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청소년에게 ‘손기술로 여는 미래’를 보여주고 싶다는 그녀 더뿌리살롱 서은형 대표
“고등학생 때 집안 형편이 기울었어요. 그때는 대학을 꿈꿀 수가 없었죠.”
말끝은 담담했지만, 한 문장 안에는 오래된 포기와 버텨온 시간이 함께 묻어났다. 대산 쪽 공단 이야기로 시작된 대화는 한 여성의 생계와 배움, 그리고 다시 ‘가르치는 일’로 돌아온 선택을 따라 천천히 흘러갔다.
지난 2일, 서산시 호수공원3로31에 위치한 ‘더뿌리살롱’에서 서은형 원장을 만났다. 지난해 진로박람회에 참여했던 경험을 떠올리던 그녀는 학창 시절 아버지의 일자리 문제로 삶의 궤도가 크게 흔들렸다고 말했다.
“그때는 엄마도 전문직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아빠를 도와줄 수가 없었고, 그러다 보니 집안 전체가 기울었어요.”
그녀가 택한 길은 국비 교육과정이었다. 고등학교 졸업 직후, 배움을 곧장 생계로 연결해야 했던 선택. 그 선택은 어느새 ‘미용인’이라는 정체성이 됐고, 시간이 흐르며 ‘아이들의 진로를 돕는 사람’이라는 꿈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대학 못 간 마음, 서울로 주말학교 다니며 채웠죠”
서 원장은 “그냥 학교만 다니고 졸업만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 ‘그냥’이 얼마나 무거운 단어인지 알게 된다. 당장 돈이 필요했고, 생활을 이어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졸업한 해 3월, 국비로 수강할 수 있는 미용 교육과정에 등록했다. “1년 과정으로 배우고, 바로 취업했어요.” 이후 성업하던 미용실에서 약 3년간 일한 뒤, 자신이 다녔던 학원에서 강사 제안을 받았다.
“가르치는 일은 재미있었어요. 아이들이 알고 싶어 하는 모습이 예쁘더라고요.”
강사 생활은 5~6년가량 이어졌다. 주말·공휴일 없이 돌아가던 미용실 현장과 달리, 교육기관은 일요일과 공휴일에 쉬는 구조였다. 그 ‘쉼’은 그녀에게 또 다른 배움의 문이 됐다.
“제가 대학을 못 갔으니까요. 쉬는 날엔 서울로 공부하러 다녔거든요.”
당시에는 지금의 학점은행제와 비슷하게, ‘주말에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과정’이 있었다고 한다. 졸업까지 이어가진 못했지만, 부족했던 학업에 대한 갈증을 채우는 시간으로 기억했다.

▲ 미용실에서 헤어 스타일링을 하고 있는 서은형 원장
“미용업계요? 요즘은 ‘셀프’가 너무 강해요”
인터뷰 후반부, 그녀는 미용업 전반에 대한 체감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요즘은 온라인이 너무 잘 돼 있잖아요. 경기가 안 좋아지면 염색도 셀프로 하고, 아이들 머리 자르는 것도 유튜브 보고 하시고요.”
교육 콘텐츠가 많아지고, 전문가들도 매체를 통해 기술을 나누는 흐름이 커지면서 ‘미용실의 역할’은 예전 같지 않다고 했다. 무엇보다 미용은 먹고살기 위한 필수 지출이라기보다, 자주 하진 않는 소비에 가깝다 보니 경기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기술직의 미래에 대해선 희망을 놓지 않았다.
“AI가 와도 미용은 디테일한 손기술이잖아요. 다른 분야보다 변화가 늦게 오긴 할 거예요.”

▲ 청소년에게 ‘손기술로 여는 미래’를 보여주고 싶다는 그녀 서은형 대표
“진로박람회에서 느꼈어요. 애들이 ‘알고 싶어 하는 눈’이 있다는 걸”
그녀가 요즘 가장 마음을 쓰는 건 진로교육이다. 계기는 가까운 곳에서 시작됐다. 큰아이가 중학생이 되며 학교 교육 시스템이 달라졌다는 걸 체감했고, ‘나 같은 사람도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뭔가를 해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인스타그램에서 관련 안내를 접했고, 협회 교육을 받으며 ‘진로 체험’ 활동에 발을 들였다. 그녀는 진로박람회 현장을 떠올리며 말했다.
“재미있었어요. 알려주는 것도 재미있지만, 그렇게 알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예쁘더라고요.”
다만 아이들은 관심은 있어도 ‘손으로 하는 일’ 앞에서 망설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녀는 어렵고 위험한 기술 대신, 누구나 쉽게 해볼 수 있는 체험(끈을 활용한 간단한 스타일링 등)으로 문턱을 낮췄다.
“결과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런 직업도 있다’는 걸 보여주러 간 거였어요.”

▲ 청소년에게 ‘손기술로 여는 미래’를 보여주고 싶다는 그녀
“아이들이 꿈이 없다고요? 저는 ‘주관’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두 딸의 엄마이기도 한 그녀는 요즘 아이들에 대해 “학업에만 치중된 분위기 속에서 자기 주관이 약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학생이니까 공부를 해야죠. 근데 그걸 떠나서 주관이 있었으면 좋겠고, 밝았으면 좋겠어요.”
그녀가 말하는 ‘진로’는 단지 직업을 고르는 문제가 아니다. 좋아하는 일을 찾고, 그 일로 돈도 벌며 삶의 질도 함께 높여가는 방향이다. 그래서 그녀는 아이들에게 미용이든 다른 일이든 “한 번 두드려보라”라고 말한다.
특히 사교육 중심의 고액 미용학원 시스템에 대해선 현실적인 문제도 짚었다.
“10대 애들이 코스별로 몇 백만 원 내고 배우라고 하면 못해요. 한 달 나가고 안 나가고… 포기하는 경우 많잖아요.”
그녀는 대안으로, 샵에서도 소수 인원으로 1대1 또는 2대1의 맨투맨 형태로 필요한 만큼만 배워도 진학·진로 설계에 충분히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학교와 연계한다면 한 클래스 단위로도 운영할 수 있어 더 많은 학생에게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구상도 덧붙였다.
※취재일: 2025년 2월 2일
#서은형원장,
#더뿌리살롱,
#헤어디자이너,
#직업교육,
#진호체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