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바람과 한적한 돌계단의 느티나무
▲ 연둣빛 신록이 반짝이는 오월. 천안 성불사 풍경.
쏟아지는 햇살 가득 연둣빛 신록이 반짝이는 오월입니다. 시원스레 볼을 스치는 봄바람은 당장이라도 어디론가 떠날 것을 재촉하지만, 막상 길을 나서기 두려운 발걸음이 향한 곳은 천안시 동남구 안서동 태조산 깊은 골짜기 안쪽에 자리 잡은 성불사 느티나무숲입니다.
▲ 천안 성불사 느티나무 숲.
사찰의 정문격인 ‘일주문’을 지나면 돌계단 축대가 나오고,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는 오월에 걸맞게 야생화가 활짝 핀 가운데 거대한 고목 느티나무가 넓은 나무 그늘을 만듭니다. 마치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대중을 향한 자애로운 부처의 마음처럼 고즈넉한 천년고찰의 비경이 펼쳐집니다.
▲ 천안 성불사 일주문.
산비탈에 반원형 석축계단을 쌓아 만든 야외공연장은 그 자연스러움에 눈길을 끕니다. 이곳에는 사찰에서 곱게 가꾼 야생화가 지천입니다. 이곳에 앉아 멀리 산 아래를 바라보며 봄바람을 맞으면 세속의 번뇌가 씻기는 것처럼 상쾌합니다.
▲ 천안 성불사 야외공연장. 계단마다 피어난 야생화가 아름답다.
대웅전으로 향하는 길은 험하지만 나름대로 운치를 전해줍니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자면 수령 550년의 느티나무에 기댄 수묵당이 나오고 산신각과 대웅전에 이릅니다. 산들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풍경의 소리가 더없이 편안합니다. 대웅전 마당에서는 천호지를 배경으로 안서동 대학가 일대가 시원스레 한눈에 펼쳐집니다.
▲ 천안 성불사의 수묵당 계단.
야외공연장에서 비탈길로 종각을 통해 대웅전으로 가는 길에도 높이 14m, 둘레 5.6m에 달하는 수령 800여 년의 느티나무가 호위를 서고 있습니다. 비탈길을 걷노라면 화려하지 않지만 수줍게 피어난 우리의 야생화가 오월의 햇살에 빛납니다.
▲ 천안 성불사 종루를 지키는 거수목 1.
▲ 천안 성불사 종루를 지키는 거수목 2.
▲ 천안 성불사 종루.
성불사는 고려 태조 왕건과 인연이 깊습니다. 구전에 따르면 후삼국을 통일한 왕건은 전국에 사찰을 건립하도록 했는데, 도선국사가 이곳에 이르자 백학 3마리가 암벽에 불상을 조각하다 완성하지 못하고 날아가 버리자 사찰을 짓고 ‘성불사’라 불렀다고 합니다.
▲ 천안 성불사 대웅전 전경.
지금도 성불사 대웅전 뒤편의 세로 248㎝, 가로 357㎝ 크기의 사각형 암벽에는 희미하게 마애불이 새겨져 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절리현상으로 얼굴과 신체 전면이 크게 떨어져 윤곽만 어렴풋한데 코가 솟아 있고 손의 형태 등이 대략의 윤곽을 남기고 오른발과 발가락은 선명하지만, 왼발은 흔적이 없습니다. 백학이 불상을 완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 천안 성불사 대웅전 뒷편의 마애불.
성불사가 남다른 점은 대웅전에서 이 마애불을 법당의 부처 대신 사용하기 위해 벽에 유리창을 만들었습니다. 마애불 오른편으로는 16나한상이 서로 마주 보거나 기도하는 모습으로 새겨져 있습니다. 바위를 둥글게 파내 마치 감실 같은 공간으로 표현했는데, 바위 한 면에 석가삼존과 십육 나한이 함께 부조된 경우는 국내에서 드문 경우라 합니다.
▲ 천안 성불사 대웅전 유리창으로 보이는 마애불.
▲ 천안 성불사 마애석가삼존 16나한상.
대웅전 오른쪽으로는 관음전이 있는데 석조 보살좌상이 봉안돼 있는데, 이 보살좌상은 세종시 조치원읍 대성천의 준설작업 도중에 발견된 불상을 옮긴 것이라 합니다.
▲ 고려시대 불상으로 알려진 천안 성불사 석조보살좌상.
성불사의 매력은 수백 년 우거진 느티나무와 지천으로 피어나는 야생화 길을 호젓하게 걷다가 돌계단에 느긋이 걸터앉아 멀리 산 아래서 불어오는 오월의 봄바람에 자신을 스스로 힐링시키는 것입니다. 천년고찰 천안 성불사 느티나무숲에서 연둣빛 신록의 산책을 권해 드립니다.
▲ 천안 성불사 느티나무 경사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