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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흑백사진의 감성으로 마주한 반야산 관촉사

충남 논산시 관촉동 254

2024.02.20(화) 20:52:10 | 오르페우스 (이메일주소:poet314@naver.com
               	poet314@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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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전통이나 과거의 추억을 회상하고 재현하는 '레트로(Retro)' 유행이 뜨겁습니다. 부모님 세대의 패션 스타일은 물론 오래된 물건까지 다시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레트로 감성을 자극하는 물건 중 하나가 바로 필름 카메라입니다. 저도 오랜만에 레트로 감성을 느껴보기 위해 반야산 관촉사를 찾아 흑백사진을 촬영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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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동안 비가 오락가락해서 컬러로 겨울 풍경을 촬영하니 조금 우중충해 보입니다. 그런데 흑백사진에서는 오히려 궂은 날씨의 풍경이 살아나는 느낌입니다. 관촉사 천왕문의 사천왕도 화려한 컬러가 사라진 흑백의 표정에서 디테일 더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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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는 디지털, 그리고 AI의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굳이 흑백사진과 같은 아날로그적 감수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습니다. 누구나 추억을 그리워하기 마련이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MZ세대를 중심으로 유행하는 레트로 감성은 '유행은 돌고 돈다'라는 말만으로 모두 설명하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관촉사의 경내로 들어서는 길목에 세워놓은 돌탑을 보면서 현대와 과거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고리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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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다녀오면 남는 것은 사진이다'라는 말처럼 SNS를 통해 여행지를 소개하는 사진은 늘 컬러였습니다. 그런데 흑백으로 사진을 촬영해 보니 여행지에 대해 색다른 느낌을 갖게 됩니다. 컬러가 표현하지 못한 느낌을 흑백 사진이 보여준다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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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찰을 즐겨 찾는 이유 중 하나는 도시생활에서 느낄 수 없는 고즈넉함을 맛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화려한 단청의 색깔을 흑백사진을 통해 지우니 사찰의 고즈넉함이 비로소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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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촉사 명곡루를 지나 비로자나불을 주불로 모신 대광명전을 마주한 후 비를 피해 처마 밑에 한참 동안 서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한 컷! 관촉사로 드는 옛 석문인 해탈문을 촬영했습니다. 석문 주변에 어지럽게 펼쳐졌던 나무와 건물, 담장이 채색을 잃는 순간 석문의 자태가 제대로 드러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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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사진을 통해 바라본 관촉사는 정적이지만 그 대신에 동적인 컬러의 느낌이 사라져서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한 바퀴를 돌리면 경전 한 권을 읽는 것과 같다는 윤장대는 흑백보다는 컬러가 더 생동감을 주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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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화려하지 않은 대상은 오히려 흑백 사진에서 존재의 가치가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관촉사 미륵전을 배경으로 방문객들이 쌓아 올린 돌탑들은 단순한 명암 대비 때문에 더 큰 울림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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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죽어서 저승에 가면 시왕의 심판을 받게 되는데 명부전은 망자를 구원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불교 건축물입니다. 불교의 가르침에는 삶과 죽음의 길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연기를 통해 서로 이어져 있음을 나타냅니다. 그러기에 컬러보다는 흑백이 명부전을 표현하기에는 더 효과적이라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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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제323호 지정된 '논산 관촉사 석조미륵보살입상(은진미륵)'과 나란히 배치된 보물 제232호 '논산 관촉사 석등', 그리고 '관촉사 석탑'은 보수로 인해 가림막이 어지럽게 둘러쳐져 있었지만 흑백사진에서는 프린트된 모양에서도 아우라가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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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고, 최대의 석불인 은진미륵은 흑백사진에서 위엄이 가장 잘 표현되는 것 같습니다. 단단한 화강석을 다듬어 만든 보관과 명료한 이목구비, 독창적인 표현력이 단순하면서도 명확하게 드러나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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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산 중턱에 위치한 관촉사 삼성각에 오르니 은진미륵과 눈맞춤이 가능합니다. 민중의 소원을 담고 있는 미륵의 눈 높이에서 사방을 바라보는 일은 부처와 내가 곧 하나라는 참된 깨달음을 갖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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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진미륵과의 눈맞춤을 통해 미륵 세상을 바라던 민중의 염원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시간, 화려한 채색을 지운 흑백의 풍경 앞에서 저는 단순함의 미학을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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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흑백사진과 같은 레트로 감성을 표현하고 싶었지만 현대가 컬러의 시대인 만큼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관촉사를 찾아 오랜만에 흑백이 주는 단순하면서도 명료한 가르침의 미학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미니멀라이프, 레트로, 아날로그 등과 같이 단순하고 옛스러운 것이 현대인들에게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여러분도 다른 시선, 다른 색으로 대상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관촉사
충청남도 논산시 관촉로1번길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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