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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간식거리 주재료 엿기름을 기르고

느림의 미학 앞에서 겸손해야 맛있는 음식이...

2012.11.12(월) 00:10:39김기숙(tosuk48@hanmail.net)

▲일주일째 되는 보리의 변신


벌서 11월이다. 2013년도 달력이 벌써 나와서 12월 한 장 남은 달력을 자꾸 쳐다본다. 금년 날씨는 유난히도 농민들을 애태웠다. 여름에는 가뭄이 길어서 모내기를 늦게 하거나 포기하는 농부들이 많았다. 요즘  때 아닌 불청객인 가을비가 하루걸러 사흘 걸러 오는 바람에 농부들은 울상이다.

지금 들판에는 벼를 베지 못한 논이 우리 동네에도 더러 있다. 콩 바심도 다 못했다. 가을일이 뒤죽박죽이다. 마당질 끝나기를 기다리다 하는 수 없이 농사지은 겉보리 100kg를 물에 담갔다. 보리가 적으면 자루나 시루에 길러도 되지만 보리가 많을 때는 벼를 말리는 검고 기다란 멍석에다 기른다. 아무리 많아도 괜찮다. 보리를 깨끗이 씻어서 물에 담가 하루만에 건져서 놓아두면 뿌리가 나오고 싹이 나올 때는 열이 난다. 찬물을 주면서 골고루 헤쳐 주어야 한다.

열이 날 때 그냥 두면 썩어 버린다. 손으로 만져보아서 열이 날 때마다 수시로 밤이나 낮이나 물을 주어야 한다. 엿기름 기르기는 잔손이 많이 가는 기술이 필요하다.

 

▲물을 주면 물이 새도록  망 밑에 어느것이라도 받쳐 주어야  한다. 엿기름이 싹이나면 부피는 두 배가 넘는다.


싹이 나서 말린 보리의 변신, 간식거리의 주재료가 되고 산약이 되기도 한다. 장작불로 가마솥에 고아 조청을 만들어 인절미에 찍어먹고 눈 내리는 깊은 겨울 밤 밥알 동동 뜨는 식혜는 누구라도 좋아하고 자주 먹는 자연 간식이다.

만들기에 번거롭지만 느림의 미학앞에서 겸손해야 맛있는 음식이 된다. 엿기름을 기르는 시간 일주일 말리는데 열흘이다.

엿기름은 필자에게 필수식품이다. 간식거리 뿐만 아니라 약이되기도 한다. 엿기름 가루를 고운체에 내려서 음식을 먹고 체했을 때 한 숟가락 물에 타서 먹으면 체한 음식물을 삭여서 내리기 때문에 낫는다. 그리고 산모가 젖을 말리고 싶을 때도 엿기름물을 수시로 먹어도 무방하다. 이 모든 것은 친정어머니로부터 보고 듣고 배운 지식이다.

걱정만 하던 엿기름을 잘 길러 놓으니까 올 겨울 간식거리 재료는 준비된 것이다.  마당질이 다 끝나면 콩깍지며 마당가에 널브러진 낙엽 등 부산물을 긁어모아 가마솥에 엿을 고아 조청을 만들고 고추장도 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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