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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여름 배롱나무꽃을 찾아, '연산향교'

2020.09.13(일) 22:07:52낯선일상으로의초대(withknit@naver.com)


 
휴게소나 식당 등 다중이용시설을 찾기가 조심스러운 시국이라 편도 한 시간 이상의 거리는 자제하는 요즘, 사람이 많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걸을 수 있는 곳을 찾다가 알게 된 ‘연산향교’를 다녀왔다.
 
기호학파가 번성했던 선비의 고장이라는 논산에는 서원과 향교가 많은데, 예로부터 서원과 향교·고택 등에 배롱나무를 많이 심었던 까닭에 여름이면 배롱나무꽃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명재고택, 종학당, 유봉영당, 돈암서원 등 오래되고 풍성한 배롱나무꽃을 볼 수 있는 곳이 많아 자주 찾았던 논산인데, 연산향교는 올해 처음 알게 되어 찾았다. 찾아가는 길목부터 모든 것들이 참 좋았다.
 

 
연산향교는 충남 논산시 연산면 재래시장 근처의 철길 건널목을 건너편 마을 끝자락에 위치해 있다. 하늘에 구름이 좋은 날이라 철길 건널목마저도 그 풍경이 멋져 일부러 차를 세우고 사진을 몇 장 담아본다.
 

 

 
마을 어귀의 푸른 논과 봉숭아꽃 몇 포기가 오랜만의 산책길을 반갑게 맞아준다. 배롱나무꽃을 찾아가는 길이라 그런지 논가의 배롱나무 묘목을 재배하는 곳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차를 세웠다.
 

 
마을 어귀부터 향교까지는 중앙선이 따로 없는 좁은 외길이다. 다니는 차가 많지 않아 차를 가지고 올라가도 관계없지만, 마을 꽃길도 예쁘고 하늘도 좋은 날이라 마을회관 앞 주차공간에 차를 세워두고 천천히 걷는다.
  

 
아직 몇 송이 남아 있는 능소화도 반갑고, 누구의 손길인지 다양한 꽃들을 심어놓은 길이 참 곱고 정겹다. 멀리 홍살문이 보이고 드디어 만난 연산향교. 
 

 
연산향교는 1398년 조선 태종 때 현유의 위패를 모시고 지방민의 교육을 위해 창건된 곳으로 조선시대까지는 유생을 가르쳤으나 갑오개혁 이후 신학제 실시로 교육적 기능은 사라지고 제향의 기능만 남게 되었다고 한다.
 

 
향교는 바깥대문인 외삼문과 유생들이 생활하는 동재와 서재, 유생들이 공부하는 명륜당, 사당인 대성전으로 이루어져 있다.
 

 
연산향교는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외삼문은 닫혀 있지만, 오른편의 작은문을 통해 관람이 가능하다. 문을 열자마자 붉은꽃 가득한 배롱나무를 만날 수 있었다. 올해 여름에는 기후의 영향으로 풍성한 배롱나무꽃이 귀했던 만큼 늦은 여름에 만난 이 풍성함이 더 반가웠다.
 

 
협문을 열어 들어서는 순간 고운 배롱나무꽃 나무가 반긴다. '와!' 하고 탄성이 절로 나온다.
 

 
배롱나무꽃을 보며 사방에서 열심히 셔터를 누르다 보니, 화려한 단청과 어우러진 장면이 가슴 가장 깊이 들어온다. 꽃이야 어디에 있든 아름답지 않은 꽃이 있겠냐마는, 배롱나무꽃은 한옥의 기왓장이나 토담과 함께일 때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해 왔는데, 단청과 나란히 있는 모습이 더없이 수려해 화각을 이리저리 바꿔가며 담다 보니 벌써 셔터 누르기가 수십 번이다.
 

 
내삼문과 함께 담긴 배롱나무꽃은 연산향교의 백미가 아닐까 싶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가장 많은 사진을 담는 곳이기도 하다.
 

 
발길을 돌리려는 순간, 향교를 관리하시는 분을 만나 배롱나무꽃의 풍성함을 이야기하다가 감사하게도 내삼문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서 만난 대성전의 정갈한 모습도, 대성전에서 바라본 내삼문의 아름다운 모습도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큰 기대 없이 그저 천천히 산책이나 해 보려고 나선 길에서 올여름 최고의 풍경을 만나고 왔다. 여름날의 시골풍경과 배롱나무꽃 활짝 핀 연산향교의 아름다움은 향교를 뒤로 하고 돌아오는 내내 자꾸만 뒤돌아보게 만들었다. 그 아쉬움은 내년 이 계절이 돌아왔을 때 아마도 나를 또 이 길로 이끌지 않을까.

연산향교
-충남 논산시 연산면 관동1길 8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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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 수정일 : 2023-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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