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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어사리포구에서 궁리포구까지 서해랑길을 걸어보다

2022.02.02(수) 13:57:45 | 설산 (이메일주소:ds3keb@naver.com
               	ds3keb@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한반도 동해에서 남해를 거쳐 서해에 이르는 바닷가를 따라 조성된 코리아 둘레길은 해안을 따라 사람들이 모여 사는 작은 포구와 포구를 이어준다.
바다에 접한 낮은 산과 구릉들을 이어 무려 4,500km나 되는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조성했다.
동쪽은 해파랑길, 남쪽은 남파랑길, 서쪽은 서해랑길이라고 이름을 붙인 아름답고 의미 있는 도보 여행길이다.   
어느 해 봄날, 부산에서 포항까지 해파랑길 일부 구간을 걸어본 나는 노란 유채꽃이 피고 청보리가 익어가던 들판과 찔레꽃 향기 아련하던 숲들을 지났다.
작은 포구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이 미역을 따서 말리기에 분주하던 모습들이 눈에 선하다.
‘서쪽(西)의 바다(海)와 함께(랑) 걷는 길’을 의미한다는 서해랑길은 전남 해남 땅끝에서 인천 강화를 연결하는 109개 코스, 1,800㎞에 이른다.
이 중 63코스는 천북굴단지에서 남당항, 어사리포구, 어사리 노을공원, 속동전망대를 거쳐 궁리포구까지 약 11.2km 구간이다.
서해랑길을 완주한 사람들의 평에 의하면 서해랑길 전체 구간 중에서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아름답다고 하여 이 길을 걸어보기 위해 설밑에 길을 나섰다.
설을 앞두고 귀성하는 차들로 어느 정도 정체를 예상했는데 막힘없이 수덕사 입구를 지나고 홍성 갈산을 지나 도착한 어사리는 고기와 모래가 많아 붙어졌다고 하는 한적한 포구다.
이 포구의 쭉 늘어선 상가에는 요즘 제철인 새조개를 까거나 말리고 있는 생선을 뒤집으며 손님을 기다리는 상인들이 있다.

어사리포구 상가
▲ 어사리포구 상가

이곳에서 궁리포구까지 약 5km, 왕복 10km에 이르는 길에는 또 어떤 풍경들이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려나….
언제나 처음 걷는 길은 두말 할 것도 없이 아름다웠고, 서해랑길 전체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라고 하니 기대하면서 걸음을 내딛기 시작한다.   
소라 껍데기를 줄에 달아 만든 주꾸미 통발을 쌓아둔 방파제를 따라 걷다 보니 사랑하는 사람끼리 마주 보며 웃음 짓고 있는 조형물이 서 있는 어사리 노을공원이 나타났다.
「행복의 시간」이라는 제목의 조형물을 보고 있노라니 ‘그리운 사람끼리 두 손을 잡고/ 마주 보고 웃음 지며 함께 가는 길/ 두 손엔 풍선을 들고 두 눈엔 사랑을 담고/ 가슴엔 하나 가득 그리움이네’ 이 노래가 생각나 중얼거려 본다.

소라 껍데기 주꾸미 통발
▲ 소라 껍데기 주꾸미 통발

어사리 노을공원 전망대
▲ 어사리 노을공원 전망대

어사리 노을공원 조형물
▲ 어사리 노을공원 조형물

길 위의 소나무 가지에 매달려 바람에 나부끼는 노랑과 주황으로 된 서해랑길 리본을 보니 동해의 해파랑길과 제주올레길에서 많이 보았던 길잡이 리본을 따라 걷던 때가 떠올라 반갑다.
천수만 바다 건너 길게 뻗은 안면도 하늘 위에 떠 있는 해에서 비추는 오후의 햇살을 받은 바다는 은빛 물결 반짝거린다.

서해랑길 이정표▲ 서해랑길 이정표

누군가 일부러 심은 것 같은 길가의 해당화 마른 잎과 쭈그러지고 색이 바랜 열매가 차가운 겨울바람을 견디고 있다.
공원 주차장에는 다양한 종류의 캠핑카들과 차박 하는 사람들이 친 텐트 사이에 작고 앙증맞은 소형 카라반 눈길을 끈다.

