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반갑습니다. 대한민국 충청남도지사 김태흠입니다.
식량 위기와 에너지 대란, 공급망 위기 등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국제공조가 필요한 때입니다.
이런 시기에 우리의 현재를 점검하고 미래를 고민하는 자리가 마련된 것을 매우 뜻깊게 생각합니다.
오늘 제가 말씀드릴 기조연설의 주제는 “바다의 힘”입니다.
존경하는 참석자 여러분,
코로나19가 발생한지 1000일이 다 되어가고 있습니다.
천일동안 코로나 팬데믹은 국가의 안보와 국민의 생명, 그리고 안전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이었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는 봉쇄 조치와 거리두기, 영업 제한과 백신 접종 등으로 이 난관을 헤쳐 나갈 수 있었습니다.
아직 코로나 상황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이제 서서히 일상을 회복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우리에게 남긴 교훈은 하나입니다. “전 세계적 위기 앞에 국경은 없다”라는 사실입니다.
현대의 위기는 초국가적입니다. 국가, 국경이라는 인위적 장벽은 의미가 없습니다.
우리 환황해권에는 이미 코로나19 보다도 훨씬 오래전부터 국경을 초월한 위기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바로 기후변화입니다.
2007년, 운명의 날 시계(The Doomsday Clock)는 기후변화를 지구 종말의 새로운 위협요인으로 추가했습니다.
2019년, 옥스퍼드 사전은 올해의 단어로 기후 비상사태(climate emergency)를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2021년,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는 온실가스 감축과 탈탄소 투자에 관한 ‘글래스고 기후합의(Glasgow Climate Pact)’를 채택하고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천명했습니다.
이러한 고민의 연속선상에서 UN은 2021년부터 2030년까지, 향후 10년을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해양과학 10년”으로 선포했습니다. * UN Decade of Ocean Science for Sustainable Development
코로나19 팬데믹, 기후변화, 생태계 파괴와 같은 전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해양 생태계의 건강과 회복력에 달려있다는 것을 인지한 것입니다.
이렇게 현재, 전 세계는 ‘핵심 기후전략’으로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바다는 세계에서 가장 큰 탄소 흡수원으로서, 우리가 대기 중으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25~30%를 흡수하고 있습니다.
지구온난화로 발생한 초과 열용량의 90%이상도 흡수합니다. 우리가 숨 쉬는 데 쓰는 산소의 최소 50%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류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2050년 무렵에는 바다 내 어류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이번 세기가 끝날 무렵, 열대 산호초도 사라진다고 합니다.
바다의 위기는 우리의 위기이고, 곧 지구의 위기입니다.
우리의 생명과 안전은 해양 생태계의 건강과 회복력에 달려 있습니다.
해양환경과 해양생태계가 파괴되면 우리 인류의 미래도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의 경제, 사회, 문화적 자산의 원천인 황해는 어떤 상황인지 살펴보겠습니다.
2007년 충남 태안 앞바다는 허베이 스피리트호 원유 유출 사건을 겪었습니다. 당시 유출된 원유 1만 900톤은 막대한 해양 환경오염을 일으켰습니다.
이 해양재난을 극복하기 위해 123만명의 자원봉사자가 검은 황해를 찾아 다시 푸른 황해로 변화시켰습니다.
‘태안의 기적’으로 불린 이 사건은 대규모 환경재난을 극복하고 해양환경까지 복원한 성공사례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이러한 대형 재난사고 외에도 적조, 고수온, 저수온, 육상기인 오염물질 유입, 미세플라스틱 등 해양환경과 관련된 문제들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황해의 해양환경과 관련된 문제들은 지방정부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다시 한번 ‘태안의 기적’을 일으켜야 합니다.
정부-NGO-자원봉사자들이 힘을 모았던 것처럼 황해를 둘러싼 한중일 지방정부가 온 힘을 모아야 합니다.
해양환경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지방정부와 국가 간의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해양환경 관리체계를 고도화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저는 한중일 지방정부가 참여하는 동북아 해양환경 협력체(OR 동북아 해양환경 관리체계)를 제안합니다.
여러 나라가 함께 바다를 지키고 해양환경을 보전하는 협력체는 바다를 건강하게 만들고 기후변화의 위기를 극복해내는 견고한 토대가 될 것입니다.
이를 구축하기 위한 핵심 전략은 3가지입니다.
첫째, 지방정부 차원의 국제적인 연대가 필요합니다. 황해는 한국, 중국으로 둘러싸여 있고 일본, 베트남 역시 그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황해의 해양환경 보전을 위해서는 한-중-일 세 나라 지방정부의 협력적 거버넌스 구축이 선결과제입니다.
황해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황해를 둘러싼 지방정부와 국가들의 협력적 네트워크 구축과 공동 프로그램의 실천이 필요합니다.
둘째, 해양환경측정망 구축과 정보 공유를 촉구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UN 해양과학 10개년 계획’은 ‘깨끗한 바다’, ‘건강하고 회복력 강한 바다’를 만들기 위해 과학적인 방법을 사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해양환경을 과학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선 바다가 어떤 상태인지, 그 현상을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이를 위해 황해 전체를 아우르는 해양환경측정망 구축과 측정정보에 대한 공유를 요청합니다.
데이터, 정보, 기술에 대한 개방과 공유가 더 안전하고 예측 가능한 바다를 만들 것입니다.
셋째, 국제 공동조사와 연구의 협력적 추진을 희망합니다.
해양환경의 문제는 특정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전체적으로 광범위한 지역에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발생합니다. 해류에 따라 오염물이 국경을 넘나들며 확산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어느 한 시점에만 발생하고 해결이 되는 문제도 아닙니다. 따라서 장기간에 걸친 광범위한 다국적 조사와 연구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공동으로 이뤄낸 결과물은 각각의 역량을 합산한 것보다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것입니다.
존경하는 참석자 여러분,
충남은 ‘바다의 힘’을 믿고 있습니다.
지난 2021년 충남은 ‘깨끗한 해양환경 만들기 사업’으로 ‘UN 공공행정상(UN Public Service Award)’을 수상했습니다.
충남의 갯벌은 “한국의 갯벌(Getbol, Korean Tidal Flats)”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도 등재되었습니다
충남은 국내 최대·최초 해양생물보호구역인 가로림만 국가해양정원을 추진하고 있으며, 매년 세계인의 축제인 보령 머드축제도 열고 있습니다.
충남은 바다의 힘을 통해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 경제를 살리며 문화를 꽃피울 것입니다.
충남의 도전에 한중일 지방정부도 동참해 주길 기대합니다.
바다를 통한 푸른 회복(Blue Recovery)에 함께 해주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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