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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칼럼

‘홍성 산불’을 회상하며

출입기자 칼럼 - 윤신영 대전일보 기자

2023.04.16(일) 22:13:23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deun127@korea.kr
               	deun127@korea.kr)

홍성산불을회상하며 1


일요일이었던 지난 2일은 본부장이 자리를 비워 혼자 다음날 지면을 채워야 하는 날이었다.

만약을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 기사를 정리했던 난 오전 10시쯤 되자 쏟아지는 잠을 이길 수 없었다. 졸고 있던 그때가 11시 40분쯤이었을까?

한 지인이 SNS로 홍성군 서부면에서 산불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알리며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전했다.

그는 “바람이 많이 불어 불이 급속도로 번지고 있고 민가가 아래 있다”며 “바람이 반대편으로 불어 당장은 다행이지만 불이 더 커지기 전에 잡혀야 할텐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난 이맘 때면 일상적으로 나는 산불쯤으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다시 잠을 청했다.

그렇게 시작한 산불은 정오를 넘기면서 분위기가 심상찮게 돌아가고 있었다.

급박하게 현장에 나가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산불 발화지인 서부면 중리로 출발하면서 처음 소식을 전해줬던 지인에게 상황을 물어보려 전화를 걸었다.

그는 다급한 목소리로 “이거 못 잡을 것 같다. 바람도 세고 이미 불이 커질 만큼 커져서 쉽게 꺼질 것 같지 않다”라고 현장 상황을 알렸다.때마침 ‘산불이 퍼지고 있어 인근 마을 주민들은 마을 회관이나 야외로 대피하길 바란다’는 안전안내문자가 왔다. 산불이 커지고 있는 징후가 곳곳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차로 30분쯤 달리자 멀리 산등성이에서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는 것이 보였다. 아직 산불은 보이지 않고 산 반대편에서 나오는 엄청난 양의 연기는 ‘산불이 이런 거구나’하는 생각을 가지게 했다.

이동하는 도중 산불로 산등성이에서 올라오는 연기를 카메라로 찍으며, 위치가 정확히 어디인지 묻기 위해 다시 지인에게 전화를 했다. 지인은 현장 가까이 더 이동한다며 내게 홍성군 서부면 양곡리의 한 마을을 일러줬다.

15분쯤 더 달려 알려준 마을에 도착한 나는 이상함을 느꼈다. 한 곳이 아니라 마을을 둘러싼 산 세 곳에서 연기가 솟아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마을 한편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는 점점 마을 주택 쪽으로 확산했고 그 모습을 도로에 피해 있는 경찰관과 주민들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내가 도착한 후 단 몇 분만에 그 연기는 큰 불길로 바뀌었고 다른 산을 오가며 불을 끄던 헬기와 소방차들이 연이어 마을에 왔다. 그때 축사로 보이는 한 건물과 건물 한 채에도 불티가 옮겨붙었고 이를 지켜보는 마을 주민들은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

거세게 타오르던 불길은 급박하게 투입된 소방대원들에 의해 10여 분만 잡혔지만 마을 인근은 온통 뿌연 연기로 뒤덮였고 나 역시 이를 피해 차에 들어가 상황을 정리해야 했다.

마을을 뒤덮은 연기가 완전히 사라진 뒤 외부 상황을 확인하러 나온 나는 마을을 둘러쌓던 불이 대부분 꺼지고 연기만이 뿜어져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제 불이 꺼졌구나’ 안도하던 것도 잠시 내게 또다른 공포가 엄습했다. 불과 10여 분 전까진 볼 수 없었던 불이 또 다른 산등성이 두 곳에서 동시에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이번 산불이 오늘 중 진화는 어렵겠구나라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3일간 홍성 서부면과 결성면 인근 1천ha 이상 임야를 태웠던 산불의 시작이었다.

이번 산불은 바람에 불씨가 날려 순식간에 다른 봉우리에 불이 번지는 산불의 실체를 알게 했다. 금방 끈 불이 바람 한 번으로 되살아나 앞산 옆산 뒷산으로 마구 번지는 자연의 힘과 무서움을 생생히 체험했다. 

이번 홍성산불을 직접 경험하고 나서는 길거리를 걷다가 자주 보이는 ‘산불조심’이라는 플래카드가 허투루 보이지 않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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