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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날의 진산성지

2024.05.03(금) 09:43:13수화(nabiewha@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비 내리는 날의 진산성지


비 내리는 날의 진산성지 사진

봄 비가 하루 종일 장마 비처럼 내리는 토요일에 진산성지로 향했습니다. 진산성지는 역사적으로 진산사건이라고 하는 윤지충(바오로)와 권상연(야고보)가 윤지충의 어머니의 모친 상에 유교식으로 행하지 않고 교회의 가르침대로 신주를 불 태움으로 국가가 패륜이라 단정지어 극형에 처한 사건이라고 하는 정도의 지식만 갖고 성지로 향했습니다.

성지에 도착하니 10시였습니다. 미사 시간은 11시여서 진산역사문학관에 들려 진산사건에 대해 안내해 주시는 분의 자세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비 내리는 날의 진산성지 사진

진산성지는 1791년 한국 천주교 역사상 최초의 박해가 시작된 곳입니다. 지금으로부터 230년 전 한 가정의 제사가 가문으로 번지고 나라로부터 간섭을 받아 역모를 한 죄, 살인을 한 죄보다 더한 극형을 받은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1759년 윤지충(바오로)가 태어난 그 당시 진산은 충청도에 속하지 않고 전라도에 속해 있었습니다. 그는 25세에 진사 시험에 합격을 하였고, 고종사촌인 정약용(요한)을 통해 천주교 신앙을 받아들였고, 1787년에 친척인 이승훈(베드로)에게 세례를 받았습니다.
윤지헌(프란치스코)는 윤지충의 동생으로 1764년에 진산에서 태어났으며 형인 윤지충으로부터 천주교 교리를 배웠습니다.
권상연(바오로)는 1751년 진산에서 태어났고 고종사촌인 윤지충에게 천주교 교리를 배웠습니다.

비 내리는 날의 진산성지 사진

그 당시 조선은 유교가 일반적이었으며 북경의 구베아 주교는 조선의 제사에 대해 잘 모르는 상황에서 조상의 제사가 미신이라는 결론으로 제사 금지령을 내리게 됩니다. 외국인의 시선에서 보면 서양과 다른 문화 속에서 지내는 제사 문화가 미신으로 보였을 것입니다. 지금도 아프리카의 제사 문화나 그들의 삶의 문화, 또는 우리들이 잘 모르는 세계 곳곳의 문화를 우리의 시선으로 단정 지을 수 없는데, 1791년은 모든 게 미비한 상태로 토착화된 제사의 예절을 행하는 조선을 이해하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비 내리는 날의 진산성지 사진

위 사진이 '신주'입니다. '신주'는 죽은 삶의 혼령이 깃들어 머문다는 인식으로 죽은 사람의 이름과 죽은 날짜를 적어 놓은 나무패입니다. 우리는 지금도 아끼는 물건이 있으면 '신주 모시는 듯 한다'는 말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그만큼 '신주'는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아주 중요한 보물이었습니다. 한 가정에 부모의 제사나 조상의 제사에 없어서는 안 될 보물 중의 보물이었습니다. 

비 내리는 날의 진산성지 사진

그런데 윤지충(바오로)은 어머니 상을 당하여 어머니께서 말씀하신 '교회의 가르침에 위배되는 일을 하지 말라'는 유언에 따라 고종사촌인 권상연(야고보)과 함께 유교식 제사를 거부하였습니다. 이 사건은 한 가정의 일이었으나 그 당시에는 사회의 패륜아로 받아들여졌고, 조선은 천주교의 교리를 사교로 단정 지어 1791년 12월8일 윤지충(바오로)와 권상연(야고보) 두 사람을 참수하였습니다. 두 분은 한국 천주교 역사상 최초의 순교자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천주교 교리를 받아드리는 모든 교우들은 혹독한 고문으로  배교를 강요 당하였고, 이를 받아드리지 않는 교우들은 끝내는 참수를 당하였습니다. 윤지헌(프란치스코)은 1801년 10월24일 능지처참 형을 받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습니다. 윤지충은 33세에 권상연은 41세에 윤지헌은 33세였습니다. (정조실록에 '정조 15년 11월8일 기묘:윤지충과 권상연을 사형에 처하다' 기록되어 있습니다.)

1791년 신해박해를 시작으로 1801년 신유박해, 1839년 기해박해,1866년 병인박해로 수 많은 사람들은 이름도 없이 누군가 알아주는 사람 없이 천주교 신앙을 지키기 위해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버렸습니다. 

2014년 8월1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윤지충(바오로)와 동료순교자 123위를 복자의 반열에 올렸습니다. 그러나 순교하신 분들이 123명 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앙을 위해 목숨을 버린 모든 순교자들을 잠시 생각했습니다. 

비 내리는 날의 진산성지 사진

위 사진은 진산이 전라도에서 지금의 충청남도로 행정구역이 되면서 진산의 지명 이름의 유래를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읽어보니 지명 이름이 참으로 정겨웠습니다. 막현리는 지형이 막혀서, 두지리는 지형이 뒤주를 닮아서, 행정리는 살구나무 정자가 있어서, 묵산리는 종이와 묵을 생산했던 곳이기에. 석막리는 돌이 많아서, 오항리는 지형이 까마귀 목과 같아서, 지방리는 지초(진도 홍주의 원료라고 함)가 많이 자라서, 만악리는 약물내기라는 약샘이 있는 '즐거움이 가득한 마을'이라서, 부암리는 마을 형상이 배 모양을 닮아서, 삼가리는 산과 물과 바위가 좋아서, 엄정리는 엄나무 정자가 있어서 등, 진산의 마을 이름이 조상 대대로 어르신들이 살면서 보고 느끼며 지은 지명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비 내리는 날의 진산성지 사진

진산성당은 1927년에 건축 된 성당으로 100년 가까운 건축적 가치가 높이 평가되어 등록 문화재 제682호로 지정딘 곳입니다. 아기를 업고 있는 예전 어머니 모습의 성모님이 정겨워 보였습니다. 10시40분이 되어 미사 봉헌드리기 위해 진산성지로 향했습니다.

