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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봉수산 임존성에서 만난 가을 풍경

2019.11.11(월) 22:12:11경명(jsh_letter@naver.com)

봉수산수목원에 도착해 안내 지도를 보던 중에 오래전 역사 교과서에서 봤던 이름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바로 백제가 멸망한 후 유민들이 마지막까지 백제 부흥을 꿈꾸며 저항을 펼쳤던 임존성입니다. 무심코 올라왔던 언덕길은 임존성 백제 부흥군에게 보급품을 전달하던 '임존성 수렛길'이더군요. 지도를 보니 조금만 더 발품을 팔면 교과서 속 역사 현장을 직접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예정에 없던 임존성 여행길을 시작하면서 산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저처럼 봉수산 수목원을 출발점으로 삼으면 봉수산 정상을 먼저 밟아야 임존성을 만날 수 있습니다. 수목원부터 이어지는 가파른 등산로를 걷느라 주변 풍경을 둘러볼 새도 없습니다. 봉수산 정상 쉼터에 도착하고 나서야 한숨 돌린 후 마음 여유를 챙길 수 있더군요. 봉수산 정상부터 임존성까지 가는 길은 완만한 능선길이라 11월 봉수산 가을 풍경을 맘껏 즐길 수 있습니다. 
 
봉수산 정상▲봉수산 정상 쉼터 풍경
 
능선을 따라 걸으면서 자연생태 탐방을 시작합니다. 제 숨소리와 바람소리만 들리는 적막한 산길 옆 수풀에서 다람쥐 울음소리가 들려옵니다. 절기상으로 입동을 목전에 두고 있는데 여태까지 겨울잠에 들지 않고 마지막 활동을 하고 있나 봅니다. 조심스레 소리를 따라가 보니 수풀 사이에서 다람쥐 친구가 조심스레 활동하고 있습니다. 낙엽이 지기 시작한 가을숲 덕택에 한여름에는 찍기 힘든 반가운 다람쥐 사진 한 장 건집니다.

봉수산 임존성길 첫 만남, 다람쥐▲봉수산 임존성길 첫 만남, 다람쥐
 
계속해서 이어지는 능선길은 흥미진진한 자연학습장입니다. 가을 봉수산 풀밭 주인공은 메뚜깃과 친구들입니다. 이름도 구수한 콩중이 녀석이 따스한 햇볕을 쬐는데 정신이 팔려 저에게 거리를 쉽게 허락해 줍니다. 그리고 오늘 잊지 못할 첫 만남이 이루어집니다. 바로 유명한 이솝우화에 나오는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 주인공인 베짱입니다. 그동안 글로만 배웠던 베짱이 실물을 처음 만나는 순간입니다. 오늘 봉수산 임존성길은 여러 메뚜깃과 친구를 만나며 같이 길을 걷는 멋진 가을 산행길입니다. 


 

 
임존성 가는 봉수산 능선길
▲임존성 가는 봉수산 능선길, 그리고 메뚜깃과 친구들
 
기대하지 않았던 나비 친구들도 모습을 계속해서 드러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네발나비, 깊은 숲에서만 사는 부처나비, 작고 앙증맞은 부전나비 등 종류도 다양합니다. 그중에서 오늘 제 눈길을 사로잡은 친구는 바로 검은색 바탕에 반짝이는 띠무늬가 매력적인 청띠신선나비입니다. 유럽에서는 이 나비 이름을 숲의 요정 님프에서 따왔다고 하네요. 뒤늦게 서양식 분류학을 받아들이고 우리식으로 나비이름을 만들 때 님프와 비슷한 대상을 찾던 중에 속세를 떠나 산에서 생활하는 신선을 이 친구 이름에 사용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진짜 님프나 신선같이 신비한 느낌이 드나요? 
 

 
가을 봉수산 산행길 친구 - 네발나비, 청띠신선나비▲가을 봉수산 산행길 친구, 네발나비·청띠신선나비
 
드디어 오늘 여행길 주인공 임존성을 만나는 순간입니다. 그동안 힘들었던 산행길 피로가 다 사라질 정도로 화려한 가을 절경이 펼쳐집니다. 임존성 유적지 부근에 소박하게 무리지어 핀 억새 풍경, 화려한 가을 단풍 사이에 구불구불 길게 펼쳐진 임존성 풍경은 '한 번 보면 영원히 잊지 못할 멋진 그림'입니다. 
 

 
▲임존성 가을 풍경

잠시 임존성 부근을 거닐며 역사 속 장면을 상상해 봅니다. 그러다가 귓가에 들리는 새소리, 눈에 들어오는 움직임 등을 따라가면서 여러 조류 친구들 찾기 놀이도 합니다. 길가에 피어있는 야생화 친구도 만나고 주변 풍경을 둘러보다 보니 어느새 임존성과 작별 인사를 할 시간입니다.
   
 

▲임존성에서 만난 조류 친구, 박새·큰부리까마귀
 
집으로 가는 길은 자연스럽게 봉수산자연휴양림 코스를 선택합니다. 복원을 마친 앞쪽과 달리 휴양림 길 쪽 임존성은 아직 돌무더기가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현장을 고스란히 만날 수 있습니다. 산모퉁이를 돌면서 시원하게 펼쳐지는 대흥면 일대 풍경은 봉수산 임존성이 건네주는 오늘 마지막 선물입니다. 예정에 없던 즉흥 여행 덕분에 평생 잊지 못할 가을 추억을 얻어간 하루입니다. 
 

 
임존성 주변풍경▲잊지 못할 임존성 가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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