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산 둘레 열 개 고을, 내포의 첫 번째 마을이오, 천년고찰 수덕사가 있고, 예당평야 그 너른 들에 물을 대기 위해 만들었다는, 나라 안에서 제일 넓은 예당저수지가 있고, 한 달 평균 20만 명의 사람들이 찾아오는 유명 장터로 변신한 예산 장터가 있는 그 부르는 이름이 정감 가는 땅, 예산은 요즘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는 인기 여행지가 된 것 같다.
 
요즘 피는 꽃은 순서도 없어 산에는 진달래, 들에는 개나리가 멀쩡한데 거리에는 벚꽃이 만개하여, 한 해 농사 준비로 바쁜 농부도 잠시 일손을 놓고 꽃구경하러 예산으로 가는 21번 국도변에는 새봄에 피어난 화사한 꽃들과 긴 겨울의 고요함을 마감하고 이제 막 여린 새잎이 올라오는 나무들로 조금씩 푸르름을 찾아가는 산들이 차창 밖으로 눈에 들어온다.
 
그렇게 도착한 예산 벚꽃로에는 ‘제20회 예산윤봉길전국마라톤대회’를 알리는 가로등 현수막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에 펄럭이고 사나흘이 지나면 활짝 만개할 것 같은 벚꽃이 반긴다.
 
예산 터미널 부근에서 간양사거리까지 약 6km 정도 이어지는 예산벚꽃로에는 수령이 꽤 되어 보이는 벚나무가 4차선 도로 양편에 줄지어 서 있다. 이 거리에는 꽃구경 나온 사람들이 천천히 걷기도 하고 다양한 포즈로 사진을 찍으며 다시 찾아온 사월의 봄날을 즐기고 있다.
 

▲ 예산벚꽃로


▲ 예산벚꽃로 벚꽃

이 정도 되는 굵기를 가진 벚나무라면 도로 양편 벚나무에서 뻗은 가지가 근사한 벚꽃 터널을 만들었을 것도 같은데 아무래도 교통에 방해되기 때문이겠지만, 나뭇가지 치기를 하여 풍성하게 보이지 않는 아쉬움이 있다.  


▲ 예산벚꽃로


▲ 예산벚꽃로 벚꽃

꽃을 쫓는 벌처럼 벚꽃을 따라 달리다 도착한 예당호출렁다리에도 긴 겨울의 고요함을 물리고 꽃구경 나온 사람들이 입가에 꽃같이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우리 생애 다시 찾아온 봄날의 한때를 즐기고 있다.


▲ 예당호 출렁다리


▲ 예당호 출렁다리


▲ 예당호 출렁다리


▲ 예당호 수변 무대


▲ 예당호 수변 풍경

호수 가장자리 물 버드나무에 올봄에 새로 난 여린 새싹들이 호수에 비춰 더할 나위 없는 고운 색으로 물들이고 지난겨울 손맛의 근질거림을 어떻게 견뎠는지 호수 가장자리 수상 좌대에는 출조 나온 강태공들이 호숫가에 낚시를 드리우고 있다.


▲ 예당호 수변 풍경과 낚시 좌대


▲ 예당호 수변 풍경과 낚시 좌대

호숫가에 걷기 좋게 설치된 산책로를 따라 느린호수길을 걷다 보니 벚꽃 사이로 손을 흔들며 환하게 웃는 사람들을 실은 모노레일이 하등 바쁠 게 없다는 듯 오르막 내리막에 설치된 레일을 따라 천천히 지나가고 꽃보다 아름답다는 새싹을 피워올린 나무와 화사한 벚꽃이 나란히 서 있다.


▲ 예당호 모노레일

▲ 여린 새순을 올린 나무와 화사하게 핀 벚꽃

▲ 예당호 수변의 벚꽃

이곳까지 왔으니 지난겨울 으슬으슬할 때 생각나던 어죽 한 그릇 아니 먹고 갈 수 없어 찾아간 어죽 집에는 대기 손님들이 여러 팀 있다. 번호표를 받고 느린호수길을 마저 걷고 오니 우리 차례가 되어 들어가 먹어본 어죽 맛은 몇 해 전 그대로여서 반가웠다. 옆 테이블에 연로한 노부부가 서로를 챙기며 식사하는 모습을 보니 세월이 또 얼마나 흐르면 우리도 저렇게 늙어가지 않을까 싶어 애잔하다.
 
가까이 있어 자주 오게 되고 순하고 부드러운 산천 때문인지 내가 아는 한, 이곳을 고향으로 두고 있는 사람 중에 모난 사람들이 없고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그래도 옛 풍경과 정취를 간직하고 있는 푸근한 동네 예산이 좋다.


예당호 출렁다리
충남 예산군 응봉면 후사리 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