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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창업이 도시창업과 다른 점

홍성으로 귀촌한 정명진의 '시골창업일기' <3>

2017.09.24(일) 14:23:17솔이네(siseng@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나는 시골 다락방에서 글쓰는 것을 좋아한다.

▲ 나는 시골 다락방에서 글쓰는 것을 좋아한다.


시골에서 글을 쓰며 살고 싶었다. 하지만 내 글은 시골 생활비 조차도 벌어주지 못했다. 그만한 실력이 못 된다. 그렇다고 전업 작가가 될 때까지 다락방에 틀어박혀 몇 년간 글쓰기에만 몰두하기에는 두 아이의 아빠로서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시골에서 글을 쓰면서 먹고살 수 있는 회사를 스스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충남 홍성으로 귀촌해 미디어에 관심이 있는 동료들을 모았다. 1년간 창업을 준비하고 지난 4월에 '로컬스토리'라는 이름으로 미디어협동조합을 만들었다. 매번 강조하지만 시골이라고 농사만 짓고 먹고 살라는 법은 없다. 시골 미디어를 꿈꾸는 우리는 농촌과 지역을 소재로 책도 만들고, 영상도 찍고, 팟캐스트를 하고, 미디어교육도 한다. 나는 여기서 인터뷰 기사도 쓰고, 영상 시나리오도 쓰고, 팟캐스트 대본도 쓰고, 사례집 같은 책도 쓴다.
 
물론 글 쓰는 일보다 회사를 운영하기 위한 번외의 일이 더 많다. 작은 회사다 보니 사람도 많이 만나야 하고, 계약 서류도 만들어야 하고, 세무회계까지 맡아야 한다. '내가 이럴려고 귀촌해서 창업했나!'라는 생각도 가끔 든다.
 
원하는 일만 하고 살 수는 없다. 하고 싶은 일에는 하기 싫은 일이 항상 따라온다. 글 쓰며 먹고 살 수 있다는데 무엇을 못하랴. 다행히 '번외의 일'도 차츰 적응하고나니 즐길 수 있는 정도가 됐다. 스스로 뭔가를 만들어가는 창업의 성취감은 꽤 크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 매달 월급을 줄 수 있을 지 법인 통장 잔고를 확인하고 동료들과의 관계도 항상 신경써야 한다. 시골에서 혼자 여유롭게 살고 싶은 사람이라면 절대 창업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 아이러니한 것은 시골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먹고 살려면 창업 외에 별다른 방법을 찾기 힘들다는 점이다.
 
방법이 없진 않다. '프로'급 수준을 갖춰 프리랜서가 되거나(프로들도 시골에서는 먹고 살기 힘들다.) 적게 벌고 적게 쓰면서 '자발적 가난'을 택하는 것이다.(혼자서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결혼하고 아이 낳고 나서도 자발적 가난을 유지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타의적 가난'이 되기 쉽다.) 아니면 하고 싶은 일이 농사이거나. (농사 지으면서 먹고 살기 위해서 또 '어떻게 팔아야 할까' 고민해야 한다.)
 
두달 전 서울에서 열린 청년정책사업 관련 행사에 참석했다. 청년들이 지역에서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이었다. 도시에서 시골로 이주하려고 마음 먹은 친구들도 있었고, 이미 귀촌해서 다양한 활동을 준비하고 있는 친구들도 있었다.
 
이 자리에서 '로컬스토리 미디어협동조합' 사례를 발표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창업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전국에서 참가자들이 모인 행사에서 사례로 발표하기가 부담스러웠다. 주저하자 담당자는 귀촌한 경험과 창업하면서 느낀 점이라도 공유해달라고 했다.
 
사례발표에서 두 가지를 강조했다. 하나는 주최측에 당부하는 말이었다. 그날 행사에는 이 정책을 추진하는 중앙부처 관계자들도 와 있었다.
 
귀촌 청년들에게 창업하라고 보채지 좀 마세요.
 
'몇 명이 창업했고 몇 명의 일자리를 만들어 냈다'는 성과내기식으로 접근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사실 도시 청년들에게 시골에 내려가자마자 창업해서 정착하라는 건 어불성설이다. 창업을 하려면 시장을 파악하고 고객을 알아야 한다. 시골창업의 시장은 시골이고, 고객(또는 파트너)은 시골사람들이다.
 
평생 도시에서 살아온 청년이 내려가자마자 시골을 이해할 수 있을까? 도시쥐는 시골쥐를 이해하기 힘들다. 도시와 시골의 생활 방식은 너무나 다르다. 시골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하느라 애를 먹었다. 적어도 1~2년은 살아봐야 그 지역사회를 이해하고 지역 사람들의 생리도 파악할 수 있다. 지역에 살면서 여러 사람과 관계도 맺어야 창업을 했을 때 도와줄 우군도 생긴다.
 
