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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한 올 한 올에 서린 파란만장한 유구읍 섬유 역사

'형제견직'의 한상성 대표를 만나고 오다

2019.06.12(수) 17:15:04 | 엥선생 깡언니 (이메일주소:jhp1969@naver.com
               	jhp1969@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천둥산 박달재를 울고 넘는 우리 님아
물항라 저고리가 궂은 비에 젖는구료
왕거미 집을 짓는 고개 마다 구비 마다
울었소 소리쳤소 이 가슴이 터지도록

반야월 작사, 김교성 작곡의 '울고 넘는 박달재'라는 노래 가사의 일부입니다. 2행의 '물항라'라는 단어를 살펴보면 '항라(亢羅)'는 '명주, 모시, 무명실 등으로 짠 여름 옷감을 말하며, 물을 들인 항라를 '물항라'라고 한답니다. 오늘은 이 물항라 직조로 유명한 공주 유구읍을 6월 7일(금) 다녀왔기에 소개를 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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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8일(토)~6월 9일(일), 공주시 유구읍 33개 리(里) 주민과 섬유업체, 전통시장 상인회 등 유구읍민이 준비한 '2019 유구 섬유축제'가 공주시 유구읍 전통시장광장 일원에서 열렸습니다. 유구는 1970년대까지 3000여 명의 여공이 여름에는 갑사(甲紗), 겨울에는 양단(洋緞)을 짜느라 밤낮없이 베짜는 소리가 들리던 섬유직물의 본고장입니다. 시대가 변하여 소비자들이 한복 대신 양복과 양장을 즐겨 입게 되면서 고급 한복지인 갑사와 양단은 생산이 줄게 되었습니다. 2019년 유구의 섬유산업 역시 예전만 못하여 새로운 변화를 서둘러 모색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2017년 시작하여 올해로 3회를 맞은 섬유축제도 그 일환으로 시작하게 된 것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갑사(甲紗): 품질이 좋은 비단으로 색과 무늬에 따라 수없이 많은 종류가 있으며 얇고 성겨서 여름 옷감으로 많이 씀
※양단(洋緞): 은실이나 색실로 수를 놓고 겹으로 두껍게 짠 고급 비단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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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시
▲공주시 유구읍 서모곡길 13에 위치한 '형제견직(041-841-4704)'과 '한상성' 대표

