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통사찰 예산 법륜사 대웅전과 굴법당 전경。
한여름 산은 눈부시도록 맑은데도
수암산은 그 맑음을 바위 속 깊이 한 번 더 눌러 담습니다
풀들은 낮은 자리에서 더 푸르고
돌들은 햇살을 받아 묵묵히 자신의 색을 완성하면
법륜사는 여름의 눈부심을 그대로 받지 않고
수암산 바위에서 한 번 더 걸러진 빛으로 서 있습니다
도청대로의 끝에서 산길로 접어든 순간
세상은 조금씩 멀어지고 법륜사 오르는 길
갑자기 조용해진 길가 나무들은
서로의 잎을 닦아 주듯 가만히 바람을 나눕니다
이렇게 산길은 잔잔했고 바람은 서두르지 않았으며
내 마음 역시 그 느린 걸음에 맞춰 조용히 낮아집니다
하지만, 높지 않아도 쉽게 다가가게 두지 않습니다
굽어지는 길마다 마음은 하나씩 정리해야 하고
오르며 버려야 할 것들과 오래 붙들고 있던 생각들이
햇빛 아래 조금씩 옅어졌습니다.
산을 오른다기보다
내 안의 무거운 것들을 하나씩 내려놓는 일이었습니다
법륜사 절집은 바위에 기대 조용히 숨을 쉽니다
굳센 바위의 품속에 법당이 앉아 있는 모습처럼
세월이 스스로 몸을 낮춰 한 자리에 머문 듯 보입니다
붙들려 하던 것들이 이제는 손바닥 밖으로 흘러가도
그것이 상실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조용히 가르쳐 줍니다.
오래 공존하는 풍경처럼 절집은 하나의 몸처럼 보입니다
수암산은 높은 산은 아니어도 깊은 산이었고
법륜사는 큰 소리 없이도 오래 남는 절입니다
그 산길과 절집 사이에서 잠시 멈추어 선 한 사람은
삶의 속도를 조용히 고민해 봅니다
더 늦게 걷고, 더 오래 바라보고, 더 적게 말하는 일
이 계절의 법륜사가 내게 남긴 가장 맑은 배움입니다
법륜사는 충남 예산군 삽교읍 도청대로 835길 45 (신리 313-35번지) 수암산(280m) 정상 인근에 있는 한국불교법륜종 소속 전통사찰입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2009년)된 영산재(靈山齋) 중재(中齋)인 내포영산대재(內浦靈山大齋)의 맥을 잇는 사찰로도 유명합니다.

▲ 전통사찰 예산 법륜사 관음전 천수천안11면 관세음보살
창건연대는 석물과 마애불 등 고려 시대 이후 오랜 세월 사찰의 법등이 계승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뚜렷한 기록은 전해지지 않습니다. 현재의 법륜사는 사지에 1900년대 절이 다시 짓고 1945년 중수를 거쳐 ‘통령사’로 불렸다가 1965년 법륜사로 개칭했습니다. 석가여래의 공덕을 찬미하는 불교 노래의식 ‘범패(梵唄)’를 계승한 승려 법인(1903~1986)이 폐사지에 석굴법당과 요사를 중수했고, 1972년 보명 스님이 절을 중수했었는데 2007년 화재로 대웅전과 굴 법당이 전소되는 등 큰 피해를 보았지만, 2009년 중수되었습니다.

▲ 전통사찰 예산 법륜사에서 바라본 내포신도시 전경。
가람배치는 굴법당과 연결해 최근 건립된 대웅전을 중심으로 왼쪽(향우)으로 관음전과 관음보살 입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마당에는 오른쪽(향좌)에 명부전(冥府殿)과 석탑, 석등, 범고루, 요사 등이 있습니다. 이들 전각 대부분 근대에 조성된 것입니다. 경내에 고려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석탑 기단석과 상륜부 일부 등 석물이 남아 있고, 바위 절벽을 파서 만든 굴법당 오른편(향좌) 바위 절벽에는 조선 시대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관음보살과 사천왕상 마애불이 새겨져 있고 왼편으로 산신상이 있습니다.

