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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반응도 놀이”라는 특수 교사의 기록을 담은 책 출간

〔인터뷰〕 중증 장애아와 함께 노는 법을 기록한 서산시 이삭특수어린이집 유서연 교사

  • 위치
    충남 서산시 죽성동 3
  • 등록일자
    2026.02.02(Mon) 22:26:33
  • 담당자
    뽀글이 (vmfms0830@naver.com)
  • 중증 장애아와 함께 노는 법을 기록한 유밀레 유서연 교사

    ▲ 중증 장애아와 함께 노는 법을 기록한 유밀레 유서연 교사


    "이삭이들을 하나하나 소중히 주워 품는 교사가 되고 싶다는 뜻이에요."


    지난 1월 30일, 서산 이삭특수어린이집에서 만난 교사 유서연(필명 유밀레) 씨는 자신의 필명에 담긴 뜻을 이렇게 설명했다.

    ‘유밀레’라는 이름에는 그녀의 교육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어린이집 이름 ‘이삭’과, 「이삭줍는 여인들」로 잘 알려진 화가 밀레에서 따온 이름이다. 작은 이삭 하나도 허투루 지나치지 않고 품에 안는 사람처럼, 아이 한 명 한 명을 소중히 돌보고 싶다는 마음이 담겼다.


    최근 교보문고 등에서 전자책으로 출간된 그녀의 놀이 자료집 '내 오빠, 내 언니, 내 동생과의 시간 뇌병변장애아동의 형제와 함게 하는 놀이 50가지' 역시 같은 마음에서 출발했다. 중증 장애아동과 함께할 수 있는 놀이 활동을 담은 이 책은, 화려한 교구나 복잡한 프로그램 대신 아이의 작은 반응을 존중하는 시선을 담고 있다.

    책 출간과 함께 그녀는 가장 먼저 ‘이삭 가족’들에게 이 자료를 전했다. 전자책이지만, 일부는 직접 출력해 손에 쥐여주기도 했다.


    "개인 참고용으로만 사용해 달라고 부탁드렸어요. 그래도 먼저 함께 나누고 싶었어요."


    아이와 가족, 그리고 교사가 함께 만들어온 시간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기도 했다.


    ‘낚시 놀이’를 활용한 감각·집중 놀이 활동 장면

    ▲ ‘낚시 놀이’를 활용한 감각·집중 놀이 활동 장면


    "누워 있는 아이들도, 저마다 말하고 있었어요"


    유 씨는 초임 시절 4~5년 동안 연달아 누워 지내는 중증 뇌병변 장애아동들의 담임을 맡았다. 처음에는 별다른 반응이 없는 아이들처럼 보였다.

    그냥 가만히 누워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그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발견했다.

    "눈빛, 호흡, 손끝의 움직임… 아이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있더라고요.

    "그 깨달음은 그녀의 교육관을 바꿔놓았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아이’가 아니라, ‘자기만의 언어로 말하는 아이’로 바라보게 된 것이다.

    "그때부터 아이를 대하는 제 태도도 완전히 달라졌어요."


    촉감·감각 탐색을 중심으로 한 오감 놀이 활동 장면

    ▲ 촉감·감각 탐색을 중심으로 한 오감 놀이 활동 장면


    태국과 일본에서 배운 ‘거창하지 않은 놀이’


    유 씨에게 해외 견학은 또 하나의 전환점이었다. 전국장애아동보육협의회 주관으로 여러 나라의 장애아동 보육기관을 방문하며 그녀는 다양한 현장을 직접 경험했다.

    특히 태국에서 본 풍경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시설이 너무 열악했어요. 아이들이 누릴 수 있는 경험 자체가 너무 제한적이라는 느낌을 받았죠."


    그녀는 그곳에서 ‘환경이 아이들의 가능성을 얼마나 좌우하는지’를 실감했다고 했다. 아이들도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일본에서 만난 현장은 전혀 달랐다. 화려한 시설보다 일상의 재료를 활용한 놀이가 중심이었다.


    "종이, 천 같은 소소한 재료로도 아이들과 충분히 즐겁게 놀고 계시더라고요."


