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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백마강에 전설의 용들이 나타났다!

제1회 백마강배 용선 경기대회 이야기

2020.10.28(수) 08:54:01 | 충화댁 (이메일주소:och0290@hanmail.net
               	och0290@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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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고 푸른 하늘 아래 꽃들은 전쟁처럼 피어나 인간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봄에는 바람에, 가을에는 시련에 흔들리며 생의 한 굽이를 넘어간다. 이고 지고 온 삶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는 계절이다.
 
사연이 많은 부여 백마강에서 용선 경기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제1회 백마강배 전국 용선 경기대회'는 부여군이 국민체육공단에서 주관한 2020년 지역특화 스포츠관광산업 육성사업에 공모해 국비와 군 자체 예산을 들여서 군민 복지를 위해 마련한 행사였다.
 
새벽 서리가 제법 두텁게 내려앉은 날이었다. 이른 오전 시간부터 시작되는 백마강 용선대회를 보러가야 하는데 이른 추위가 걱정이었다. 강가에서 올라오는 강바람이 한몫을 거들면 비대면의 시기를 견딘 보상심리로 모처럼 나선 외유에 오들거리는 한기만 맞을 것 같아서였다. 날씨 예보에는 한낮에는 전형적인 가을 날씨가 예상된다고 했다. 조금 안심이 되기도 했다. 아직 가을 하늘이 높은데 패딩 점퍼까지 찾아 입는 오버까지는 하기 싫어서 스카프 하나에 강바람에 치맛바람 좀 날려보고 오겠다는 기분만 챙겨서 길을 나섰다.

가을 하늘은 짙은 푸른빛으로 백마강 고요한 물결 속에 적셔져 있었다. 강에서는 둥둥거리는 북소리가 올라왔다. 사람들의 함성소리가 철썩거리는 물결을 밀어냈다. 벌써 축제의 서막이 오른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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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배가 용선이라구요? 카누인가 조정인가 그런 거 아니구요?”  
“용선이 배에 용 대갈빼기(뱃머리)를 달아놓은 거지 별 거 있간디?”
구경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런 소리가 들렸다.
 
며칠 전에, 뜬금없는 ‘용선’이 궁금해서 검색창에 입력했더니 용선(傭船), '삯배'라는 사전적 의미가 가장 먼저 나왔다. 보도 자료가 배포되기 전이어서 그런지 ‘백마강’과 ‘용선’이라는 키워드로 검색이 되는 기사들이 없었다. 뭇사람들의 블로그에 쓴 글들을 읽다가 불교의 ‘반야용선(般若龍船)’까지 접하게 되었다. 극락세계로 가는 마지막 관문인 반야의 강을 건널 때 타고 가는 배가 용선(龍船)이었다. 사찰의 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불화 속 '용의 머리를 한 상상 속의 배'가 반야용선이었다. 아미타부처가 구제한 사람들을 태워 굽이치는 물살을 가르며 극락으로 인도하는 역동적인 그림 속의 그 배였다.
 
백마강의 용선도 뱃머리를 용의 머리로 만들어 마치 용의 등에 앉은 것처럼 멋을 낸 배였다. 백마강에 살고 있다는 전설의 용을 형상화해서 만들어 그런지 신령스런 기운조차 깃든 것처럼 보였다. 그 배를 타고 한가로이 노를 저어가는 뱃놀이에 빠져들면 극락이 따로 없을 것 같았다.
 
용선 경기는 바람을 동력으로 하는 돛 대신 12명이 힘을 모아 노를 저어서 도착지에 빨리 닿는 경기였다. 12명의 호흡과 협동심이 필요한 경기였다.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 띄운 배였다. 코로나19로 침잠해 있던 부여군민들에게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새롭게 기획한 행사였다. 전염병 대유행의 시기가 아니었다면 축제의 계절인 가을을 맞이하여 부여 구드래 벌판이 떠나가게 치러질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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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어디에서인가 튀어나올 바이러스를 염려하여 관중들을 제한하고 외빈들의 초청을 최소화한 축제라서 아쉬움이 많았다. 셀럽들의 무도회처럼 초청장을 보내고 명단에 이름이 없으면 행사장 입장을 막는 방법이 동원되었다. 출입구에는 초청자 명단에 없는 사람들이 항의를 하기도 했지만 시기가 시기인 만큼 대부분은 조용히 돌아갔다. 전염병의 시기를 지나는 동안 사람들은 자기 방어와 통제에도 익숙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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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는 16개 면단위로 선발된 인원들이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기업과 단체부, 중등부, 초등부로 나누어서 토너먼트 게임으로 치러졌다. 아마추어들이 벌이는 경기라서 승부보다는 언택트의 시기를 잘 견디고 있는 군민들을 위한 위로의 시간을 마련한 것이었다.  
 
땅위의 경기에서는 맛보지 못했던 스릴 넘치는 순간이 용선경기에서 속출했다. 제대로 방향을 잡지 못해 용선끼리 부딪치기도 하고 땅에서처럼 라인이 그어진 트랙이 없으니 전진을 하는데 애로가 겪는 듯했다. 노를 저어 물살을 가르며 나아가는데 익숙하지 않아서 일어나는 해프닝들은 구경하는 사람들에게도 웃음을 안겨주었다.
 
함께 소리를 지르고 몸을 쓰고 땀을 흘리는 에너지 발산의 시간이 지나면 끈끈한 정이 싹트고 결속력도 생기기 마련이다. 전염병의 시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방법으로 부여에서는 백마강 깊은 곳에 살고 있다는 용을 형상화한 용선들의 경기를 개최, 군민들을 위안하는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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