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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국 언론은 '엄마 게'다.

2015.08.03(월) 09:11:47홍평기(faraso@naver.com)

누구나 주변에 이런 사람 한 명씩은 꼭 있을 것이다. 남의 잘못이나 허물은 귀신같이 찾아내고 비난하면서, 자신이 잘못을 했을 때는 슬며시 넘어가는 사람 말이다. 필자의 지인 중에도 그런 사람이 몇 명 정도 있는데, 신기하게도 그들 모두 2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하나는 그들이 의외로 날카로운 비판과 지적을 많이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말이 전혀 설득력 있게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의 말은 자기는 옆으로 걸으면서, 자식에게는 앞으로 걸으라고 하는 '엄마 게'의 지적과 다를 것이 없다. 그래서 필자는 그들의 '날카로운' 지적을 들을 때마다, 비웃음을 담아 영화배우 이영애씨의 명대사로 답한다. “너나 잘하세요”

그런데 최근, 국민에게 “너나 잘하세요”라는 말을 들은 특정 직업이 있다. 이 직업은 2014년 ‘직업 신뢰도 평가’에서 뒤에서 2위를 차지했다. (1위는 정치가) 또, 국제 통계업체 ‘에델만’에게는 신뢰도 48%와 'dis-trust', 즉 ‘신뢰할 수 없음’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렇게 낮은 신뢰를 받고 있는 직업이 무엇인지, 당신은 눈치챘는가?

 
●세월호와 함께 침몰한 한국 언론, 그리고 1년 후

2014년 4월 16일, 인천에서 제주도로 향하던 배 한 척이 침몰했다. 죄없는 300여 명이 미래를 잃었다.
국민은 분노했다. 유병언, 부패 공무원, 이준석 선장, 그리고. 대한민국 기자와 언론에게 분노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한국 언론은 수많은 ‘실수’와 '잘못'을 저질렀다. 사건 발생 직후 한국의 주요 언론사들은 앞 다투어 ‘단원고 학생 전원구조’라고 보도했다. 이 보도는 각 지자체, 국회, 청와대가 상황을 낙관하게 만들었고, 결국 정부는 적극적인 구조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언론이 참사의 피해자를 늘리는데 일조한 것이다.
 

[칼럼] 한국 언론은 '엄마 게'다. 사진


여기서 끝이 아니다. 언론은 생존자에게 막무가내식 인터뷰를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구조된 단원고 학생에게 “친구가 죽은 걸 알고 있는가, 바다는 깊었나, 차가웠나” 같은 ‘무개념’ 인터뷰를 저질렀다. 이것을 본 국민은 기자에게 ‘기레기’라는 별명을 지어주었고, 이 신조어는 지금까지도 활발하게 쓰이고 있다.

‘기레기’라는 단어의 부상과 함께 침몰한 한국 언론은 1년 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야심차게 특집 보도를 준비했다. 그리고 강도 높게 ‘정부의 무능력함’을 꼬집었다. 정부가 아직까지도 세월호 유족과 대립을 하고 있고, ‘세월호특별법’ 또한 통과시키지 못했다며 정부를 맹공격했다.

이것은 나름 ‘날카로운 지적’이기는 했지만, 전문가와 몇몇 국민은 언론이 정부를 방패삼아 살며시 자신들의 잘못을 가리려 한다고 비판했다. 필자도 이 의견에 강력히 동의한다.

왜냐하면 세월호 참사 1주기 특집에는 ‘언론이 세월호 참사 피해자의 인격을 침해했다는 법원의 판결’이나, ‘오보가 가져온 피해’에 대해 짚어주는 보도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기 때문이다. 언론은 일시적으로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데 성공했지만, 동시에 잘못을 인정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기회는 놓치고 말았다.

 
●언론의 김영란법 비난, 국민은 언론에게 “너나 잘하세요”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의 신뢰를 잃은 한국 언론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뒤통수를 맞았다. 불법 뇌물, 접대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에 ‘언론사 직원’이 포함된 것이다.

공직자를 대상으로 만들어진 법에 ‘민간영역’인 언론이 포함된 이유는 명확했다. 국민이 ‘언론은 부패한 집단, 정치가나 기자나 거기서 거기’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이 그 이유였다. 실제로 언론인이 법에 포함된 직후 리서치 기업 ‘리얼미터’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64.8%가 ‘김영란법에 언론인이 포함된 것이 옳다’고 대답했다. (반대는 7%, 나머지는 ‘모른다’)

강력한 법의 적용대상에 놓인 언론은 노골적으로 행동했다. 곧바로 김영란법을 맹비난하기 시작했다. 언론은 김영란법을 ‘누더기법’, ‘위헌소지가 다분한 법’, ‘경제를 위축시킬 법’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나라 경제 위축’ 보도는, '우리나라 경제는 뇌물과 접대 없이는 망한다'는 것을 전제로 했기 때문에 더욱 문제가 되었다.

‘김영란법은 문제가 많기 때문에 통과돼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국민에게 심어주려고 했던 언론의 시도는, 처참히 실패했다. 이전에 64.8%였던 찬성의견은 언론의 김영란법 비난 이후 오히려 71.1%까지 치솟았다. 네티즌은 ‘멀쩡한 법 욕하지 말고 니들이나 잘해라’ ‘얼마나 뇌물이랑 접대를 많이 받으면 이렇게 게거품 물고 반대하는거냐?’ 같은 반응을 보였다.

결국 김영란법은 국회를 통과했고, 아직까지도 순항 중이다. 언론은 본전도 못 찾고 욕만 먹었다. 부패척결이라는 ‘공익‘을 자신들의 사익을 위해 거부한 언론은 또다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특종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신뢰가 필요하다.
 
언론인을 꿈꾸는 필자에게, 희망직종이 본래 이름보다 ‘쓰레기’와 섞인 별명으로 더 많이 불리는 현실은 너무나 안타깝다. 그래서 푸념하듯이, 어린애가 투정하듯이 언론의 잘못을 꼬집는 글을 쓴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일개 기자 지망생에게 갖가지 지적이 가능할 정도로 현재 언론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한국 언론은 땅에 떨어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믿을 수 없는 조직의 말을 주의 깊게 들어주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 언론은 자신들의 의견을 주의 깊게 들어주고, 믿어주는 국민이 없으면 존재할 의미가 없는 조직이다. 존재할 의미가 없다면, 존재할 가치 또한 없다.

언론이 존재의 의미와 가치를 이 이상 잃고 싶지 않다면, 언론은 먼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공익을 위해 자신의 손해를 감수하는 태도를 국민에게 보여야 한다. '떨어진 신뢰는 특종 하나면 회복된다'는 생각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에서 자신들의 오보로 피해가 커진 것을 알고 있다면, 김영란법을 맹비난한 자신들의 행동이 국민에게 실망감을 준 것을 알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해야한다. 그것도 저녁 종합뉴스 첫머리에서, 신문 1면에서 해야 한다.
 
이런 행동이 모든 국민에게 신뢰를 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언론이 '엄마 게'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걸음은 될 수 있을 것이다.

 
대학생 정책기자단 홍평기(faras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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