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지워진 절반에 대하여
사서들의 서재
2024.05.15(수) 18:11:54 | 도정신문
(
deun127@korea.kr)
잃어버린 단어들의 사전/핍 윌리엄스/엘리/2021
지난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었다. 1908년 3월 8일 미국의 여성 노동자들이 근로 여건 개선과 참정권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것에서 시작된 이날은 각 나라에서 공식 기념일로 지정이 되었고, 우리나라도 2018년 법정기념일로 지정된 후 매년 다양한 행사들을 진행하고 있다.
그 당시 여성들의 시위는 동일한 노동시간에도 불구하고 남성에 비해 낮은 임금과 안전하지 못한 노동현장에 대해 기본적인 권리를 요구하고자 일어났다. 시위를 하거나 단체 파업을 하는 등의 행동을 하지 않으면 여성의 목소리는 그 누구도 들으려고 하지 않던 그 시대. 오늘의 책 「잃어버린 단어들의 사전」은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책의 주인공 에즈미는 옥스퍼드 영어 사전 편집자인 아빠와 함께 사전이 만들어지는 편집실에서 나날을 보냈다.
편집 작업 테이블 밑에 앉아 단어가 적힌 쪽지에 둘러싸여 지내던 에즈미는 어느 날 테이블 아래로 떨어진 쪽지 하나를 우연히 줍게 된다. ‘Bondmaid(여자 노예)’라고 적혀진 쪽지를 시작으로 사전의 권위에 밀려난 단어들, 사전을 만드는 남성들이 인정하지 않는 단어들이 쌓여가고, 에즈미는 그 단어들이 주로 여성들의 언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더 이상 테이블 아래에 들어갈 수 없을 만큼 커버린 에즈미는 ‘여성’에 대한 차별적인 시선을 알게 되고, 직접 여성들의 단어, 잃어버린 단어, 잃어버린 이야기를 찾기 위해 편집실 밖 세상으로 나간다. 여성 참정권 운동으로 들끓는 혼돈의 시대에 에즈미는 그 목소리들을 듣고 기록하며 평범한 사람들의 언어를 수집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임을 받아들이고, 남성들의 목소리 앞에 지워져버린 여성들의 언어들을 기록해 나간다.
한쪽의 시선에서 편집된 세계는 모든 것을 말할 수 없다. 사전에 실리지 않았다고 해서 현실에서 사라진 것이 아니다.
이 책은 현재진행형으로 지속되고 있는 여성들의 싸움을 그려내고 있다. 내가 어떤 단어로, 어떻게 정의될 수 있을지 궁금해하는 모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윤소윤 사서(충남도서관 도서관정책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