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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좋아하시나요? 국산 품종 '홍주 씨들리스'를 소개합니다!

포도 농장 '정안뜰'의 박종규 대표를 만나다.

2023.08.03(목) 10:15:28엥선생 깡언니(jhp1969@naver.com)

요리에 일가견 있는 지인이 얼마 전 오이지를 담갔다며 "소금물에 절이든, 물엿을 넣든, 고추장에 박든, 오이 절이는 방법을 달리한 오이지는 각각 지닌 맛도 달라서 어떻게 담근 게 맛있냐고 묻는다면 난감하다."라는 멘트를 남겼다. 옳다! '맛'이란 절대적인 기준이 없는데, 현대인들은 지나치리만큼 단맛을 선호하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다.

1.'정안뜰' 포도밭의 박종규 대표님이 반갑게 맞아 주셨다.
▲ '정안뜰' 포도 농장의 박종규 대표님이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아 주었다.

며칠 전, 지인 몇몇과 공주시 정안면에 있는 포도 농장, '정안뜰'을 방문했다. 올해 신품종 포도의 첫 수확을 거둔 정안뜰의 박종규 대표는 환한 웃음으로 우리 일행을 맞이했다. 비교적 이른 시간에 방문했는데, 출하를 시작한 이날 그는 새벽부터 나와 더운 하우스 안에서 일을 하느라 얼굴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1.'정안뜰' 포도밭의 전경
▲ '정안뜰' 포도밭 전경ㅣ 농장 이름은 고향 지명과 같은 따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정안뜰' 포도밭(2)
▲ 정안뜰' 포도밭

대도시에서 여행사를 운영하기도 하며, 가이드로 오랫동안 활동해 온 박종규 대표는 4년 전 고향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밤, 수박 등의 작물을 재배하다 1년 전에 2013년 국내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포도 품종 '홍주 씨들리스' 재배에 도전하게 됐다고 한다. 전국에서도 재배 농가가 몇 안 되고, 공주에서는 유일하게 정안뜰 포도 농장에서만 홍주 씨들리스를 재배하고 있단다.

캠벨얼리, 머루포도, 델라웨어,샤인머스캣 등 포도 품종은 다양한데, 어떻게 일반 소비자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품종을 재배했는지 여쭈니, " 홍주 씨들리스는 새콤달콤한 맛이 나는 포도예요. 맛있더라고요! 맛은 짠맛, 쓴맛, 신맛.... 다양한데, 우리는 단 것만 맛있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꼭 단 게 맛있는 건만은 아니거든요."라고 맛에 대한 그의 견해를 들려준다. 박 대표의 말에 여기저기서 "맞아요. 샤인머스캣이 처음에는 맛있더니, 자꾸 먹으니까 물리더라고요."라며 동조하는 의견이 쏟아진다.

잘 익은 '홍주 시들리스'
▲ 잘 익은 '홍주 씨들리스' 결실

익어가는 중인 '홍주 씨들리스'
▲ 익어가는 중인 '홍주 씨들리스' 결실

'홍주 씨들리스(紅珠 seedless)'는 '씨 없는 붉은 진주'라는 뜻으로, 이탈리아 포도 계열의 품종을 개량한 것이라고 한다. 정안뜰 포도 농장에는 붉게 결실한 것도 보이고, 아직 덜 익어 청포도처럼 보이는 것도 있었다. 박 대표님이 시식용으로 내어준 홍주 씨들리스 한 알을 입에 넣었더니, 이제까지 먹어본 포도들과 달리 신맛이 강했다. 샤인머스캣이 보통 18브릭스(Brix: 미국에서 포도와 와인에 들어 있는 당을 재는 단위) 정도인데, 홍주 씨들리스는 15~18브릭스쯤 된다고 한다.

홍주 씨들리스
▲ 홍주 씨들리스(紅珠 seedless)의 단면ㅣ 씹어 먹을 수 있는 작은 크기의 씨가 보이기도 한다.

