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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엄마, 지금처럼만 기억해주세요!

추석 명절 앞두고 서산 대산읍에 계시는 엄마를 뵙고 왔습니다.

2021.09.22(수) 21:26:01 | 황토 (이메일주소:enikesa@hanmail.net
               	enikesa@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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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산휴게소 500미터 전방

대전 유성에서 출발한 차가 고속도로에 진입하기까지는 10여분, 유성 IC를 통과하여 친정엄마가 계시는 서산 대산까지 중간의 휴게소 한 번을 거쳐 2시간이면 얼추 도착이다. 추석명절로 교통상황을 미리 알아보면서 귀성객들이 붐비는 시간을 피해 우리는 추석하루 전날 움직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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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산휴게소로 들어가는 길

전화는 자주하면서 격주로 찾아뵙기는 하지만 바쁠 때는 한 달에 한번이 빠듯할 때도 있다. 인지증(치매) 판정을 받은 지 5년이 넘어가는 지금, 전화를 할 때마다 엄마는 곧바로 나를 알아보시고 ‘애들은 잘 있고 이 서방은 바쁜지, 다른 거 필요 없고 그저 건강한 게 최고’라는 단골 멘트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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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산휴게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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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 단장한 횡단보도

점심을 먹고 출발한 오후 2시. 고속도로의 상·하행선 차들이 제 속도로 물처럼 부드럽게 흘렀다. 공주휴게소를 지나 예산휴게소 쯤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서산까지 중간지점이기도 했고 차 안에서 잠시 굳은 몸을 풀기엔 이 지점이 가장 적당하기에. 500미터 전방에서 보는 휴게소의 차들이 평소보다 그리 눈에 띄게 많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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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산휴게소 주말장터가 20일(월)에도 열렸다. 

토·일요일 주말에만 열리는 휴게소장터는 20일, 월요일이었지만 장이 섰다. 추석을 앞두고 미처 선물을 준비 못한 사람들을 위해 준비한 듯 과일박스들이 쌓여있기도 했다. 바람은 적당히 시원하고 느티나무가 있는 쉼터 벤치가 빈 것과 달리 흡연실엔 앉거나 서서 흡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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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미취가 핀 쉼터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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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느다란 개미취 꽃줄기가 바람에 흔들린다. 3단계 적용으로 저녁 8시부터 새벽 5시까지는 테이블에서조차 취식이 금지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의 거리두기는 이제 자연스럽다. 볼 일을 보고 편의점에 들러 간식거리를 사면서 휴게소 한 바퀴를 걷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기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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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넉넉한 한가위 전날의 가을풍경이 평화롭게 보인다. 

고속도로를 달리며 양쪽으로 펼쳐지는 가을풍경이 넉넉하다. 늦은 장마가 찾아왔지만 눈에 보이는 들녘은 이미 풍년인 듯 누런 벼들이 고개를 숙였다. 몸도 마음도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은’ 날들이 이어진다면 좋겠다. 그 생각들로 산 아래 옹기종기 모인 집들이 다정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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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꼭대기 위에 공군레이더기지의 돔이 보이면 엄마가 계신 곳이 가까워진다.

서산 IC가 멀지 않은 곳, 당진에서 서해대교로 가는 길은 정체되었다는 전자알림 팻말이 보였다. 하지만 대산읍으로 가는 길은 막히지 않았다. 내가 감지하는 도착점은 공군레이더기지가 보이는 망일산 정상 군부대의 돔이 보이는 곳이다. 서산의 ‘망일산’은 그만큼 위용과 기품이 있다는 명산으로 알려져 있는데 가보지 않은 아쉬움이 큰 산이다. 눈앞에서 그 돔이 아주 가깝게 보이면 이제 도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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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으로 돌아가는 길.

"큰집에는 안가고 왜 여길 왔어?” 
“코로나 때문에 거기는 확진자가 계속 많이 나오고 있어서 다음에 가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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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속도로는 막힘없이 순조로웠다.

엄마는 묻고 나는 대답한다. 고개를 돌리면 다시 반복되는 질문. 나는 처음 듣는 것처럼 대답하고 엄마도 처음 묻는 것처럼 궁금해 한다. ‘응, 그렇구나. 요즘 그거 코로난지 뭔지 병이 돌아서 그래’라고 해놓고, 엄마의 눈이 잠시 비껴가는 순간 다시 되묻는다.
“너 큰집에는 안가고 왜 여길 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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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가위 보름달을 하루 전날 미리 보았다. 저 달 속에 엄마얼굴이 그득하다.

저녁 어스름이 퍼지는 시간, 엄마와 헤어지는 시간은 언제나 애틋하다. 차는 다시 고속도로에 오르고 어둠이 진해지면서 내일 한가위에 휘영청 떠오를 달이 먼저 고개를 내밀었다. ‘엄마, 지금처럼만 기억해주세요!’ 기도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는 둥근 달 속엔 허리가 굽고 주름으로 쪼글쪼글한 엄마얼굴이 그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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