도토방이들'이라고 합니다. 이 들판의 윗마을은 윗도토방이, 아랫마을은 아래도토방이라고 부릅니다.
 

부풀

▲ 보풀


마을을 잠시 둘러보고 나서 항공방제 대상 논 주변도 살펴보았습니다. 논 옆으로 난 수로에서 처음보는 수생식물을 발견했어요. 마을 어르신께서 "우리 마을에서는 '보풀'이라고 불러요."라고 이름을 알려 주셨어요. 처음 본 식물이라 신기하기에 보풀 몇 뿌리를 캐어 집으로 가져와 물을 넉넉히 담은 용기에서 키워봤는데요, 며칠 뒤 생각처럼 잘 자라지 못하고 잎이 마르면서 죽어 버리더라고요. '살던 곳에서 잘 살게 놔 둘걸....' 괜한 욕심에 이소(?)한 것에 무척이나 미안하고 후회됐어요.

토종 우렁이

▲ 토종 우렁이(참우렁이)ㅣ 참우렁이가 사는 쌍신동 일대에는 친환경 농사짓는 농가도 적지 않다고 한다.


수로에는 참우렁이도 살고 있었어요. 논이나 못에 살지만, 땅속에서 겨울을 난다고 하네요. 자연친화적인 생물들을 마주하니, 모든 것이 신기하면서 모처럼 순수한 동심으로 돌아간 듯 신이 났습니다. 때때로 욕심 많은 인간들을 향해 경고장을 날리기도 하지만, 자연이 주는 치유력은 그 어떤 것보다 위대한 듯해요!

가벼

▲ 잡벼


벼가 자라는 논도 유심히 들여다 봤습니다. 벼꽃이 막 피기 시작한 것이 있는가 하면, 듬성듬성 벼이삭이 보이기도 했어요. '아니 벌써 벼가?' 깜짝 놀라 동네 어르신께 여쭈니, "잡벼예요."라고 일러 주십니다. 벼알이 수정 안 된 것으로 제대로 자란 벼가 아니라는 말씀이셨어요.


수도작 항공방제는 7월 말에서 8월 초에 벼꽃이 나오기 직전에 한다고 해요. 올해의 경우, 다소 방제가 늦어진 편이라고 하네요.
 

항공방제

▲ 항공방제 준비하기 1
 

항공 방제2

▲ 항공방제 준비하기 2


동네 구경이 끝나갈 즈음 마침내 수도작 항공방제를 하기 위해 3,000만 원이 넘는 드론이 출격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완전히 충전한 방제용 드론은 15분 정도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한 번 방제할 때마다 20L를 채우는데, 약10,000㎡(구, 3000평) 논은 10~15분이면 방제를 끝마친다고 해요. 방제 효과는 2시간 정도가 지나서 나타나기에 소나기가 잦은 요즘은 그 점만 유의해 작업하면 된다고 해요.


항공방제는 농협조합원으로 가입한 농민들이 혜택을 받는다고 하는데요, 본인 부담이 50%라고 합니다. 자부담이 있다고는 하나 1평(3.3058㎡)당 30원만 부담하면 되기에 독한 살충제 마셔가며 방제하지 않아도 되고, 비용도 저렴해서 농가에는 큰 도움이 될 듯했어요. 특히 연세 높으신 농민들께는 적극 권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방제사님 말씀을 들으니, 무슨 연유에서인지 자격이 되는데도 여전히 전통 방식을 고집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고 하네요.
 

항공방제3

▲ 항공방제 실시하기 1
 

항공방제에 사용된 드론의 조정기

▲ 항공방제에 사용된 드론의 조정기


드론을 이용한 항공방제는 쨍하게 해 뜬 맑은 날보다 바람이 불지 않으면서 구름이 많이 낀 날이 작업하기 수월하다고 합니다. 저는 마스크 2장을 끼고 방제 현장에 있었는데요. 그런데도 마스크의 미세한 틈새로 살충제 냄새가 강하게 맡아지더라고요. 작업은 하면서 살충제를 흡입하지 않으려면 가능한 피부 노출을 피해야 하니 흐린 날이 선호되는 듯합니다.

항공방제 준비하기

▲ 항공방제 실시하기 2
 

항공방제 시작하기

▲ 항공방제 실시하기 3
 

항공방제 시작하기 2

▲ 항공방제 실시하기 4


드론이 몇 차례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더니, 약 10,000㎡(구, 3,000평) 논의 방제가 끝났다며 방제사께서는 드론을 정리하셨어요. 감탄하며 사진 몇 장 찍는 사이에 그 넓은 논마지기 방제가 끝나 버렸습니다. 며칠이 걸릴 일을 순식간에 끝내는 걸 보고 새삼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지요!

4대째 공주시 쌍신동에 사신다는 동네 어르신들

▲ 4대째 공주시 쌍신동에 사신다는 동네 어르신들


'수도작 항공방제'를 구경하러 왔다가 3~4대째 쌍신동에 살고 계신다는 어르신 두 분으로부터 마을 정보와 농사이야기 등 소중한 말씀을 들을 수 있었어요. '그 나이에 그런 것도 몰라?' 면박을 주고 자리를 피하실 수도 있었는데, 인내심을 갖고 찬찬히 일러 주신 어르신들 덕택에 신나는 구경도 하고 새로운 정보도 귀동냥하고 올 수 있었습니다.
 

수도작 항공방제 작업을 마치고 귀가하는 길

▲ '수도작 항공방제' 구경을 마치고 귀가하는 길


예로부터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다."라고 하더니, 다 맞는 말이었어요. 공주시 쌍신동에서 점점 쓰임새가 많아지는 드론의 실체를 확인하고 왔습니다. 게다가 백제시대부터 마을이 있었다는 쌍신동의 이모저모도 보고, 원주민의 말씀을 통한 생생한 정보도 얻고 왔습니다. 웬만해서는 잊으려야 잊을 수가 없을 듯해요!


최근 쌍신동 금강변에서 넷플릭스 영화, '전, 란' 촬영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공주시 쌍신동을 찾는 이들이 증가하는 세 번째 이유가 잘 '통(通)'하길 바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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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 수정일 : 2023-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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