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추석 명절도 지나고 완연한 가을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한낮에는 조금 덥기는 하지만 결실을 앞둔 곡식들이 알차게 영글어 가는 시기이니만큼 따가운 빛은 필수라는 생각에 그것마저도 기분이 좋아지는 시기가 바로 가을이 오는 요맘때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제가 좋아하는 예당저수지에도 가을이 찾아들고 있습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예당저수지의 사계를 담아오면서 뜻하지 않은 고마움과 행복을 많이 느꼈었는데 올가을에도 여전히 예당저수지 주변을 걷게 되면 행복한 마음이 가득합니다. 자연이 주는 고마움이 점점 더 커짐을 느끼게 됩니다.
예전에 담아 둔 사진들을 꺼내 보는 가을은 많은 것들을 새롭게 하고 싶은 생각을 들게 하고, 용기를 북돋어 주는 것 같아 좋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왕래하면서 안부를 묻는 예당저수지를 지켜가는 모자의 모습을 지금은 볼 수 없지만, 아드님은 여전히 예당저수지의 아침을 지켜가고 있습니다.
예당저수지를 오가는 길에 만나는 가을 풍경은 아주 매력적이고 몽환적이기도 합니다. 이른 가을 아침이 주는 선물 같은 풍경입니다. 천천히 길을 따라 걸으면서 힐링도 하고, 사진도 담고, 가끔 만나는 어르신들과 이야기도 나누면서 걷다 보면 눈 깜짝할 사이 오전이 지나가게 됩니다.
예당저수지가 시작되는 소하천들도 이제 서서히 여름을 보낼 준비를 합니다. 가을 태풍이 지나가게 되는 날이면 이렇게 흙탕물이 되어 아슬아슬한 순간도 맞게 되지만 이제부터 예당저수지에 물을 가득 채워야 하기에 하천들도 바빠지기 시작하는 계절이 바로 가을입니다.
예당저수지를 바라보며 우뚝 솟아있는 봉수산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가을을 맞고 있습니다. 이렇게 운해가 피어오르기 시작하는 가을, 예당저수지의 숨겨 두었던 매력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예당저수지에서 평생을 살아온 어부 부부의 바쁜 가을도 시작되고 있습니다. 겨울 얼음이 얼지 않는 한 사계절 바쁜 분들이지만 가을 물안개와 함께하는 순간이 사진을 담는 저로서는 제일 아름다운 시간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한 폭의 그림이 따로 없지요? 백로가 더 하얗게 빛이 나는 순간, 어부 할아버지의 곁을 지키면서 예당저수지를 더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모든 것들이 아름다운 풍경이 되는 순간입니다. 사람도 풍경이 되어가는 순간입니다.
연꽃은 사라졌지만, 연잎들이 마지막 여름을 그리워하면서 초록에 지켜가는 시간.
예당저수지의 마지막 여름도 서서히 지쳐가기 시작합니다. 예당저수지의 수량에 따라 새롭게 피어나고 지는 많은 식물도 분명 가을이 왔음을 알고 있을 텐데 마지막까지 푸르름을 잃지 않는 풍경들은 자연이 주는 신비로운 고마움일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