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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땅의 길, 진리(眞理)를 얻다

‘솔바람길’에서 생각나는 것들

2022.03.23(수) 21:46:41 | 나드리 (이메일주소:ouujuu@naver.com
               	ouujuu@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길이 있다. 사전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길은 ‘어떤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땅 위에 낸 일정한 너비의 공간’을 말한다. 세상의 길은, 너와 나 혹은 서로 다른 인연들이 만나서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가는 곳이다. 인류의 삶은 길에서 시작되고 길이 있으므로 역사가 이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길은 있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 문명이 발전 할수록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길의 표시가 하늘로 나를 안내하고 있었다.

▲ 길의 표시가 하늘로 나를 안내하고 있었다.


우주에도 길이 있을까. 수많은 별들도 자신의 영역에서 가야 할 길이 있다. 공전을 하는 행성들이 정해진 길로 움직이며 우주의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 하늘에서는 새들과 항공기들이 각자의 길을 만들고, 바다에서는 물고기와 선박들이 서로의 길을 다니면서 생태계는 자신들의 영역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길은 변하지 않는 진리가 되고 사람들은 길을 걸으면서 인생의 진리를 추구하게 되는 것이다.

잘 정돈된 흥주사 앞 둘레길

▲ 잘 정돈된 흥주사 앞 둘레길


땅의 길은 저마다의 이름이 있다. 우리나라는 지금 지역마다 ‘둘레길’이란 이름으로 새로운 길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코리아둘레길'은 총 4544㎞에 이르는 기나긴 길이다. 최전방 비무장지대의 DMZ ‘평화의길’부터 시작해서 서해로 이어지는 ‘서해랑길’ 그리고 남해로 이어지는 ‘남파랑길’과 동해에서 마무리되는 ‘해파랑길’로 구성되어 있다. 한반도를 외곽으로 돌아서 걷는 길이니 참으로 머나먼 코스이다.

솔향기 가득한 태안의 길

▲ 솔향기 가득한 태안의 길


태안에도 유명한 길이 있다. ‘코리아둘레길’에서 ‘서해랑길’에 포함된 ‘솔향기길’이다. ‘솔향기길’은 ‘태안의 기적’을 만들어낸 전 국민에게 바치는 길이기도 하다. 2007년 12월 7일, 바지선과 충돌한 허베이 스피릿 호에서 흘러나온 검은색 원유가 서해안을 죽음의 바다로 만들었다. 이때 전국에서 120만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바위, 자갈, 모래에 묻은 원유를 하나하나 정성으로 닦아내어 기적을 일군 노고에 감사함을 표시하기 위해서 만든 길이다.

길에 소중한 의미를 부여하는 곳이 태안 둘레길이다

▲ 길에 소중한 의미를 부여하는 곳이 태안 둘레길이다


길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은 약간 이상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길은 모든 사람들이 목적을 갖고 이동하는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땅의 길은 이름이 있고 그 이름들을 살펴보면 모두 의미가 담겨있다. 잊지 말아야 할 소중한 가치를 생각하면서 걷는 것도 길에서 느끼는 또 다른 매력이다. 소나무가 바람을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아마도 자연에서 얻어지는 생명의 소중함을 잊지 말라고 자신의 향기로 길을 내어준 것이리라.

소나무와 맥문동이 예쁘게 어우러진 솔바람길

▲ 소나무 주변을 잘 가꾸어 놓은 솔바람길


태안에는 다양한 이름을 가진 둘레길이 많다. 그중에 역사의 체취가 묻어있는 길을 바람이 걷고 있는 ‘솔바람길’도 있다. 소나무와 바람이 어우러진 ‘솔바람길’은 늘 새로운 느낌으로 풍경들을 선사하고 변하지 않는 자연의 진리를 일깨워 준다. 태안군 주산인 백화산 북쪽 마을의 솔바람이 3월의 비릿한 체취를 휘감아 서쪽 마을까지 이어진다. 솔바람과 솔향기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태안군의 소나무들이 만들어낸 지역의 자랑거리다. ‘솔바람길’이 휘감아 도는 능선 길에 과거와 현재가 만나 미래를 꿈꾸게 된다.
 

태안의 소나무들은 소중하게 잘 관리되고 있다

▲ 태안의 소나무들은 소중하게 잘 관리되고 있다



24절기 중 네 번째인 춘분이 지나자, 흙과 나무들이 봄비를 맞으면서 겨울의 묵은 때를 벗겨내고 있다. 빗물은 나무의 머릿결을 적시고 등줄기를 타고 땅을 적신다. 나무와 땅의 묵은 때가 솔바람에 쓸려 땅의 냄새도 숲의 냄새도 비릿함이 베여있다. 바다의 비릿함과 달리 땅의 비릿함은 정겹기만 하다. 솔바람이 자신의 길을 거닐면서 겨울의 끝자락을 들추어대면 서늘함이 느껴진다.

