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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비밀의 숲속에 가면

2013.07.23(화) 16:31:14도희(ass1379@hanmail.net)

 

 
농촌에 사는 즐거움 중의 하나는 가끔 시간을 내어 나만의 비밀의 숲 속에 산책가는 것입니다. 한여름 저기 숲 속에 잔뜩 독을 품고 또아리를 틀고 숨어있을 독사가 무서워 긴 장화를 신고 바구니를 들고 논둑길을 지나 걸어가는데요. 강아지 두 마리가 뒤따라 옵니다.

 

 

동네 사람 왈, 주인이 회사에 가면 온종일 대문 앞에 앉아서 저 강아지가 나를 기다린다고 하네요. 할머니가 시츄인데 귀촌한 후에 마당에서 뛰놀라고 풀어 놓았더니, 동네 수캐가 놀러 오는 바람에 혼합견이 되었지만, 할머니 닮아서 영리합니다.
 
 

 
제 아빠 닮아 까만색인 두 달 된 강아지는 풀숲에 가려 눈앞이 안 보이는지 낑낑 울며 우리를 따라 오다가 또랑이 눈앞에 보이자, 큰 개는 건너오고 강아지는 못오니까 큰 소리로 울고불고 난리입니다. 어미 개와 큰 언니는 아랑곳 않고  주인만 따라 오네요.

그런데 아기강아지가 범상치 않은 목소리로 비명을 지르니까 어미 개가 고개를 그쪽으로 향하더니 돌아오던 발길을 돌려 강아지 있는 쪽으로 부리나케 달려갑니다. 그리고 어미개도 구슬피 울고 섰습니다.

무슨 일인가 해서 사람이 달려가 보았더니, 아기 강아지가 겁도 없이 어미따라 또랑을 뛰어 건너다가 깊은 수렁으로 떨어져 간신히 고개만 내밀고 울고 있었어요. 사람이 풀숲을 헤치고 두 손으로 안아 건져 주었습니다. 사람과 강아지 세마리는 정답게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동물도 사람처럼 감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동산에 가는 길 나무 사이에 가려 잘 안 보이는 곳에 고암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네요. 올가을에 고암 열매 익으면 따먹으러 와야겠어요. 

 

 
우와. 올해도 복분자 열매가 많이 달렸어요. 해마다 이곳에 와서 야생 복분자를 따갑니다. 요즘 농촌 사람들 집안 농사일하랴 돈벌러 일다니랴 바쁜데요. 이 복분자는 저 혼자 따 먹습니다.
 


어린 시절 이맘때면 동네 아이들과 양은 주전자 들고 산에 가서 산딸기랑 야생 복분자를 따서 망개 잎사귀로 덮어 내려오던 생각이 납니다. 우리 할머니가 기뻐하시며 설탕이랑 산딸기를 혼합해서 술을 담그던 생각이 납니다.
 


오늘은 아이들 줄려고 복분자를 따러 왔는데요. 우선 검게 익은 복분자 한움큼 따서 목마른 입안을 축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복분자를 그냥 주면 잘 안 먹어서 믹서기로 갈아서 즙을 내어 설탕과 섞어 줍니다.
 



해마다 동산에서 야생 엉겅퀴를 채취해서 엉겅퀴 효소를 항아리에 담가 놓았습니다. 엉겅퀴 씨앗에는 실리마린 성분이 있어 간 해독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밑동이 보라색을 띤 돌미나리도 채취해서 효소를 담아 놓았어요.
 

 

이렇게 오지항아리에 설탕과 돌미나리를 섞어 재워 놓으면 3달 후에 걸러내고 2차 발효에 들어가면 향긋한 효소가 됩니다. 돌미나리는 해독작용과 이뇨작용이 있고 고혈압 예방과 항암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올봄에 열매 맺은 보리수입니다.

 

보리수 열매도 채취해서 설탕과 재워 놓았어요. 보리수 열매는 기관지, 천식, 치질에 좋다고 합니다. 요즘 아이들은 옛날 우리 어린 시절하고 입맛이 달라서 복분자나 보리수 열매 등을 따다가 줘도 달지도 않고 보리수 열매는 떫다고 맛없다고 안 먹어요. 우리 어린시절에는 먹을거리가 귀해서 여름이면 쐬기 벌레에 쐬어 가면서 동네 아이들과 양은 주전자들고 산딸기 따러 산에 가던 기억이 납니다.

 

 
줄기가 굵게 자란 머위도 항아리에 설탕과 함께 합방시켜 놓았습니다.
머위도 서양에서는 항암제로 사용한다고 합니다.
 

 

설탕과 함게 항아리에 들어간 질경이입니다. 질경는 소염작용, 기관지 염증과 복수, 비염 암 예방에 좋다고 합니다.



지금 시골집에서는 향기로운 산야초 익는 냄새가 납니다. 봄에 냉이가 올라오기 시작하면 연할 때는 뿌리째 뽑아서 나물로 먹고 조금 세어지면 효소를 담기 시작합니다.

그다음에 민들레, 쑥, 왕고들빼기, 질경이, 엉겅퀴, 돌미나리 등 땅에서 올라오는 산야초들을 순서대로 설탕과 함께 항아리에 재웁니다. 가끔 뒤집어 줘서 미생물이 잘 자라도록 공기를 환기 시켜줍니다. 올해는 제비꽃 군락지를 발견하여 제비꽃을 뿌리째 뽑아서 효소를 담았습니다.

 

 
3년 전에 담근 30여 가지 산야초입니다. 항아리 뚜껑을 열면 향긋한 냄새가 나네요.


 

산야초 효소는 오래 숙성될수록 걸쭉해지며 향기와 맛이 좋습니다. 산중에 사는 스님이 산에서 자생하는 100여 가지 산야초를 채취해서 큰 항아리에 설탕과 재워 만든 효소가 백초라고 하는 데요, 저는 50가지 산야초로 오십초 산야초 효소를 만들고 있습니다.


 
항아리에서 익어가는 산야초 효소를 꺼내어 컵에 따르고 냉수와 어름조각을 동동 띄워 마시면 여름철 건강에 참 좋습니다.

귀촌 후에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비결은 적당한 운동을 할 수 있는 텃밭과 잘 숙성된 이 산야초 덕분이 아닌가 합니다. 자연은 이미 태초부터 인간에게 준비한 선물이 많습니다. 그 선물을 얼마나 잘 활용할수 있는가는 인간의 의지에 달렸습니다. 지금 농촌은 눈앞이 온통 푸러른 녹색만 바라보아도 마음의 안정과 쉼을 얻을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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