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간원
고간원(叩諫院)이라 읽고 보니... 참 어색하죠?
▲ 고간원지 (충청남도 기념물)
더하여, 고간원지(叩諫院址)라 하니, 이는 '고간원이 있는 터'라고 유추되며, 오늘 문제의 장소인
고려의 간신(諫臣) 충숙공 문극겸의 흔적을 찾아 역사 여행을 떠납니다.
<간신(諫臣)은 임금에게 옳은 말을 간하는 충직한 신하를 말하며, 간신(奸臣)은 간사한 신하를 말하는데, 이 글에서는 전자를 칭하며, 글의 이해를 도우려 한자가 자주 사용되었음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 고간원지
39번 국도 아산시를 넘어 유구읍 방향으로 5분여를 달리면 도로가에 사적지를 알리는 입간판이 있습니다.
'고간원지가 어떤 곳이지?' 하고 중얼거리며 많이도 지나다녔었는데,
▲ 고간원지
드디어, 오늘 그 실체를 만납니다.
▲ 고간원지
고간(叩諫)이란 말은, 방탕한 생활을 하던 의종(고려 18대 임금)과 부정부패를 일삼은 신하들을 바로잡기 위해 간언을 하였던 충숙공 문극겸(忠肅公 文克謙, 1122~1189)의 충의를 중국의 백이와 숙제가 왕의 '말고삐를 붙잡고 간언하다 (고마이간, 叩馬而諫)'라는 고사성어에서 유래하였고, 원(院)은 조상의 신주를 모셔 놓은 집이라 하니, 고간원은 문극겸의 충간(忠諫)을 숭모하는 후인들이 세운 문극겸의 사당이라 하겠네요.
▲ 고간원
담장 너머로 본 고간원은 텅 비어있고, 내부는 들어갈 수 없지만, 1914년 이후의 중수 사실이 적힌 6개의 현판이 걸려있다고 합니다.
원래는 영당(영정을 모시는 사당)이었는데 세월이 흘러 사라졌고, 그 흔적을 기리려고 지금의 자리에 정각을 지었으며, 고간원이란 현판을 걸었다고 합니다. (남평문씨 충숙공 문화재 유적 보존위원회 회원 전언)
▲ 고간원지 스케치
마을 안에 위치한 고간원지는 중앙 신도비를 좌우로 하여, 좌측에는 고간원과 뒤로 충숙공 문극겸의 묘가 있고, 우측으로는 영당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 안내문
고간원지와 충숙공 문극겸에 관한 설명을 안내문으로 한 번 더 남깁니다.
▲ 충숙공 신도비(무덤으로 가는 길목에 고인의 행적을 기록한 비석)
문극겸이 소를 올려 간(諫) 하였으나 의종이 받아들이지 않았고, 벼슬을 버리고 낙향하던 중 유구역(고려 시대)을 지나면서 자신의 마음을 시로 써 놓았는데, 이후 이 시가 한 화공의 손에서 그림으로 그려져 간신거국도(諫臣去國圖, 간언하던 신하가 서울을 떠나는 그림)라고 불렸답니다.
▲ 충숙공 문극겸의 묘
고간원 뒤편의 묘소를 바라보니, 모든 것을 내려놓고 고향으로 향하던 그의 무거운 뒷모습을 보는 듯하네요.
▲ 영창
의종의 마음은 영원히 닫혀있을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 간언하였던 그의 마음을 이해한 의종은 문극겸을 다시 조정으로 불러 올렸으며, 이후 그 충직함을 인정받아 무신정변 때도 화를 면하였고, 문신으로써 장군을 겸임하는 시초가 되었다고 하는데,
▲ 봄날
이렇게 다시 중용된 간신(諫臣) 문극겸은 그의 굳은 충의의 마음을 명종 때까지 이어갔으며, 훗날 충숙(忠肅)이라는 시호를 받게 되었답니다.
▲ 충숙공 영당
가장 위쪽에 위치한 충숙공 영당으로 향하는 부속 건물들이 계단의 형태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 고간원지
고간원 재실의 외문(外門)인 솟을대문에는 선조를 추모한다는 뜻의 모선문(慕先門)이라 적힌 현판을 걸었고, 닫힌 문 안을 들어갈 수는 없으니, 담장 너머로 잠시 들여다본 풍경을 남깁니다.
▲ 재실 (금강재)
모선문 안으로
금강재(金岡齋)라는 현판을 건 큰 규모의 재실이 있는데, 이 재실은 '1957년 전라도에 있던 한옥을 해체하여 그 자재들을 옮겨 건립하였다.'라고 적혀 있더군요. (고간원 옆 '문영길·이정환 공적비 근거)
▲ 고간정사
재실 뒤로
고간정사(叩諫精舍)라는 현판을 건 건물이 살짝 보이는데요,
일반적으로 정사(精舍)라 하면 학문을 가르치기 위하여 마련한 집이나 정신 수양을 하는 곳이라 하니, 아마 문중에서 후학을 가르치고 학문을 정진하기 위한 장소로 쓰였지 않나 생각됩니다.
▲ 고간정사 뒤쪽
들어걸개 형식의 4분합 빗살문을 올려 더위를 식히고 학문에 정진하던 옛 풍경이 그려지는 듯하며, 주위를 두른 꽃담(여러 가지 색채로 글자나 무늬를 넣고 쌓은 담)이 차분함을 더하네요.
▲ 충숙공 영당
그리고, 고간정사 뒤로 충숙공 문극겸의 영정이 모셔진 충숙공 영당이 자리하고 있답니다.
▲ 고간원지
이렇게 오늘, 우리의 오랜 역사 속 인물 한 분을 만난 날이였네요.
문중의 관리로 일반인에게는 개방되지 않지만, 그 주변에서도 충숙공 문극겸이라는 인물과 그 시대의 역사를 충분히 배우고 느낄 수 있는 곳이라 말씀드립니다.
6월 유구색동수국정원 축제에 오실 계획이 있으시다면 꼭 기억하셨다가 함께 다녀오신다면 참 좋겠습니다.
고간원지충남 공주시 유구읍 추계리 4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