정부 지원사업으로 도시청년들이 시골에서 살아보는 기회를 갖고, 귀촌청년들이 지역에 필요한 활동을 찾고 실험해 보는 것만으로 유의미하다. 창업은 그 다음 문제다. 청년들이 시골에서 찾은 활동이 비즈니스모델을 갖춘다면 창업으로 이어질 수도 있겠다.
 
두번째는 이 사업에 참여하는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었다. 이 글의 제목과 연관된 내용이다.
 
시골창업은 돈벌이보다 삶을 디자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다. 돈을 벌지 못하면 시골에서 살 수도 없고 회사를 유지하지도 못한다. 하지만 도시창업과 시골창업은 목적이 다르다. 도시에서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로 돈을 벌기 위해 창업할 수 있다. 단지 돈을 벌기 위해 창업하기도 한다.
 
돈벌이 측면에서 시골창업도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창업으로 돈을 벌고 싶다면 시골보다 도시가 훨씬 유리하다. 동료를 찾기도 쉽고 시장도 넓고 정보도 빠르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창업하는 멍청이는 없을 것이다.
 
시골창업은 다른 전제가 깔려 있다. 시골 삶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도시의 삶이 싫어서 시골행을 택했다. 복합한 지하철, 꽉 막힌 도로, 끝을 모르고 치솟는 전세값 같은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여유없이 쳇바퀴 도는 삶을 살고 싶지 않다. 도시에서 시골로 거주공간을 옮기는 것은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는 일이다. 시골에서도 돈벌이만 쫓다보면 어느 순간 시골의 라이프스타일을 잃어버리고 도시 방식으로 살게 된다.
 
가장 경계하면서도 지키기 힘든 점이다. 로컬스토리 역시 처음에는 그렇게 시작했다. 매주 월요일 아침이면 사무실에서 회의하지 않고 숲길을 걸으며 수다를 떨었다. 우리는 이 시간을 CA(Creative air)라고 불렀다. 창의력이 중요한 미디어 회사라 업무에도 도움이 됐다. 업무시간도 줄였다. 여유로운 아침을 보장하기 위해 출근 시간을 10시로 정했다. 퇴근 시간도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는 시간에 맞췄다. 4~5시 쯤 아이들이 돌아오면 실컷 놀아주고, 매일은 아니지만 아내가 퇴근하기 전에 저녁을 준비했다. 요리하는 일이 기분전환이 되기도 한다. 도시에 살 때나 시골에서 직장을 다닐 때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이렇게 창업을 통해 삶을 내 방식대로 디자인했다.
 
물론 짧은 근무시간에 업무를 처리하지 못하면 저녁에 다락방이나 사무실로 다시 가서 일을 했다. 하루에 두세번 출근한 날도 많다. 시골은 출퇴근 시간이 짧아서 가능하다. 누가 시킨 잔업이라면 정말 싫겠지만 밤에 혼자 사무실에 있는 시간을 즐겼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동료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지는 확실치 않다.)
 
일이 많아지면서 돈벌이와 시골 라이프스타일 사이에서 고민이 많아진다. CA도 하지 못한 지 몇 달이 됐다. 시간이라는 물리적인 조건 안에서 일이 많아지면 여유는 줄어든다. 창업을 하면서 여유를 가진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도 이제는 헷갈린다.
 
한동안 잊고 지냈지만, 우리가 다니고 싶은 시골회사를 만들기 위해 창업했다. 무엇보다 시골 라이프스타일을 잃으면 더이상 로컬스토리에서 일할 이유가 없는 친구들이다. 도시에서 다니던 회사가 싫어서 직장을 때려 치우고 시골로 왔다. 요즘 동료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눈다.
 
"우리가 시골에 살기 위해 필요한 소득을 정해놓자. 그 소득에 다다르면 일을 줄이고 시간을 갖자. 사람을 더 뽑아서 일을 나누자."
 
다행히 소득은 조금씩 늘고 있다. 각자가 가진 욕심을 함께 제어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아마도 내년에는 새로운 직원 조합원을 뽑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요즘들어 일이 많아져서 당장 함께 일할 동료가 필요할 지도 모르겠다.
 
시골에서 함께 삶을 디자인할 사람을 찾는다.

* 이글은 글쓴이(시골아빠)의 브런치 (https://brunch.co.kr/@tellcorea)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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