솔바람길을 예쁘게 다듬어 놓은 주민들의 예쁜 마음이 길과 함께 한다

▲ 솔바람길을 예쁘게 다듬어 놓은 주민들의 예쁜 마음이 길과 함께 한다

 
‘솔바람길’은 백화산 정상을 중심으고 북쪽에서 서쪽으로 이어지는 3.3km의 등산로이다. 흥주사에서 출발을 하면 주변 산자락이 잘 꾸며져 있어서 등산객들의 발길을 붙잡고 시선을 빼앗기도 한다. 등산로 주변에 잘 정돈된 맥문동들이 오와 열을 갖추고 특유의 향기를 뿜어내고, 길바닥에는 유명한 시상식의 레드카펫 보다 편안한 야자매트가 깔려있다. 야자매트에서 느껴지는 길의 느낌은 푹신하고 가볍다. 백화산을 굽이치는 산등성이 길을 걷다보면 소나무 사이에서 달려드는 바람이 너무나 싱그럽다. 땀방울에서 느껴지는 솔향기가 바람을 머금고 나의 가슴으로 파고드는 것처럼 상쾌한 기분이 느껴지는 길이다.

솔바람길 안내문

▲ 솔바람길 안내문


 
북쪽 마을 상옥리에서 서쪽 마을 삭선리까지 이어지는 '솔바람 길'은 대한불교조계종 제7교 수덕사의 말사인 흥주사에서 시작된다. 백제시대에 창건된 흥주사에는 충청남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만세루'와 '3층 석탑'있고, 충청남도 기념물 제156호인 수령 500여 년 된 은행나무가 있다. 흥주사에서 2km 정도를 가면 백화산 정상에 이르고 정상 바로 밑 서쪽 길에는 국보 제307호 백제시대 마애삼존불입상이 있는 태을암이 나온다.

3월의 천년고찰 흥주사의 모습

▲ 3월의 천년고찰 흥주사의 모습


 
‘솔바람길’은 백제시대의 역사가 서려있는 길이기도 하다. 백제 사람들이 이 길을 걸었는지는 알 수가 없으나 우리 조상들이 흥주사에서 태을암까지 걸었다면 이 길로 갔을 것이다. 질풍노도처럼 달려온 한민족의 역사가 소나무 사잇길로 이어져, 나의 마음에 정착지로 삼고 숙연함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발끝에서 피어오르는 땅의 비릿한 냄새가 솔바람을 타고 폐 속까지 파고든다. 바람이 전해주는 한민족의 역사에 대한 묘한 카타르시스(catharsis)가 등산로를 따라서 아련히 이어지고 있었다. 백제의 시간이 ‘솔바람길’에서 흙의 냄새로 아련히 묻어나고 있었다.

백제의 문화가 숨쉬고 있음을 알려주는 안내문

▲ 백제의 문화가 숨쉬고 있음을 알려주는 안내문


인간이 땅에서 생존하려면 길이 필요하다. 땅의 길은 인류문명을 발전시키며 시멘트로 덮이고 흙의 생명을 잃어가고 있다. 흙은 땅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의 원천이다. 흙이 공기를 정화시키고 생명들을 키우면서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가고 있다. 인간의 욕심이 땅을 오염시키고 흙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시멘트가 덮어버린 도시의 흙이 죽어가고 있다. 숨을 쉬지도 못하고 오염물질에 노출되어 점점 생명력을 잃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자연과 공존하려면 자연을 보호하는 길 뿐이다.

▲ 인간이 자연과 공존하려면 자연을 보호하는 길 뿐이다.

 
땅이 내어준 흙의 길은 평온하며 자연경관이 아름답다. 인간이 만들어낸 시멘트 길은 정신이 사납고 풍경들과 함께 할 수 없다. 어쩌면 길은 자연이 허락할 수밖에 없는 절대적인 것인지도 모른다. 그 절대성에 숨겨진 인간들의 무지한 습성이 길을 통해서 자연과 함께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길 위의 진리(眞理)가 3월의 봄과 함께 피어오르고 있다.

500년 넘게 흥주사를 지켜온 은행나무가 생명의 위대함을 증명하고 있다

▲ 500년 넘게 흥주사를 지켜온 은행나무가 생명의 위대함을 증명하고 있다



충남 화이팅!! 태안군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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