    그 모습은 그녀에게 중요한 질문을 남겼다. 놀이가 꼭 거창할 필요는 없다는 걸 알게 됐다.이 경험들은 훗날 책의 방향을 정하는 기준이 됐다.


    빛과 그림자를 활용한 놀이 활동 장면

    ▲ 빛과 그림자를 활용한 놀이 활동 장면


    "부모님들이 가장 많이 묻는 말은 ‘뭘 해줘야 하나요’ 였어요"


    현장에서 유 씨가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은 단순했다.

    "선생님, 집에서는 뭘 해줘야 할까요?"

    특히 누워 지내는 아이를 돌보는 부모일수록 불안은 컸다.

    "잘못 자극하면 안 될 것 같고, 괜히 힘들게 하는 건 아닐까 걱정하세요."

    그러다 보니 점점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태에 머무르게 된다.

    "사실 그 안에는 ‘내가 잘 못할까 봐 무섭다’는 마음이 있어요."

    유 씨는 이 부담을 덜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이 책은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게 해주고 싶어서 만들었다고 했다.

    그녀는 놀이의 기준을 아주 낮게 잡는다. 잠깐 시선을 주고받는 것, 손끝이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놀이.


    친구와 함께하는 협동·신체 감각 놀이 장면

    ▲ 친구와 함께하는 협동·신체 감각 놀이 장면


    형제자매도 ‘부담 없이’ 함께하는 놀이


    책에는 형제자매와 함께하는 놀이도 함께 담겼다. 이 역시 현장에서 얻은 고민에서 출발했다.

    "형제자매들도 많이 힘들어요."

    동생이나 형이 아프다는 이유로 늘 조심해야 하는 존재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시끄럽게 놀면 안 될 것 같고, 실수하면 안 될 것 같고.

    그래서 그녀는 형제자매를 ‘도와야 할 역할’로 설정하지 않았다.


    "그냥 함께 있어도 되는 존재로 남았으면 했어요."


    같은 공간에 머무는 것 자체를 놀이로 인정하고 싶었다. 같은 음악을 듣고, 같은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블록 도미노 놀이를 활용한 집중·문제해결 놀이 활동 장면

    ▲ 블록 도미노 놀이를 활용한 집중·문제해결 놀이 활동 장면


    "조금이라도 덜 부담스럽다면, 그걸로 충분해요"


    유 씨의 책은 매뉴얼이 아니다. 정답도 없다. 어떤 날은 한 장만 봐도 되고, 어떤 날은 덮어둬도 괜찮다.

    원래는 해외 현장의 교사들을 위해 준비한 자료였지만, 일상의 재료로 구성해 가정에서도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녀는 이 책이 특별한 성과를 내길 바라지 않는다.


    "아이와 가족이 함께 있는 시간이 조금이라도 덜 부담스럽고, 조금이라도 따뜻해지면 충분해요."

    그리고 그녀의 시선은 이미 국경 너머로도 향하고 있다. 유 씨는 현재 해외판 출간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미국, 유럽, 동남아, 일본까지 여러 지역에 닿을 수 있도록 번역과 출간을 추진하고 있다.

    "더 열심히 해서 여러 나라의 많은 장애아동 가족들에 닿을 수 있도록 해보겠다"는 말에는, 이삭을 주워 품겠다는 다짐이 다시 한 번 담겨 있었다.


    썰매를 활용한 대근육·균형 감각 놀이 활동 장면

    ▲ 썰매를 활용한 대근육·균형 감각 놀이 활동 장면


    작은 눈빛과 미세한 손끝의 움직임에도 의미를 부여하는 교사. 

    유밀레의 기록은 ‘놀이’라는 이름으로 가족의 마음을 조금 더 가볍게, 조금 더 따뜻하게 옮겨 놓는다. 

    동시에 그것은 놀이에 대한 새로운 정의이자, 돌봄을 전하는 또 하나의 언어이기도 하다.



    ※취재일: 2026년 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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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증장애아동, #유서연, #이삭특수어린이집, #장애아놀이, #유밀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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