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어권 중 미국 4대예술상 최초 석권
백제 잇는 문화강국의 힘과 의미 알려야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3>가 공개 직후부터 글로벌 OTT 순위집계 사이트에서 전 세계 TV쇼 부문 1위에 올랐다고 한다. 최대 93개국 1위를 기록하면서 <오징어 게임>이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켰는데, 이처럼 세계적인 것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글로벌’이라는 말을 붙인다. BTS나 블랙핑크 같은 아이돌그룹이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K-POP의 인기가 글로벌해졌고, 이어서 K-뷰티, K-푸드 등 K를 앞세운 우리의 많은 콘텐츠들이 세계적인 관심과 사랑을 점점 더 받고 있다.
그런데, 최근 또 하나의 K-콘텐츠가 미국에 진출해 큰 성과를 거뒀다. 한국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공연계의 아카데미상이라는 <토니상> 시상식에서 무려 6개 부문 상을 휩쓰는 엄청난 쾌거를 올린 것이다. 전 세계에 K-뮤지컬의 저력을 알린 이 ‘사건’은 여러 매체의 찬사를 받고 있는데, '어쩌면 해피엔딩'의 토니상 수상으로 대한민국은 미국 4대 예술상, 즉 오스카상(영화), 그래미상(음악), 에미상(방송), 토니상(공연)을 모두 석권한 최초의 비영어권 국가로 기록됐다.
뮤지컬의 본고장이라는 브로드웨이에 K-뮤지컬의 깃발을 꽂고 <토니상> 주요 부문을 석권한 '어쩌면 해피엔딩'은 2016년 국내 초연 이후 꾸준히 사랑받아온 한국 창작 뮤지컬로, 오래된 아파트에 살고 있는 구형 로봇 '올리버'와 외부와 단절된 채 살아가는 인간 '클레어'가 우연히 만나 잊지 못할 여정을 함께하는, 가까운 미래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이번 시상식에서 각본상과 작사·작곡상을 수상한 ‘어쩌면 해피엔딩’의 박천휴 작가와 윌 애런슨 작곡가는 한국 뮤지컬계에서 이미 수많은 명작을 함께 만들어 온 환상의 짝꿍으로, 한국 뮤지컬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이 콤비가 뮤지컬의 본고장에 K-뮤지컬을 깊게 각인시킨 것이다.
'어쩌면 해피엔딩'이 K-뮤지컬의 세계 경쟁력을 증명했다면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한국 문화 전반이 세계적 경쟁력이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꼽히고 있다. 넷플릭스에서 공개돼 여러 나라에서 1위를 차지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K-POP을 모티브로 한 애니메이션으로, 미국 소니픽처스가 만든 콘텐츠다. 우리나라가 배경일 뿐 아니라 우리나라 K-POP 프로듀서들이 직접 OST에 참여해 음악적 완성도를 높였다고 한다. 이 애니메이션에는 또, 우리 전통 무속신앙과 우리 민화 ‘작호도’의 호랑이와 까치가 나오는 등 한국 전통문화 소재들이 곳곳에 등장하고 있는데, 해외 팬들의 관심이 국립중앙박물관으로도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식당에서 수저를 놓기 전 냅킨부터 세팅하는 디테일한 설정까지 있는 걸 보면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제작진들은 대한민국의 소소하고 디테일한 문화까지 조사하고 표현하면서, K-컬처 전반을 작품에 담아내려한 것 같다. 우리도 잊고 있던 우리 전통문화는 물론이고, 현(現)시대의 문화까지 상품성을 인정한 셈이라고 할까.
한편, 얼마 전 뉴욕타임스는 ‘21세기 최고의 영화 100편’ 중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1위로 선정했다. 100편 안에 <올드 보이> 43위, <살인의 추억>은 99위로 이름을 올렸다. 세계 경제와 문화의 초강대국이라는 미국에서 우리 대한민국이 문화의 힘이란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 역사 중 이렇게 문화의 힘을 주변국에 전했던 나라라면 삼국시대의 백제가 있다. 수준 높은 예술문화를 꽃피웠던 백제는 중국과 한반도, 일본을 잇는 동아시아 문화 교류의 중심지로 고대 삼국 중 다른 나라와의 교류가 가장 활발한 나라였다. 삼국시대 문화강국 백제의 여러 유적이 보존돼 있는 백제역사유적지구는 올해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1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해 백제세계유산센터와 백제역사유적지구는 다양한 기념행사를 마련했다고 한다. K-POP의 글로벌한 인기와 K-컬처 여러 분야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일회성이 아님을 느끼게 되는 이때, 백제 문화의 힘을 느낄 수 있는 그곳에서 우리가 가진 문화의 힘에 대해 생각해 봐도 좋겠다. 백범 김구 선생이 그토록 바라던 ‘높은 문화의 힘으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로 발돋움하는 대한민국의 모습에 자부심을 느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