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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갑사에 가면 나도 갑이 된다

‘삼일수심 천재보 백년탐물 일조진’ 단상

2023.04.27(목) 03:43:25 | 홍경석 (이메일주소:casj007@naver.com
               	casj007@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계룡갑사

▲ 계룡갑사


527일은 부처님 오신 날이다. 이날은 불교인들에게 매우 중요한 기념일 중 하나로, 부처님께 경의를 표하고 불교의 가르침을 되새기는 의미가 있다. 많은 불교 사찰에서는 이날을 기념하여 수도제(修道祭)를 거행하고, 수행하는 동안 법문을 열기도 한다. 또한, 이 날을 중심으로 다양한 불교문화 행사가 전국의 사찰에서 열린다.

연등

▲ 연등


부처님 오신 날을 한 달여 앞두고 갑사(甲寺)를 찾았다. 갑사는 충청남도 공주시 계룡면 갑사로 567-3(중장리)에 있는 사찰이며, 대한불교 조계종 제6교구 본사 마곡사의 말사이다.

대웅전

▲ 대웅전


동학사와 함께 계룡산 국립공원 내의 양대 사찰이다. 서기 420(백제 구이신왕 1) 고구려에서 온 승려 아도가 계룡갑사라는 이름으로 지었다. 이후 679(신라 문무왕 19)에는 의상이 화엄종의 절로 삼았으며, 옛 이름인 계룡갑사를 갑사로 개칭하였다.

법고(法鼓)

▲ 법고(法鼓)

 

1597년 정유재란 때 모두 소실되어 1654(효종 5)에 새로 지었다. 오랜만에 갑사를 찾은 건 도무지 찾을 수 없는 경제적 갑()의 위치를 탈환하기 위함에서의 심리적 탈출이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갑과 을이 존재한다. 갑과 을의 관계는 뚜렷하고 명징하다. 갑과 을은 우리나라에서 고유한 개념으로, 상하관계를 의미한다.

 

풍경

▲ 풍경

 

은 상위나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을 의미하며, ‘은 하위나 낮은 지위를 가진 사람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사장과 사원, 선생님과 학생, 부모님과 자식 등의 관계에서 갑은 상위에 있고 을은 하위에 있다. 그래서 한국 문화에서는 갑과 을의 관계에서 갑은 책임과 지위를 가지고 있으며, 을은 복종하고 수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범종루

▲ 범종루

 

그러나 이러한 관계는 서로 상호작용하고, 상호 존중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이런 까닭에 최근에는 이러한 관계가 과도한 권력 남용과 약자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어, 상호적인 대화와 협력적인 관계가 더욱 강조되고 있다.

 

관음전

▲ 관음전

갑사에 들어서니 연등(燃燈)이 반갑게 맞이했다. 연등은 부처님께 공양하는 방법의 하나로 번뇌와 무지로 가득 찬 어두운(無明) 세계를 부처님의 지혜로 밝게 비추는 것을 상징한다. 불교에서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등불을 켜는 것은 어둠과 번뇌를 물리치고 영원한 진리의 광명을 밝힌다는 뜻이다.

 

목가적 풍경

▲ 목가적 풍경

 

무명으로 가득 찬 어두운 마음이 부처님의 지혜처럼 밝아지고 따뜻한 마음이 불빛처럼 퍼져나가 온 세상이 부처님의 자비와 지혜로 충만토록 하자는 것이다. 연등에 관한 이야기는 "빈자일등(貧者一燈)"이란 이야기로 전해 내려오고 있다. 석가모니 부처님 당시 난다라고 하는 가난한 여인이 있었다고 한다. 이 여인은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분을 위하여 등불 공양을 올리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다.

 

 

삼성각

▲ 삼성각

 

종일토록 구걸을 하러 다녀 얻은 것은 것이라고는 겨우 동전 두 닢뿐이었다. 이 여인은 동전 두 닢으로 등과 기름을 사고 부처님께서 지나가실 길목에다 작은 등불을 밝히고는 간절히 기원했다. "부처님, 저에게는 아무것도 공양할 것이 없습니다. 비록 이렇게 보잘것없는 등불 하나를 밝혀 부처님의 크신 덕을 기리오니 이 등을 켠 공덕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저도 다음 세상에 태어나 성불하게 해주십시오."

참 고운 연등1

▲ 참 고운 연등1

 

밤이 깊어가고 세찬 바람이 불어 사람들이 밝힌 등이 하나둘 꺼져 버렸다. 왕과 귀족들이 밝힌 호화로운 등도 예외일 수 없이 꺼져갔다. 그러나 이 여인의 등불만은 꺼질 줄을 몰랐다.

참 고운 연등2

▲ 참 고운 연등2

 

밤이 이슥해지자 부처님의 제자 아난은 이 등불에 다가가 옷깃을 흔들어 불을 끄려 하였다. 하지만 이 등은 좀처럼 꺼지지 않고 오히려 더 밝게 세상을 비추었다. 그 때 등 뒤에서 바라보고 계시던 부처님께서 조용히 말씀하셨다.

참 고운 연등4

▲ 참 고운 연등3

 

"아난아! 부질없이 애쓰지 마라. 그 등은 가난하지만 마음 착한 한 여인이 큰 서원과 정성으로 켠 등불이니 결코 꺼지지 않으리라. 그 여인은 이 공덕으로 앞으로 30겁 뒤에 반드시 성불하여 수미등광여래(須彌燈光如來)'가 될 것이다."

계룡산 맑은 물 드세요

▲ 계룡산 맑은 물 드세요

 

문득 삼일수심 천재보 백년탐물 일조진’(三日修心千載寶 百年貪物一朝塵), 삼 일간 마음을 닦아도 천 년의 보배요 백 년 동안 물건을 탐하여 모은 재산은 하루아침의 티끌과 같음이다라는 구절이 떠올랐다. 대웅전 법당에 들어서서 경건한 마음으로 불공을 올렸다.

기와 불사의 공덕 쌓으세요

▲ 기와 불사의 공덕 쌓으세요 

 

계룡산을 찾아온 맑은 바람이 풍경(風磬, 처마 끝에 다는 작은 종. 속에는 붕어 모양의 쇳조각을 달아 바람이 부는 대로 흔들리면서 소리가 난다)을 조용히 흔들었다. 가뿐한 마음으로 갑사 경내를 거닐자니 나도 어느새 으로 변모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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