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충남 서산은 겨울 추위가 남아 있지만 푸른 하늘에서 햇살이 비치는 낮에는 봄기운이 느껴지기도 한다. 산과 바다 그리고 다양한 문화재가 있는 서산은 움츠린 몸의 기지개를 켜고 여행을 떠나기에 좋다.

오늘은 많은 서산의 여행 명소 중에서 용현계곡의 청량하고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힐링 산책을 할 수 있고, 백제의 온화한 미소로 반겨주는 절벽에 새겨진 서산 마애여래삼존상은 독특한 조형미를 가진 국보 제84호로 지정된 아름다운 문화재이다.





서산 마애삼존상은 충남 서산시 운산면 용현리의 계곡 근처에 있다.
한적한 시골길과 숲길을 드라이브하듯 달려 도착한 주차장은 여유로웠다.
차에서 내리니 숲이 내어주는 상큼한 공기에 실려 반가운 새소리와 계곡의 물소리가 들려오며 청량감을 선물한다.
첫 느낌이 참 좋다. 



용현계곡 위에 놓인 다리에는 겨울의 흔적이 살포시 내려앉아 있다.



다리 아래로는 용현계곡의 맑은 물이 흐르고 있다.



다리를 건너니 계곡 옆으로 산책을 할 수 있는 데크길이 이어지고 앞으로는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을 안내하며 오르막 계단이 놓여있다.



나는 천천히 계단을 오르며 마애여래삼존상으로 향한다.



나무 데크길은 중간쯤부터 돌계단으로 이어진다.





5분도 채 걸리지 않는 시간에 도착한 관리소이다.



유홍준 교수는 외국인이 꼭 봐야 할 문화유산 답사로 예산의 추사고택과 서산의 마애불, 보원사터, 개심사, 간월암을 추천하고 있다.
오늘은 그중에 한 곳인 서산의 마애물을 소개하고 있다.





관리소에는 안내 책자와 서산 팔경 중 2경인 이곳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 스탬프 그리고 화장실이 있다.





이제 거의 다 왔다.
관리소의 불이문을 지나 몇 계단 올라가면 서산마애삼존상이 나온다.
불이문은 불교에서 진리를 상징하는 문이다.
불이란 둘이 아니란 뜻으로 모든 것이 평등하고 차별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불이문을 지나니 돌계단이 이어지고 돌계단 옆으로 쌓은 축대 위에 오늘 서산 여행의 목적지 삼존불상이 있다.



쉬엄쉬엄 올라와 관리소에서 숨을 고르고 내친 걸음으로 도착한 서산 마애여래삼존상이다.
마치 지붕처럼 위를 받치고 있는 커다란 절벽에 삼존상이 새겨져 있다.





중앙에는 여래입상 오른쪽으로는 보살입상이 있고, 왼쪽으로는 반가사유상이 있다.
이 세 불상이 바로 서산 마애여래삼존상이다.

높이 2.8m의 여래입상의 머리에는 작은 육계를 하고 있다.
두툼한 얼굴 윤곽에 백호라 불리는 흰 점이 있다.
입가에는 살짝 아름다운 미소를 머금고 있는데 이 미소를 백제의 미소라 불린다.
보살입상은 미륵보살이나 관음보살로 추정된다.
보살의 양손 가운데에는 보주를 받들고 있고, U자형 옷 주름은 좌우 대칭이다.
반가사유상은 관을 쓰고 상체는 천의를 걸치지 않고 목걸이만 장식했다.
치마는 발까지 내려온다.





이 삼존상은 법화경의 석가불, 미륵보살, 제화갈라보살 등 수기삼존불을 의미하는데 백제시대에 법화경 사상이 유행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유물이다.
용현계곡의 인바위 새겨져 있는 것으로 보아 이곳 지역 사람들은 불상의 존재를 일찍이 알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나, 1959년 4월 부여 박물관장인 홍사준이 보원사지 유물을 조사하면서 이곳을 발견했다고 전해진다. 



이곳은 7세기경 조성된 것으로 추정한다.
근처에 있는 백제의 마지막 수도인 사비성은 백제의 멸망과 같은 여러 사건들이 일어났다.
백제의 국운을 걱정하며 불교의 구원을 바라는 민심이 이 마애여래삼존상에 반영되었을 것으로 볼 수 있다.



바위에는 움직임을 감지하는 센서가 부착되어 있다.



나는 한동안 편안한 마음으로 온화한 미소의 마애여래삼존상을 바라보다가 올라온 계단을 되돌아 내려간다.





관리소를 지나 가파른 계단이 이어진다.



나는 계단을 모두 내려온 후 용현계곡 옆 데크길로 산책을 이어간다.





바닥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계곡물은 시리도록 맑아 보인다.



돌들이 쌓여있는 곳을 지나는 계곡물은 졸졸졸 물소리 내며 흘러내리고 있다.



나는 한동안 다리 위에 서서 물소리와 새소리 그리고 간간이 들려오는 바람 소리를 들으며 힐링의 시간을  갖는다.



오늘은 충남 서산 명소를 찾아 여행하며 마애여래삼존상과 함께 용현계곡을 산책했다.
서산 마애여래삼존상에서 변함없이 건네는 백제의 미소를 바라보며 마음의 위안을 삼고,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명력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나는 겨울과 찾아오는 봄의 경계에서 즐거운 서산 여행이었다.


마애여래삼존상
충남 서산시 운산면 용현리 산 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