▲ 전통사찰 예산 법륜사 경내 전경。
법륜사는 불교 문화유산에서 관점에서 중요한 사찰인데 충남 문화유산(2008년)으로 지정된 내포영산대재 때문입니다. 영산재는 49재(사람이 죽은 지 49일째의 제사)의 한 형태로, 영혼이 불교를 믿고 의지함으로써 극락왕생하게 하는 의식입니다. 석가모니 부처가 성불 후 영취산에서 중생에게 법화경(法華經)을 설법하는 ‘영산회상’을 재현한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는데 불교 천도의례 중 대표적인 제사입니다. 북과 징, 요령, 바라, 경쇠 등 반주에 맞춰 어우러진 춤(바라춤, 나비춤, 법고춤)과 소리, 노래 등 종합예술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불교 교리이기에 전국적으로 기본원칙은 같지만, 표현 방법에서 지역적 정서와 지리적 특성이 지방마다 서로 다른 범패선율과 진행 순서, 태징 타법, 작법무가 거행됩니다. 크게 경제(京制, 서울・경기권), 영제(嶺制, 영남권), 완제(完制, 호남권), 중제(中制, 충청권)권역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 전통사찰 예산 법륜사 내포영산대재(10월 17일) 안내문。
내포영산대재의 기원은 분명하지 않지만, 조선 전기 이미 행해지고 있었습니다. 마곡사 계열과 동학사‧신원사 계열, 수덕사 계열 등 3계열로 전승됐습니다. 특히 바라춤은 부드러우면서도 진중하고 매우 화려한 바라 돌림으로 남성적이지만, 나비춤은 날갯짓 춤사위와 다소곳한 발동작으로 여성스러움을, 법고춤은 동작이 경제에 비해 느리게 시작하지만, 점차 빨라지며 넓고 큰 손동작으로 화려한 느낌을 주는 등 경제와 비교해 의젓하고 부드러우며 느린 듯한 동작, 화려한 사위를 특징으로 하고 있습니다.

▲ 전통사찰 예산 법륜사 내포영산대재。 <국가유산청 제공 2011년 대재 시연회1>
야외에 ‘영산회상도’를 거는 괘불이운을 시작으로 찬불 의식에 이어 영혼을 모셔 오는 시련(侍輦), 영가를 대접하는 대령(對靈), 영가가 생전에 지은 삼독(욕심, 성냄, 어리석음)의 벗 뇌를 씻어내는 관욕(灌浴)을 행합니다. 이어 공양드리기 전에 의식 장소를 정화하는 신중작법(神衆作法)과 불보살에게 공양을 드리고 죽은 영혼이 극락왕생하기를 바라는 찬불의례, 축원문 낭독 등 본의식을 마치면 참여한 모든 대중이 함께하는 회향 의식과 참석자가 헤어지는 봉송의례로 마무리합니다. 그동안 국내는 물론 여러 차례 유럽과 중국 등 해외 초청공연으로 예술성을 높였는데 기능보유자 방현이 국가무형유산 이수생으로 지정되었습니다.

▲ 전통사찰 예산 법륜사 내포영산대재。 <국가유산청 제공 2011년 대재 시연회2>
법륜사 경내는 참회문(懺悔門)이 일주문의 역할을 대신합니다. 기단석에 팔부중생을 새긴 사각 기둥 위로 용을 새기고 참회문 현판과 용을 새긴 넣은 석보를 올렸습니다. 보의 뒤편에는 용 대신 봉황과 비천상을 새기고 선열문(禪悅門) 현판을 새겨 넣었습니다.

