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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밀리언셀러 '인간시장'의 저자, 논산 김홍신문학관에 가다

바람으로 지은 집

2020.08.11(화) 17:47:12여행작가 봄비(springlll8@naver.com)


 
"인간시장을 모른다고?"
일행 중 한 명은 놀라움에 다시금 되묻는다.
"그렇게 유명한 작품이에요?" 나는 고개를 갸우뚱.
 
김홍신 작가의 '인간시장'은 1981년 '주간한국'에 연재된 장편소설이다.
이 소설로 인해 김홍신 작가는 국내 최초 밀리언셀러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다.
 

 

 
현재 논산시 내동에 자리한 김홍신문학관은 들어가는 입구부터 남다른 건축미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120평 규모의 집필관과 268평의 문학관으로 구성된 김홍신문학관은 지하 1층부터 3층까지 그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보기에는 아늑한 공간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공간 활용도에 한 번 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이 문학관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단어는 바로 '바람'이다.

문학관의 건축 이념은 '바람으로 지은 집.' 막아야 하는 부분만 막고, 나머지는 자연의 빛과 바람이 잘 통하는 공간을 마련해 유기적 흐름으로 연결되도록 지었다. 이곳저곳에서 빛과 바람이 건물 안으로 스며든다.
 
건물 내로 빛과 바람이 스며든다는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인데, 도시에서는 이색적인 풍경이다.
자연이 스며든 집, 바람으로 지은 집!
 

 
문학관 1층으로 들어가면 다이얼로그를 주제로 한 2층 높이의 책장이 보인다. 어마어마한 규모다. 책들이 마치 하나의 미술 작품처럼 전시되어 있다.

'작품의 공간'이라 불리는 2층으로 올라가면, 1층에서 겨우 보였던 서재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이 책장에 진열된 책들은 전부 다 김홍신 작가의 작품이라고 한다.
 
한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많은 작품을 출간할 수 있었을까?
 

 
김홍신 작가는 소설뿐만 아니라 시, 수필, 동화까지 거의 10개의 장르를 넘나들며 136권의 책을 출간했다고 한다. 그중 가장 유명한 작품이 바로 "인간시장"이다.
 
인신매매의 본거지와 창녀촌을 배경으로 한 소설 "인간시장"은 우리 사회의 모순을 폭로하고 당시의 세태를 고발해 큰 인기를 끌었으며, 드라마 역시 소설만큼이나 큰 인기를 끌었다.
 
문학관 한편에는 "인간시장"이라 적힌 비디오테이프가 정감 있게 진열되어 있다. 예전에는 새로운 비디오가 출시되면 들뜬 마음으로 비디오 가게에 들르곤 했었는데, 오래된 비디오 테이프를 보니 그때의 그 설레이는 발걸음이 다시금 생각나는 것 같다.
 

 

 
지하 1층에는 인간시장과 관련된 상영관과 무대가 있어 소설을 모르는 세대들에게도 유용한 공간이다.

작품 관람 시간은 세 시간 정도다. 어떤 작품이 상영될까 궁금증을 자아냈지만,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잠시 문을 닫은 상태.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작가의 공간'이라 불리는 1층을 둘러본다.
 
1층은 작가의 작품 세계를 탐색하는 공간이다.
 

 
직접 자필로 쓴 글과 그의 책상 중 일부를 전시한 '작가의 방'까지 다 둘러보니 왠지 모를 열정이 느껴진다.
 
책상 한편에는 만년필로 빼곡하게 쓴 원고가 수북이 쌓여 있다. 생각보다 작은 나무 책상과, 일정을 빼곡하게 기록된 달력까지 그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공간이다.
 
김홍신 작가는 아직도 타자기보다는 자필로 직접 작품을 쓴다고 한다. 수고로움이 두 배는 더 들 것이다. 많은 내용을 빠르게 작성하기보다는 한 자 한 자 쓰면서 내용을 되새기고 다듬는 과정.
 
때론 빠른 것보다 느린 것이 더 아름답게 다가올 때가 있다. 자필로 쓴 원고가 책 한 권으로 완성되면 어떤 기분일까?
 

 
전시장 한 편에는 원하면 가져갈 수 있도록 직접 자필로 쓴 원고의 복사본도 놓여 있다.
 

 

 
김홍신 작가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는 김홍신문학관은 논산시에서 직접 지은 문학관이 아니라, 그를 응원하는 고향 후배들과 남상원 회장의 후원으로 건립된 문학관이라고 전해진다.
 
"검정색과 빨간색으로 된 로고의 의미를 아세요?"
큐레이터의 말에 상상력을 발휘해본다. 동그라미 두 개,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는다.

"검정색은 잉크 한 방울을 형상환 것이고, 빨간색을 피 한 방울을 형상화한 거예요."
딱 그의 정신을 느낄 수 있는 로고다. 뭐 하나 허투로 만드는 법이 없지.
 

 

 
마지막으로 1층 카페에 들른다. 딸기로 유명한 논산에 왔으니 딸기 주스 한 잔 주문하고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자리에 앉는다.
 
김홍신문학관에서는 그와 관련된 수많은 기사와 책, 인터뷰와 칼럼 등 김홍신 작가의 작품 활동을 들여다볼 수 있다.

"인간시장"을 모르는 세대에게는 새로운 문학의 세계를 열어줄 수 있고, "인간시장"을 아는 세대에게는 추억의 상자를 열어줄 김홍신문학관,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방문하기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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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 수정일 : 2023-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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