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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2020년 보부상, 아홉사리길을 걸어 홍산 장시에 서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그들만의 축제로 만족한 홍산보부상공문제

2020.09.14(월) 10:38:36 | 충화댁 (이메일주소:och0290@hanmail.net
               	och0290@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올해는 보부상공문제의 화려한 서막을 열지 못했다. 모두가 알다시피 코로나19의 창궐은 거리제한, 비대면, 접촉 금지 등으로 사회적 동물인 인간들의 사회성을 일시적으로 멈추게 했다. 2020. 9.12 홍산 보부상공문제가 ’보부상, 장시에 서다’라는 주제로 최소한의 인력과 행사로 진행되었다
    2020년보부상아홉사리길을걸어홍산장시에서다 1
 
부여군 홍산면 사단법인 홍산보부상보존회(회장 이정구)에서는 2015년부터 보부상공문제를 발굴해서 홍산 5일장 활성화와 주민 화합을 위한 축제로 기획해 왔다.

공문제란 보부상들의 공적(公的) 문서 등을 모아 놓고 제를 지내면서 마을사람들과 함께 잔치를 열어 즐기는 일종의 축제를 말한다. 홍산보부상보존회에서는 공문제를 재현하면서 보부상 시조인 백달원과 역대 임원들의 위패와 보부상의 권위를 세우는 근거인 공문(완문·선생안·절목) 등의 문서를 모셔놓고 제례를 지내왔다.
 
간소한 공문제례 후에 이어진 각설이 공연. 지역 주민 이순용 님이 숨겨놓았던 끼를 한껏 발휘하고 있다. 관객을 부를 수 없는 시국이 아쉽다.
▲간소한 공문제례 후에 한껏 끼를 부려 각설이 공연으로 한바탕 신명을 푼 지역 주민 이순용님
 
작년에는 홍산에 있는 고등학교 학생들이 보부상으로 분해서 거리행렬에 참여도 하고 지역 주민들은 보부상 규약의 한 장면을 연극화해서 직접 배우가 되어서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보부상공문제는 주민 참여형 축제로 함께 즐기며 화합 한 마당 축제로 기획이 되었다.

그러나 올해는 4월로 예정되었던 보부상공문제가 코로나19로 연기되었다가 최소한의 제례 행사 위주로만 진행한 것이었다.
 
동동구리모 장수로 분한 지역 주민 윤태순 님. 관객이 거의 없는 무대에서 공연을 하는 아쉬움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웃음을 안겨주었다.
▲관객이 없어 아쉬운 상황에서 동동구리모 장수로 분해 최선을 다한 지역 주민 윤태순님
 
각설이 공연도 지역 주민인 이순용(73)씨가 끼를 발휘해 한바탕 놀아주고 나면 동동구리모 장수로 분한 주민 윤태순(55)씨가 기생 봉춘이를 찾아다니는 해프닝을 마당극 형식으로 공연을 하며 흥을 돋운다. 미디어가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장터에서 펼쳐졌던 이런 퍼포먼스는 지역민들의 문화적 갈증을 해소하는 돌파구였을 것이다.
 
홍산면 주민인 윤태순씨의 동동구리모 장수의 공연은 우리나라의 마지막 동동구리모 장수였던 신현종옹으로부터 직접 사비를 들여서 사사받은 것이다.
 
지역 주민 이성재 님은 오로지 보부상 축제를 위해 수염을 기르고 다듬는 홍산의 연예인이자 마스코트이다. 예년 같았으면 사진을 함께 찍자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분이다.
▲오로지 보부상 축제를 위해 수염을 기르고 다듬는 홍산의 연예인이자 마스코트 이성재님
 
홍산 보부상공문제를 알리는 포스터와 현수막 등에 도포에 갓을 쓰고 곰방대를 물고 등장하는 양반의 모습은 결코 분장용 수염이 아닌 리얼 수염이다. 이성재(65)씨는 홍산 보부상공문제의 연예인이자 마스코트이다. 도포와 갓에 어울리는 수염을 기른 모습으로 축제의 현장을 누비고 다니면 사진을 찍어 달라는 사람들이 줄을 선다. 그는 오로지 보부상공문제를 위해서 수염을 정성껏 기르고 다듬으며 조선시대에서 타임 슬립해 나타난 양반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부여군 충화면 만지리 1920년 보부상 영위를 역임한 김상윤의 선영에서 고유제를 지내고 있다.
▲부여군 충화면 만지리 소재 김상윤의 선영에서 지낸 고유제
 
그런데 이런 모습은 작년의 모습이다. 올해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참여하는 지역민들의 사기가 빠져버렸고 행사는 축소되고 제례 위주로만 진행되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올해 홍산 보부상공문제 행사의 성과는 충화면 만지리 선영에 잠들어 있는, 1920년에 보부상 영위를 역임했던 김상윤의 묘에서 첫 고유제를 지낸 것이었다.
 
부여군 충화면 만지리에 사는 김상윤과 임천면 만사리에 사는 오영선이 임천 상무실업단의 수석이 되어 집안에서 잔치를 열었는데, 8백여 명이 운집했다는 기사가 1920년 4월5일 대한 매일신보에 나왔다. 이 기사를 근거로 부여군 충화면 만지리 선영에 있는 김상윤 보부상 영위의 묘소를 찾아서 고유제를 지낸 것이었다
 
1920넌4월5일 대한매일신보 기사
▲1920넌 4월 5일자 대한매일신보 기사
  
홍산 보부상보존회에서는 보부상에 관련된 옛 자료들을 찾아서 해마다 열리는 공문제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홍산 보부상들이 주로 다녔던 홍산 아홉사리길에 있는 가교비와 은혜 갚은 호랑이 전설을 스토리텔링 사업으로 발굴해 기념비를 제작하기도 했다.
 
은혜 갚은 호랑이 전설은 전래동화로 전해지는 전국적으로 비슷한 내용이지만 가교비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다리 없는 다리’를 기념한 비석으로 충남문화재 자료 제118호로 지정되어 있다. 가교비에 대해서는 따로 기사를 작성하겠다.
 
2020년보부상아홉사리길을걸어홍산장시에서다 2
 
홍산 보부상 보존회 이정구 회장이 '은혜갚은 호랑이 비' 스토리텔링에 대한 의의를 설명하고 있다
▲'은혜 갚은 호랑이비'에 대한 스토리텔링의 의의를 설명하는 홍산보부상보존회 이정구 회장
 
전염병의 유행 속에서 파행적으로 치러진 홍산보부상공문제였지만 서로 공연 준비를 하면서 지역민들이 돈독해지는 화합 한마당 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마스크를 쓰고 방역 지침을 지키며 조심스럽게 치른 홍산 보부상 공문제.
▲마스크를 쓰고 방역 지침을 지키며 조심스럽게 치른 홍산보부상공문제
 
썩은 생선도 잘 팔렸던 홍산장의 전성기에는 등짐과 봇짐에 삶의 무게까지 지고 다니며 장을 활성화시켰던 저산팔읍의 보부상들이 있었다. 오늘날 그들이 판가름했던 지역 경제의 몫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축제의 모습으로나마 재현하게 된 것은 홍산면 주민들의 노고 덕분이다.
 
경험이 없는 지역 주민이 직접 배우가 되고 연출자가 되는 시간을 감춰왔던 끼와 함께 갈아 넣었던 성과이다. 홍산보부상보존회 이정구 회장은 보부상공문제를 주민 참여와 주도형 축제로 이끌어 나갈 것이며 다양한 캐릭터 발굴과 이야깃거리를 찾아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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