▲ 전통사찰 예산 법륜사 참회문。
대웅전의 현판이 걸려있는 전각은 굴법당과 연결해 최근 신축된 것입니다. 마치 목탑 모양의 3층으로 신축되고 앞으로는 이전에 굴법당에 있던 석등을 옮겨 좌우에 배치했습니다. 굴법당은 1945년 조성됐는데 2007년 화재로 전소되었다가 2009년 다시 세워졌습니다.

▲ 전통사찰 예산 법륜사 대웅전。
굴법당에는 석가모니삼존불을 중심으로 오른편(향좌)에 16관음상이, 왼편으로 17관음상이 조각되어 있습니다. 석가모니는 연꽃대좌에, 보현보살은 흰코끼리 등의 연꽃대좌에, 문수보살은 푸른사자 등의 연꽃대좌에 앉아 협시하고 있습니다. 이들 삼존불 좌우로는 관음보살과 하늘을 나는 비천상이 봉안되어 있습니다.

▲ 전통사찰 예산 법륜사 글법당 전경。

▲ 전통사찰 예산 법륜사 글법당 석가모니 삼존불。
대웅전 왼쪽 암반에는 온화한 얼굴의 높이 250㎝ 규모의 약사여래마애불이 새겨져 있습니다. 이마에는 백호(白毫)가 있고 반쯤 뜬 눈에 넓적하고 두툼한 코를 갖추고, 입술 선이 매우 세밀하게 조각되어 있습니다. 머리 주변의 두광과 목에 번뇌도(煩惱), 업도(業道), 고도(苦道)의 삼도(三道)가 새겨져 있습니다. 수인은 앞가슴으로 모은 보병(寶甁)을 들고, 양어깨를 모두 덮고 가슴 부분에서 완만한 유(U) 자형을 이루는 통견의 형태입니다. 다만 하부는 조각되지 않았습니다. 마애불 옆으로 매서운 표정의 얼굴만 양각된 상이 있는데, 사천왕상으로 추정됩니다. 불상 앞으로는 가로 125㎝, 세로 63㎝, 높이 23㎝ 크기의 대좌(臺座)에 앞쪽에는 안상(코끼리눈)이 새겨지고 위쪽에는 낮은 홈을 파고 그 위에 발이 조각되어 있는데 뒤쪽으로 가로 50㎝ 세로 20㎝ 크기의 홈이 패여 있어 석조불상 입상을 세우는 용도로 추정되지만, 불상은 유실되어 전해지지 않고 있습니다.

▲ 전통사찰 예산 법륜사 대웅전 옆의 약사여래마애불。

▲ 전통사찰 예산 법륜사 굴법당 입구의 산신상。 .
관음전은 전면과 측면 각 3칸 크기에 다포집 팔작지붕 양식으로 2009년 화재를 딛고 새로 지은 것으로 화려한 단청과 현판 좌우에 용이 조각되어 있습니다. 계단의 좌우에는 코끼리상 등에는 연꽃 받침에 손이 법륜을 받치는 모양을 올렸습니다. 불단에는 천수천안 십일 면 관세음보살을 중심으로 좌우에 관세음보살입상을 각 3구씩 6구가 협시하고 있습니다. 불단의 왼쪽(향우)에는 산신과 칠성탱화가, 오른쪽(향좌)에는 우신중탱화가 봉안되어 있습니다.

▲ 전통사찰 예산 법륜사 관음전。
천수천안 관음은 천 개의 손과 눈을 가진 관음보살로 천 개의 자비로운 눈으로 중생을 바라보고, 천 개의 자비로운 손으로 중생을 구도한다는 의미입니다. 십일면관음은 전면과 좌우 면에 각 3개씩, 전면과 뒷면에 1개씩 모두 11개의 얼굴 모습으로 중생을 구제한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관음보살 입상은 안쪽에서부터 경책과 정병, 연봉오리, 만개한 연꽃을 들고 있습니다.