제3회 유구섬유축제가 열리기 전날인 6월 7일(금), 필자는 유구전통시장에서 약 8km 떨어진 곳에 있는 '형제견직'을 방문했습니다. 유구가 고향이고 유구에서 30년 이상 직물공장을 운영하는 한상성 대표님을 만나 50여 년 전 유구 이야기부터 현재와 미래 이야기까지 자세히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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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성 대표는 먼저 전기를 동력으로 쓰는 날음기(=※정경기)를 보여 주셨습니다. 한상성 대표가 기계 하단부의 발판을 구르자 50년 이상 사용하던 것을 사들였다는 이 날음기는 여전히 제 역할을 하고 있고, 고장이 나도 한상성 대표가 어떻게든 기계가 돌아가게 수리를 해가며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정경기(整經機): 피륙을 짜기 위하여 날실을 필요한 올의 수만큼 가지런히 펴서 도투마리에 감는 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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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공주 유구에서만 생산된다는 갑사 직물의 생산 현장을 둘러보았습니다. 씨실과 날실이 숨 고를 새도 없이 바쁘게 움직이고, 섬유패턴지가 오르락내리락 분주한 모습이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60년 된 견직기 두 대와 50년이 된 견직기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해방 후 갑을직기회사에서 만든 기계로 1988년 중고로 구매한 것들이라고 하는데, 다행히 수십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지독하게 가동을 했음에도 아무 탈없이 잘 돌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밤낮없이 돌아가야 했던 이 기계의 피대에 머리카락이 끼어 머리털이 다 빠진 직공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돌 만큼 애환이 서려 있는 기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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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 틈 없이 돌아가는 기계처럼 요즘 유구에서 직물의 생산, 유통, 판매 등에 관련된 일을 하는 분들의 한숨 소리 또한 그칠 줄을 모릅니다. 유구에 가 보면 2014년 유구문화예술마을만들기사업으로 제작된 벽화들이 보입니다. 그중에서 단연 눈에 띄는 위의 벽화가 그려진 공장은 어쩌면 문을 닫을지도 모른답니다. 공장이 폐업하면 이제는 생산조차 하지 않는 귀한 방직기는 헐값에 중국이나 베트남으로 팔리게 될 것입니다. 한상성 대표는 유구의 직물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이 기계들의 가치를 높이 사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유구지역에 박물관을 건립하여 이 기계와 유구 사람들의 치열했던 삶의 현장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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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동대문시장에서 활동한 한상성 대표의 형제견직은 아직은 판로가 막혀 있지 않아 직물 생산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유구의 대표 섬유인 자카드 원단 생산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혀 몇 년 전부터 새로운 상품 개발에 힘쓰고 계시다고 합니다. 대표적으로 자외선 자수패치를 들 수 있습니다. 자외선이 없는 곳에서는 나비 자수의 날개는 흰 바탕으로 보이지만, 자외선 지수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짙은 보라색, 황금색, 분홍색으로 광호변성을 연출하는 섬유를 제품화한 것이라고 합니다. 
※자카드: 자카드 원단을 생산하는 기계를 뜻하나 이 글에서는 두꺼운 바탕에 무늬(패턴)가 있는 천을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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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외선 자수패치는 어린이용 인형이나 머리띠, 머리핀 등에 부착한 상품으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부모님들이 자외선 지수가 높은 시간대나 장소에서 자녀들의 활동을 자제시키는 척도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인형 또는 머리띠가 갖는 원기능에 보조 기능을 더한 상품으로 인형들 중 왼쪽에서 두 번째 곰돌이는 한상성 대표가 저작권을 갖고 있는 제품이라고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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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성 대표는 유구전통시장에서 상점을 운영하고 있기도 합니다. 본인이 개발한 자외선 자수패치의 다양한 상품화를 꾀하면서 캐릭터 산업에 관심을 갖게 된 한상성 대표는 캐릭터 개발 및 상품화 역시 지속하여 지역관광상품과 연계하고자 합니다. 또한 가급적 많은 지역민과 운영에서부터 수익 배분까지를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과 포부를 밝히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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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를 맞이한 '2019 유구섬유축제'를 준비하며 유구 읍민들은 600여 종의 수국을 연구하고 지역에 맞는 품종을 찾아내어 유구천에 심어 더욱 알찬 축제를 꾸몄습니다. 그 누구보다 똑딱 딸그닥 똑딱 돌아가는 베틀 소리 들리는 유구에 희망의 꽃이 활짝 피기를 고대하는 형제견직의 한상성 대표의 진심은 한 수의 시에 그대로 녹아 있습니다.

유구 내천 길가 수국꽃...
나비 사랑 가득 품고
속닥속닥 수줍게 피어나는 꽃
나비야 내 품에 날아 안기렴
그리고 살포시 입 맞춰 주렴...   
 -수국꽃 나비사랑, 한상성 

방문 후기
섬유직조를 하며 한때는 남부럽지 않은 영화를 누렸지만, 이제는 쇠락의 아픔을  견디고 있는 형제견직 한상성 대표의 진솔한 이야기를 경청할 수 있었습니다. 갖은 세파를 겪은 한상성 대표의 마지막 희망의 귀착점이 '정의를 통한 나눔'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돌아오는 길에 이분의 신념과 실천에 응원의 외침을 보태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한상성 대표님, 당신이 걷는 바른 길로의 행보에 밝은 미래가 약속되어 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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