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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내 손으로 만드는 접시에 마음이 새겨진다.

충남 홍성 참골도예 도자기 체험기

2019.01.21(월) 13:00:52 | 홍순영 (이메일주소:ssoonyoung@hanmail.net
               	ssoonyoung@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고운 흙을 빚어 내가 원하는 도자기를 만들어 보는 일은 어릴 적 소망 중에 하나였다. ‘사랑과 영혼’이라는 영화의 영향이 컸는지도 모르겠다. 영화의 여주인공이 물레 앞에 앉아 흙을 만지는 모습은 너무나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웠다. 손의 힘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흙의 모양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무언가 빠져드는 느낌이다. 하지만 소망은 소망일뿐, 막상 실행하는 일은 별개이다. 주변에 공방이 흔치도 않고 왠지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마을 이웃을 만났는데 공방에 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공방이요?” “어디 있어요?” “여기 가까이 있어.” “언제 가면 돼요?” “아무 때나 오면 돼” 나도 모르게 “내일 갈게요.”라고 말해버렸다. 머릿속에 어떤 고민을 할 세도 없이 즉흥적으로 결정되었다.

하룻밤이 지나 아침이 되니 왠지 모를 부담감이 있었다. “내가 뭘 한 거지?” 하지만 이미 난 그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충남 홍성에 그것도 가까운 읍에 ‘참골도예’라는 공방이 있었다. 집에서 자동차로는 5분 정도 걸리는 그곳을 10년을 살았지만 몰랐다. 어쨌든 두려움을 갖고 공방에 들어서니 이미 사람들이 있었다. 선생님을 소개하고 나를 소개하는 짧은 시간이 지나자 바로 작업 모드로 들어갔다. 각자 해오던 과정을 이어가는데 초짜 신입생인 나는 ‘컵 만들기’부터 시작했다. 오랜만에 만지는 흙의 질감이 차갑고도 어색했다. 선생님의 지도로 차근차근 해나가니 어느새 컵은 완성이 되었다. 투박하고 거친 느낌의 컵이 꼭 나를 닮았다. 
 
내손으로만드는접시에마음이새겨진다 1

내손으로만드는접시에마음이새겨진다 2

 
수강생들이 만든 냄비들
▲ 수강생들이 만든 냄비들

이유진 선생님께서 작품을 손보고 있다.
▲ 인유진 선생님께서 작품을 손보고 있다.

말리고 있는 쌀독
▲ 말리고 있는 쌀독

참골도예를 운영하는 인유진 씨는 마흔 살에 도자기 공부를 시작했다. 충남 홍성으로 내려온지는 30년쯤 되어간다. 현재는 공방도 운영하지만 블루베리농사도 짓고 있다. 그래서 겨울의 농한기에는 홍성의 블루베리 농장 회원들이 많다. 참고로 나는 시골에 살지만 농사는 짓지 않는 워킹맘이다. 공방분위기는 동아리방처럼 편안하게 대화하고 서로를 챙기며 작업을 한다. 물론 공방에 매일 오는 안행자 씨는 “집에 있으면 뭐해~, 여기 오면 내 손으로 그릇도 만들고 얼마나 좋아~”라고 말한다. 그리고 하루가 너무 빨리 지나간다며 행복해한다. 역시 블루베리 농장의 회원이며 나의 마을 이웃인 오경희 씨는 “여기서 먹는 밥이 너무 맛있어~”하며 점심 한 끼를 뚝딱뚝딱 준비해 모인 사람들이 함께 먹는다. 파래 김에 어묵 국, 잘 익은 김치, 그리고 갓 지은 하얀 밥이 그 어느 화려한 밥상 부럽지 않다.  

함께 먹는 밥상은 언제나 맛나다.
▲ 함께 먹는 밥상은 언제나 맛나다.

만든 그릇을 말리고 있는 중
▲ 만든 그릇을 말리고 있는 중

이유진 선생님께서 중간중간 성형을 해준다.
▲ 인유진 선생님께서 중간중간 성형을 해준다.

사실 그릇 하나를 만들기 위한 과정을 전혀 몰랐던 나로서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선생님께서 중간 중간 성형을 해주긴 하지만 흙을 빚고 붙이고 말리고 그림 새겨 넣고 또 말리는 과정들은 인내가 필요 했다. 그리고 가마에서 1차로 굽고 2차로 한 번 더 굽는다. 이 모든 과정을 거쳐야 내 손으로 만든 그릇이 탄생한다.

이곳에서 도자기들이 구워진다.
▲ 이곳에서 도자기들이 구워진다.

수강생이 만든 쌀독
▲ 수강생이 만든 쌀독

접시에 그림을 새겨넣는다.
▲ 접시에 그림을 새겨넣는다.

컵을 시작으로 둥근 접시와 냄비를 만들었다. 접시를 만들어 나도 사용하고 누군가에게 선물할 생각을 하니 가슴이 따뜻해진다. 오래 만나지 못한 지인들이나 선물해주고 싶은 누군가를 위해 손을 움직인다. 접시 하나하나에 그림을 새겨 넣을 때 선물 받을 이를 떠올렸다. 접시에는 그림과 함께 내 마음도 함께 새겨진다. 그래서 접시를 받는 친구에게는 그 마음도 느껴질 것이다.

나도 누군가에게 선물 받은 접시가 하나 있다. 그 친구를 20년 가까이 보지 못했지만 그 접시를 사용 할 때마다 그 친구의 얼굴과 이름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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