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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

10.26 그날, 삽교천 행사장 분위기는 무거웠다

격동의 충남 100년 - 삽교천 방조제 준공과 박정희 대통령 서거

2023.10.26(목) 15:02:54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deun127@korea.kr
               	deun127@korea.kr)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은 삽교천지구 농업종합개발사업 삽교호 준공식에 참석했다. /당진시

▲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은 삽교천지구 농업종합개발사업 삽교호 준공식에 참석했다. /당진시


삽교호 방조제. /당진시

▲ 삽교호 방조제. /당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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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교천 방조제 준공식 마지막 공식 행사 

당시 수해 보호·과학 영농·토지이용 확대
식량증산·농가 소득 증대 등 기대


그날 아침 박정희 대통령은 딸 근혜, 근령과 함께 평소처럼 아침 식사를 했다. 아들 지만 군은 육군사관학교에 재학 중이었기 때문에 참석하지 않았다.

부인 육영수 여사는 이미 5년 전 8·15 광복절 행사장에서 재일교포로 북한에 포섭된 간첩 문세광이 쏜 총탄을 맞고 세상을 떠난 후여서 청와대 식탁은 언제나 조촐했다.

박 대통령은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나 오늘 삽교천 다녀온다”라며 자리에서 일어섰고 딸들은 현관까지 따라 나가 “잘 다녀오세요” 하고 인사를 했다.

이것이 박 대통령과 딸들의 마지막이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소위 10·26 사태에 대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밝혀진 기록에 의하면 1979년 10월 26일 오전 10시 30분 박 대통령은 헬기를 타고 청와대를 떠났다.

헬기에는 김계원 비서실장과 차지철 경호실장이 동승했다.

김재규 중앙정보부장도 동행하겠다고 했는데 차지철 경호실장이 “지금 시국이 어느 때인데 정보부장이 서울을 비우려고 하느냐?”라며 핀잔을 받고 포기했다.

이처럼 김재규는 차지철로부터 모욕적인 견제를 받아왔고 이것이 김재규의 박 대통령 시해 원인의 하나가 되기도 했다.

대통령을 태운 헬기는 오전 11시에 당진 삽교천 방조제 준공식 현장에 도착했다.

손수익 충남지사가 대통령을 맞아 행사장으로 안내했다. 이효익 농림부 장관, 김성진 문화부 장관 겸 정부대변인 등이 뒤따랐다. 청양 출신 장영순 의원도 함께했다.

군악대가 울리고 환영나온 주민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박수를 치기도 했다. 농촌 시찰을 좋아하는 박 대통령은 가볍게 손을 들어 답례를 하며 흡족해했다. 그러다 옆에 있는 손수익 충남지사에게 ‘이 동네 최고령 노인을 모시고 오라’고 지시했다. 그래서 새마을 모자를 쓴 83세의 이길순 할아버지를 모셔왔다. 대통령은 노인의 손을 잡고 “올해 농사는 잘 지었습니까? 건강하시고요” 하며 개봉 테이프 커팅 대열에 모시도록 했다.

이어 대통령의 8분에 걸친 경축사가 행해졌는데 충남 당진시와 아산시를 잇는 국내 가장 긴 방조제 완공으로 내포평야가 수해로부터 보호됨은 물론 미곡 증산과 관광산업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웬일일까? 그 카랑카랑하던 목소리가 오늘은 힘이 빠져 있지 않은가. 너무 힘이 빠진 목소리여서 참석자들 중에는 ‘대통령께서 감기 걸리신 것 같다’라며 귓속말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게 행사장에는 어떤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불길한 징표도 나타났다.

삽교천 담수비를 제막하는데 강한 바람에 천이 벗겨지지 않고 기념비를 휘감아버린 것이다. 그동안 박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에서 이와 같은 현상은 처음 있는 일이다. 할 수 없이 경호원들이 달려가 기념비의 제막천을 벗겼다.