캠벨얼리 품종을 개량한 '충낭'
▲ 캠벨얼리를 개량한 품종, '충랑'은 껍질이 두꺼워 과육을 먹고 나서 과피는 버려야 한다.

홍주 씨들리스 한 알을 칼로 잘라 단면도 살펴봤다. 과육이 얼마나 탱탱한지 단칼에 잘린 단면이 매끈하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홍주 씨들리스는 씨가 없다. 샤인머스캣과 다른 점은 약품 처리를 거치지 않고도 씨가 안 생기고, 껍질까지 얇아서 깨끗이 씻어서 과피째 먹을 수 있어 편리하다. 포도 한 알이 갖고 있는 영양분을 오롯이 섭취할 수 있는 장점을 간과할 수 없다.

박 대표님은 캠벨얼리를 개량한 '충랑'도 드셔 보라며 권했다. 단맛이 강해서 내 입에 '딱' 맞았다. 홍주 씨들리스처럼 껍질째 먹을 수 있을까 싶어 꼭꼭 씹어 봤는데, 껍질이 워낙 두꺼워서 과육을 먹고 나서 아깝지만, 과피는 버릴 수밖에 없었다.

포도가 익어 가는 중에도 순을 따줘야 과육의 맛과 영양이 좋아진다고 한다.
▲ 포도가 익어 가는 중에도 순을 따줘야 과육의 맛과 영양이 좋아진다고 한다.

이런저런 질문에 친절하게 답변하는 틈틈이 박종규 대표는 포도 순을 따 준다. 그 장면을 포착하고 포도 재배에 까막눈인 일행은 다시 질문을 이어갔다.

"결실을 보고 있는데도, 포도 순을 따 주시네요?"
"예, 열매로 양분이 가도록 따 줘야 해요."
"그런데 봉지는 안 씌우셨어요?"
"제가 게을러서요. 홍주 씨드리스 6동(정안뜰의 한 동은 100m라고 한다)하고, 샤인머스캣도 4동을 하고 있어요. 7월 상순경 알 솎기가 끝나고 장마 전에 봉지를 씌워야 하는데, 올해는 색이 들기 시작하는 바람에 봉지 씌울 시기를 놓쳤어요."
포도에 봉지를 씌우면 과피의 갈변 증상을 방지할 수 있고, 병해충 예방 및 농약오염 감소 등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박 대표님 답변이 끝나자마자 마치 포도 농사라도 지을 사람처럼 일행은 집요하게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색 들이기 위해 다른 데는 바닥에 은박지를 깔기도 하던데, 여기는 아무것도 안 까셨네요?"
"바닥에 타이벡(합성 고밀도 폴리에틸렌 섬유)을 깔까도 생각했는데, 햇빛이 들어도 바닥이 그늘져서 작업할 필요가 없더라고요."

좋은 포도 키우기(1)
▲ 좋은 포도 키우기(1)

좋은 포도 키우기(2)
▲ 좋은 포도 키우기(2)ㅣ 포도알의 껍질이 갈라져서 터지는 열과 방지를 해 주어야 곰팡이병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한다.

박 대표님 말씀에 따르면 우리가 한 송이의 포도를 먹으려면 포도알에 발생하는 흑갈색 점무늬가 안 생기게 토양 배수에 신경 써야 하고, 갈색 무늬병과 탄저병도 관리해야 하고, 노균병 및 그을음점무늬병 예방 및 방제 등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한다.

특히 껍질이 얇은 홍주 씨들리스는 열과 현상이 발생하기 쉬워서 토양 수분의 적정 함량을 유지해야 하고, 햇빛과 바람이 잘 들도록 하여 껍질의 강도를 높이는 등 세심하게 돌봐야 한단다.

샤인머스캣도 4동에 재배 중이라는데, 올해는 상품성이 떨어져 와인을 담글 예정이라고 한다. 박 대표님 말씀을 듣고 농사 안된 걸 걱정해야 할 판인데, 농사의 'ㄴ'자도 모르는 나는 샤인머스캣 와인 맛만 궁금하다! 