공원의 풍차▲ 공원의 풍차

공원 주차장의 카라반
▲ 공원 주차장의 카라반

길은 다시 무지개색을 칠한 낮은 방파제를 따라 속동전망대와 육지에서 떨어져 나온, 소나무로 덮여 있는 ‘모섬’이라 부르는 작은 섬으로 이어진다.
잘 놓인 산책로를 따라 모섬 가장 높은 곳에 올라 보니 바다 건너 안면도 섬 사이로 지는 해는 그 자자한 소문만큼이나 아름다울 것 같다.
그래서 속동전망대와 어사리 노을공원과 궁리포구에서 보는 노을 속으로 해가 지는 풍경을 ‘명품 낙조’로 불리며 홍성 12경 중 제6경에 이름을 올린 모양이다.
우리는 오늘 어느 곳에서 명품 낙조를 보게 되려나 모르겠다.

무지개색 방파제와 속동전망대, 모섬▲ 무지개색 방파제와 속동전망대, 모섬

모섬이 바라다보이는 사랑의 그네
▲ 모섬이 바라다보이는 사랑의 그네

속동전망대 앞 모섬
▲ 속동전망대 앞 모섬

모섬 전망대
▲ 모섬 전망대

속동전망대에서 나온 길은 도로를 따라 이어지는데 한 무리 오토바이를 탄 사람들이 엄청난 굉음을 내고 바람같이 지나간다.
가고 길옆 마당 가에는 주꾸미를 잡아 임시 보관하는 것 같은 넓고 큰 수조에는 주꾸미들이 헤엄을 치거나 만사가 귀찮은 듯 늘어져 있다.   
궁리포구로 가는 길가에는 마른 억새와 흡사 제주도 올레길을 걸으면서 볼 수 있었던 잘 지어진 집들과 예쁜 카페가 눈에 들어온다.
멀리 배낭을 메고 앞서가는 사람을 보니 그 시리도록 아름답던 날들의 기억들이 되살아나 가슴이 뛴다.
이렇게 나는 아직 뛸 가슴이 남아있는 모양이다.

궁리포구로 가는 길
▲ 궁리포구로 가는 길

궁리포구로 가는 길
▲ 궁리포구로 가는 길

지형이 활처럼 생겼다고 하여 붙여졌다는 궁리포구 방파제 끝 빨간 등대 앞에 서니 웬일인지 이곳까지 오는 동안 잠잠했던 바람이 거칠어져 물결이 높다.
포구에 정박해 있는 줄에 묶인 작은 배들 때문인지, 어디에도 사람들의 모습은 찾을 수 없기 때문인지 쓸쓸함이 전해온다.

궁리포구 방파제
▲ 궁리포구 방파제

궁리포구 등대
▲ 궁리포구 등대

궁리포구를 나와 다시 돌아가는 길과 바다 위에는 늦은 오후의 설핏한 햇살이 비치고 하늘에는 어디로 가는지 모를 몇 무리의 새들이 긴 대형을 이루며 날아가는 광경을 보며 어사리 노을공원으로 돌아왔다.
이곳에서 보는 궁리포구는 아득하여 정녕 저 먼 길을 걸어왔단 말인가 싶다.

늦은 오후의 설핏한 햇살이 비치는 바다
▲ 늦은 오후의 설핏한 햇살이 비치는 바다

그리고 잠시 후 서쪽 하늘이 서서히 붉게 물들더니 사랑이 담긴 눈빛으로 마주 보고 웃음 짓는 조형물 너머로 해가 진다.
하늘 맑은 오늘의 노을은 이 사람들의 미소 만큼이나 곱다.
   

노을에 물든 어사리 노을공원
▲ 노을에 물든 어사리 노을공원

해 질 무렵 어사리 노을공원
▲ 해 질 무렵 어사리 노을공원


- 어사리 노을공원
  충남 홍성군 서부면 남당항자전거길 53
 
- 속동전망대
  충남 홍성군 서부면 남당항로 689
 
- 궁리포구
  충남 홍성군 서부면 궁리 54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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