충남도지사 등 행사 주관자들은 크게 당황했다.

박 대통령은 삽교천 행사를 마치고 가까이 있는 KBS 당진 송신소로 이동하여 완공식 치사를 했다.

그런데 여기서도 박 대통령은 전에 없이 피곤해하며 의자에 축 늘어진 모습으로 김성진 문화공보부 장관에게 “물 한 잔만 줘” 하고 힘없이 말했다. 과거의 강건한 모습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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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은 이 모든 행사를 마치고 헬기에 탑승, 오찬 장소인 아산 도고 호텔로 떠났다.

그런데 여기서도 불길한 사건이 발생했다. 헬기가 호텔 뒤뜰에 착륙할 때 회전 날개의 강력한 소음에 호텔에서 기르던 새끼 밴 암사슴이 놀라 이리 뛰고 저리 뛰다 사육장 울타리에 머리를 박고 죽은 것이다.

“하필 이날 사슴이 죽다니…”

현장에서 박 대통령을 영접하던 인사들이 혀를 찼다. 그때 누군가 명령하듯 말했다.

“각하에게 보고하지 마시오!”

박 대통령은 이런 불길한 사건도 모른 채 호텔 2층에 마련된 오찬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막걸리로 건배를 드는 등 오찬이 시작되었으나 그 전처럼 대통령의 대화도 짧았고 오후 2시 도고 호텔을 떠났다.

헬기에는 박 대통령과 김계원 비서실장, 차지철 경호실장이 탑승했고 이들을 향해 손수익 충남지사, 김관현 당진 군수, 홍선기 아산군수 등 지역 기관장들이 손을 들어 환송했다.

이것이 박정희 대통령과 충남도와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오후 2시 도고를 출발한 박 대통령은 그가 평소 가장 존경하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기리는 현충사를 공중에서 한 바퀴 둘러본 다음 바로 청와대로 떠났다.

청와대에 도착한 박 대통령은 각급 보고서를 열람하고 밀린 서류도 결재한 후 차지철 경호실장에게 궁정동 안가에다 만찬상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김재규 정보부장도 참여토록 했다.

원래 궁정동 안가는 중앙정보부가 비밀리에 운영하던 곳.

마침내 오후 6시쯤 만찬이 시작되었다.

식탁에는 비빔밥, 떡만둣국이, 그리고 술안주로는 전복찜과 송이버섯 등이 놓여있었다. 술은 시바스 리갈이라는 양주.

식사 중간에 가수 심수봉과 신재순이 기타를 메고 나타났다.

7시 KBS 뉴스에서 박 대통령의 삽교천 행사가 보도되자 그것을 시청하며 삽교천 이야기가 잠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대화가 김영삼 의원직 제명 문제, 부산·마산의 학생 시위 등에 대해 이르자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김재규 정보부장이 시국을 제대로 제압하지 못한다고 질책하는 쪽으로 흘러가고 특히 차지철이 김재규를 비아냥거리자 그러잖아도 차지철에 대한 감정이 쌓였던 김재규는 잠시 방을 나와 숨겨두었던 발터PPK 권총에 실탄 7발을 장전하고는 바지 주머니에 감추고 들어왔다.

대화 분위기는 여전히 김재규를 코너로 몰고 갔다. 차지철이 “까불면 학생이고 신민당이고 그까짓 놈들 전부 탱크로 싹 깔아뭉개야 한다”라고도 언성을 높였다.

그러자 김재규가 벌떡 일어나 주머니에서 권총을 꺼내 “이 버러지 같은 것” 하며 첫발을 차지철에게 발사했다. 그의 오른손을 관통했다. 이어 박 대통령의 오른쪽 가슴을 쏘았고 박 대통령은 힘없이 식탁에 얼굴을 묻었다.

1979년 10월 26일 오후 7시 40분, 그렇게 박 대통령은 파란만장한 생을 마쳤다. 향년 61세.
/변평섭전 충남역사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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