비 내리는 날의 진산성지 사진

제가 본 진산성지의 첫 모습입니다. 견고해 보이는 돌 담이 몇 백년이 지나도 그대로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 내리는 날의 진산성지 사진

돌계단을 올라가며 왼쪽부터  권상연(야고보), 윤지헌(프란치스코), 윤지충의 어머니, 그리고 윤지충(바오로) 네 분의 동상이 성지를 참배 드리려 오는 모든 분들을 맞이해 주고 계십니다. 네 분의 동상 왼쪽은 미사를 봉헌 드리는 성당이 있고, 오른쪽은 점심을 먹을 수 있는 다목적실이 있습니다.(전화로 예약하시면 성지에서 점심을 드실 수 있습니다.)

비 내리는 날의 진산성지 사진

성당 내부의 모습입니다.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님의 모습이 아니라 부활하시고 천사들과 함께 승천하시는 모습의 예수님입니다. 비 내리는 날인데도 많은 분들이 성지 미사 봉헌드리려 오셨습니다.

비 내리는 날의 진산성지 사진

제대 앞 오른쪽엔 신해박해 때 순교하신 세 분 윤지충(바오로), 권상연(야고보), 윤지헌(프란치스코) 순교자의 유해가 모셔진 유해함입니다. 좌측부터 윤지헌(프란치스코)의 갈비뼈, 중앙은 윤지충(바오로)의 볼기뼈, 우측은 권상연(야고보)의 머리뼈가 모셔져 있습니다. 그리고 유해함 옆엔 예수님을 업은 성모님이 모셔져 있습니다. 정말 정겨운 모습입니다. 저도 이렇게 포대기로 아이들을 업고 키웠지요.

비 내리는 날의 진산성지 사진

미사를 드리고 다목적실에서 점심을 먹은 후, 십자가의 길 기도를 드리려 내려왔습니다. 아침부터 내린 비는 쉬지 않고 내렸습니다. 

비 내리는 날의 진산성지 사진

14처 길가에 보라색 매발톱꽃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이 왠지 순교자들이 흘리는 눈물인 것 같이 보였습니다.  

비 내리는 날의 진산성지 사진

십자가의 길 14처의 기도를 모두 드리고 나서, 강론 때 주임 신부님께서 성당 옆 계단 위로 올라가면 3,000그루의 자작나무를 심어 자작나무 숲 길을 조성 중이니, 오신 김에 가보면 좋을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셔서 자작나무 숲 길로 향했습니다. 계단이 높이 있어 올라갈 때는 사진을 못 찍고 내려 올 때는 사진을 찍었습니다. 

비 내리는 날의 진산성지 사진

자작나무 숲 길 가는 계단을 올라가니 자작나무 숲 길은 다시 내려가야 해서, 내려 가기 전에 신앙의 공동체 안에서 돌아가신 조상들의 무덤이 있다고 하여 가 보았습니다.  

비 내리는 날의 진산성지 사진

그리고 그 곁에는 고운 제비꽃이 비에 젖어 있습니다.

비 내리는 날의 진산성지 사진

자작나무 숲 길로 내려가 보니 작은 언덕에도 자작나무 묘목이 심어져 있습니다.

비 내리는 날의 진산성지 사진

아직 완전히 조성 되지 않은 자작나무 숲 길을 우산 쓰고 걸었습니다. 지금은 공사 하느라 물길을 막아 놨지만 언젠가는 올라가는 오른쪽에 작은 시냇물이 흐를 것 같습니다.

비 내리는 날의 진산성지 사진

다시 올라와 진산성지를 내려다 보니 아늑해 보이고 편안해 보입니다.

비 내리는 날의 진산성지 사진

내려 가는 길 왼쪽으로는 울창한 소나무 숲이 이어집니다. 

비 내리는 날의 진산성지 사진

연분홍 철쭉이 곳곳에 피어 소나무 숲에 쉼을 주고 있습니다. 화려하지 않은 어머니 같은 꽃입니다.

비 내리는 날의 진산성지 사진

자작나무 숲 길 올라갈 때 못 찍은 돌 계단 사진 내려 올 때 찍었습니다.돌처럼 굳건할 수 있는 신앙을 청하며 비 내리는 진산성지의 하루는 왠지 뿌듯한 마음이었답니다.


진산성지
충남 금산군 진산면 실학로 207 (지방리 335-2)

○ 미사안내

 - 평일: 평일 오전11:00 (화-토) 성당
 - 주일: 오전 10:00 학교경당
 - 단체 순례객 미사: 40명 이상 예약 후 시간조정
 - 매주 토요일 후원자 가정을 위한 미사 봉헌

○ 진산 역사 문화관 관람안내
관람시간: 09:00-17:00 (월요일 휴관)
전화: 041-752-6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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