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아산 공세리성당을 찾은 오후 시간은 온종일 오락가락하던 비가 빗방울이 굵어지며 대지를 적시고 우산에 떨어지는 빗소리는 역동적인 울림으로 이어집니다. 사계절 언제 와도 아름다운 공세리성당 주변엔 5월 초쯤이면 곱디 고운 철쭉꽃으로 사진가들의 걸음이 바빠지는 곳이지요. 공세리성당은 1890년에 시작된 129의 역사를 자랑하며 순교자를 모시고 있는 순교성지입니다.



공세리성당은 순교 성지로 이 지역에서 신앙생활을 하시다 순교하신 32분의 순교자들을 모시고 있는데요, 특히 박해시대 때 내포 지방은 천주교 신앙의 요충지로서 수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이곳에서 잡혀 각지로 끌려가서 순교를 당하셨다고 합니다.



공세리성당은 350년이 넘는 국가보호수가 4그루나 있고 이에 못지 않은 곳곳의 거목들과 어우러진 성당은 계절 따라 독특한 아름다움을 더해 주고 있습니다. 요즈음은 신록이 싱그럽고 철쭉이 핀 아름드리 보호수 사이로 성모상을 담아 봤는데요, 한여름에는 배롱나무꽃을 배경으로 담아도 아름답습니다.





성모마리아와 성당 사이에 있는 보호수는 350년의 팽나무입니다. 그 세월만큼이나 굴곡진 나무와 뿌리를 보고 있노라면 삶의 인생 여정을 생각을 하게 하는데요, 공세리성당 역사의 산 증인이기도 하지요. 예쁜 꽃이불을 살짝 덮어 주었어요. 오래도록 이 자리를 지켜 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 봅니다.





충남 아산의 공세리성당은 영화와 드라마 촬영 장소로 각광을 박고 있는 곳이기도 하지요. 지금까지 70여 편의 영화와 드라마가 촬영되었는데, 대표작으로는 '태극기 휘날리며'·'수녀 아가다'·'사랑과 야망'·'에덴의 동쪽' 등이 있습니다.   





이곳은 1801~1873년 신유·병인박해 때 순교한 32위의 순교자들 묘지입니다. 공세리 성당의 역사는 1801년 박해를 피해 살던 집단촌이 그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곳 역시 무서운 박해는 피해 가지 못하고 32의 순교자가 현양탑에 묻히게 된 것입니다.

 
철쭉꽃은 아예 붉은 물감을 쏟아부어 놓은 듯합니다. 어쩌면 이리도 붉은지요. 많은 순교자들의 그리움으로 지쳐 이렇게 붉은 눈물을 흘리고 갔을까요. 


 


성당을 뒤로 하고 철쭉꽃이 둥글둥글 피어 있고 십자가의 길로 이어지는 길로 내려오면 동굴 속에 예수, 마리아, '요셉을 닮은 성가정을 이루게 하소서'라고 기도를 드리는 듯한 풍경이 마음을 편안하게 합니다.





공세리성당 십자가의 길은 위쪽 성당을 중앙으로 좌측으로부터 시작이 되어 이곳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예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는 길로 사형 선고로 시작하여 십자가를 지고 죽기까지의 과정을 14처에 담아 놓은 것입니다. 
 


한때 상처와 종기에 고약 만한 약이 없었던 시절이 있었지요. 그 고약이 맨 처음 만들어 보급된 곳이 바로 공세리성당이었습니다. 1985년에 이곳에 부임한 에밀드비즈 신부님이 프랑스에서 배우고 익힌 방법으로 원료를 구입해 고약을 만들어 무료로 나누어 주었는데요, 그 비법을 이명래(요한)에게 전수하여 '이명래 고약'이라는 이름으로 보급하게 된 것입니다.



공세리성당이 위치한 1만여 평의 부지는 충청도 일대에서 거두어들인 세곡을 저장하던 공세 창고가 있던 곳이라고 하는데요, 폐창이 될 때까지 근 300년 동안 운영되었던 공세 창고지였다고 합니다. 공세리성당은 현재 충청남도 지정 기념물 제144호이며, 2005년 한국관광공사가 한국을 대표하는 가장 아름다운 성당으로 선정한 곳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