▲ 전통사찰 예산 법륜사 관음전 법당 전경。
관음전 옆의 관음보살입상은 사자의 등에 연꽃 좌대를 올리고 그 위에 관음보살이 오른손을 가슴에 들어 올리고 왼손은 경전 두루마리를 들고 서 있습니다. 입상의 좌우에는 금강역사가 관음보살을 수호하고 있습니다.

▲ 전통사찰 예산 법륜사 관음보살입상 전경。
명부전은 전면 3칸, 측면 2칸의 다포집, 팔작지붕 양식입니다. 전면의 철제 테두리는 영산재에 사용되는 대형 불화인 괘불을 걸수있도록 설치된 일종의 ‘당간’으로 보입니다. 명부전은 원래 지장보살과 시왕을 봉안하는 전각인데 이곳은 지장보살을 봉안하고 지장시왕은 후불탱화로 걸었습니다. 불단에는 지장보살을 중심으로 합장한 도명존자와 관독을 쓴 무독귀왕이 경궤를 들고 협시하고 있습니다.

▲ 전통사찰 예산 법륜사 명부전。

▲ 전통사찰 예산 법륜사 명부전 불전。
명부전 앞 마당에는 근래 새워진 5층 석탑이 있는데 2단의 기단에는 면마다 관음보살 2구씩이, 1층 탑신에는 면마다 부처가 새겨져 있습니다. 사찰측에서는 석탑에 부처님 진신사리를 안치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 전통사찰 예산 법륜사 5층석탑。
맞은편 요사에는 법륜범음대학(法輪梵音大學) 현판이 걸려있고 맞은 편 범고루에는 북과 운경, 목어가 매달려 있습니다. 이와 함께 범고루에 앉아 산아래 시원스레 펼쳐진 내포신도시를 바라보도록 의자와 탁자가 설치되어 방문객에게 사색의 공간을 마련해주고 있습니다.

▲ 전통사찰 예산 법륜사 요사(법륜범음대학)。

▲ 전통사찰 예산 법륜사 범고루。
법륜사가 있는 수암산(秀岩山)은 이름 그대로 곳곳에 기묘하고 빼어난 모양의 바위들이 많은 데다 이들 하나하나에는 전해지는 이야깃거리가 풍성합니다. 정상 인근 굴러떨어질 듯 위태로운 ‘할미바위’는 할머니와 손자의 애틋한 정이, 억울한 누명에 유명을 달리한 아버지의 원수를 갚은 오형제 이야기를 담은 ‘오형제바위’, 세심천온천과 이어진 솔바람 길 입구 5.5m 높이의 ‘삽교 석조보살입상’ 등입니다. 덕산온천과 수덕사 등 관광지도 많은 데다 삽교국밥과 광시한우, 수덕사 더덕정식 등 맛집들이 즐비해 피서철 가족 나들이로도 훌륭합니다.
< 예산군 법륜사 >
○ 위 치 : 충남 예산군 삽교읍 도청대로 835길 45 (신리 313-35번지)
○ 연락처 : 041-337-6609
○ 운 영 : 연중무휴 (일몰 이후 출입제한)
○ 입장료 및 주차장 : 무료 (사찰 인근 간이 주차장)
○ 취 재 : 2026년 7월 24일 등
< 참고문헌 >
방현. (2017). 중제 영산재 연구. 원광대학교
방현. (2014). 백제 문화권 내포 지역 영산재 작법 연구.
성기숙. (2022). 내포의 불교문화와 무형유산 論考. 한국전통공연예술학, 7, 81-127.
오진희. (2015). 무형유산 활성화에 대한 고찰: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영산재’ 중심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탈 통합검색(https:www.heritage.go.kr)
충남지역의 문화유적 – 예산편 (백제문화개발연구원, 1988)
국가유산청 국가유산정보(https://www.khs.go.kr)
충남디지털문화유산(https://www.chungnam.go.kr)
한국학중앙연구원 – 향토문화전자대전(https://www.ak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