잘 익은 '홍주 시들리스'
▲ 잘 익은 '홍주 씨들리스'

첫 수확한 '홍주 씨들리스'의 당도는 16 Br이었다.
▲ 첫 수확한 '홍주 씨들리스'의 당도는 16.8 Brix이었다.

정안뜰에서 시간을 보내다 갑자기 며칠 전 멜론 한 박스를 선물로 들고 온 지인이 떠올랐다. 신 걸 좋아한다. 홍주 씨들리스 2.5kg 한 박스를 사 간다고 하니, 박 대표님은 직접 한두 송이 따 보라고 등 떠민다. 막상 가위를 들고 포도송이를 따러 밭에는 들어갔지만, 맛있는 포도를 고를 자신은 없었다. 시늉만 내느라고 억지춘향으로 한 송이를 따 왔더니, 당도를 측정해 준다. 16.8브릭스다. 당도는 샤인머스캣에 못 미치지만, 산미가 풍부해서 단 걸 싫어하는 분들에게는 생경하면서도 신선한 맛의 신세계를 보여 줄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입맛 잃기 쉽고 기력이 달리는 여름에는 과하지 않게 먹으면 이만한 과일이 없지, 싶다.

자료를 찾다 보니, 품종과 지명의 연관성 때문인지 충남 홍성에서 홍주 씨들리스를 특화한다는 소식이 보였다. 홍주 씨들리스를 베트남으로 수출했다는 기사도 눈에 들어왔다. 더운 나라에서 이주해 온 사람들이 낯빛 하나 안 변하고 매실 생과를 맛있게 먹더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다소 높은 판매가의 걸림돌만 해결할 수 있다면 동남아시아 등지로 로얄티 지급 걱정 없는 '홍주 씨들리스' 수출길이 활짝 열릴 것 같다.

포장하기
▲ 포장하기
 
정안뜰 포도밭을 카메라에 담으며 선물 같은 하 갈무리했다.
▲ 정안뜰 포도밭을 카메라에 담으며 붉은 진주 같이 귀한 하루를 갈무리했다.

박종규 대표가 수확하는 '정안뜰'의 홍주 씨들리스는 주변의 로컬푸드 매장과 직접 판매를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된다고 한다. 첫 출하가 성공적이라는 소식이 빨리 전해지길 기다려 본다.

정안뜰 박종규 대표가 환송해 주고 있다.
▲ 정안뜰 박종규 대표가 환송해 주고 있다.

박 대표님는 구매를 희망하는 전화를 받으면서 출하량과 가격 책정도 힘들었지만, 낯선 포도 품종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도 그에 못지 않게 걱정이었다고 한다.

나 역시 단맛을 선호하는 소비자 중 하나라 시식을 해보고 처음에는 구매를 망설였다. 더우기 선물용으로 산 터라 박 대표님이 덤으로 주신 '홍주 씨들리스'를 냉장시켜 시식겸 먹어 보고는 자신 있게 신 걸 좋아하는 지인에게 선물할 수 있었다. 차게 하니, 과육이 더 탱글탱글해지고 새콤달콤한 것이 샐러드용으로도 너무 좋을 듯하다. 그럴 리는 없지만, 혹 제때 먹지 못하게 되면 청으로 담갔다가 차갑게 해서 음료로 마시면 이 여름에 금상첨화일 듯하다.

익숙하지 않은 맛의 국산 품종 '홍주 씨들리스'! 생각하니 처음 보는 데도 전혀 낯설지 않았던 인상 좋은 박종규 대표를 어찌 그리 꼭 빼닮았는지. 정안뜰에서 베스트 가이드가 돼 준 박 대표님, 첫 수확한 포도가 호평을 받아 땀의 결실을 맺기 바라고, 귀농한 고향에서 멋진 인생의 여정을 즐기시길 아울러 바란다.


정안뜰
충남 공주시 정안면 구억말길 7

제4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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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 수정일 : 2023-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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