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백일홍의 계절, 백일동안 피고 지는 배롱나무꽃은 뜨거운 여름날씨 만큼이나 화려하다. 논산은 명재고택을 비롯해 사계종가 염수재, 돈암서원, 많은 서원등 고택에 배롱나무꽃이 있어 이맘때면 찾게 된다.
작년에 염수재를 조금 늦게 찾아 끝물을 보았기에 올해는 꼭 만개된 모습을 보아야지 하는 생각으로 이번이 3번째 방문이다. 두번은 주차장에서 염수재 꽃 상태만 보고 돌아섰는데 이번에도 꽃이 덜 피었다. 아직도 안핀 것일까? 그런데 알고 봤더니 논산에서 가장 배롱나무꽃이 피는 곳은 바로 이곳 염수재, 처음 찾아왔을 때도 이미 활짝 피고 난 뒤, 다시 피고 지는 상태였던 것이다.
고정리 고정산 자락에 있는 사계 종가는 사계 김장생을 비롯한 광산 김씨의 묘역과 고택이 함께 있다. 묘역 앞으로 넓은 주차장과 연밭이 함께 있으며 고택은 정문과 옆문을 이용하여 들어갈 수 있다. 사계종가는 '동행'이란 찻집을 운영한다.
▲사계종가 뒤 김장생묘소
고택으로 들어서면 정면에 염수재念修齋가 있으며 양쪽으로 동재, 서재, 사당이 있다. 배롱나무꽃은 연수재 뒷편, 사당 들어가서 대문을 사이에 두고 두그루가 서 있다. 신기하게도 마당에 맨드라미가 시멘트를 뚫고 잘 자라고 있다.
일단, 남의 집에 왔느니 주인에게 허락을 받아야 할 터~ 염수재 우측으로 외관을 수리한 살림집이 있다. 노크를 하고 염수재 배롱나무꽃을 보고 나서 차 한잔 마시겠다고 인사를 드렸다.
주인장께서 직접 나오셔서 염수제의 문을 열어주시면서 나올 때도 문고리를 닫는 법을 가르켜 주셨다. 너무 세게 닿으면 잘 열리지 않으니 살포시 걸쳐놓으라고, 오래된 문에 나의 흔적까지 더하게 되었다.
7월말에 만개하여 바닥을 쓸 정도였으며 지금부터 백일동안 계속 피고진다고 하셨다. 내년엔 7월 26일 전후에 꼭 찾아야 될 것 같다.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한적하게 꽃을 보고 느낄 수 있어 좋다. 그래도 가지 끝에는 여전히 꽃이 만개하여 곱게 미소를 짓고 있다.
목 백일홍으로 꽃말은 '부귀'이며 백일동안 피고 지는 여름 꽃이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부귀영화의 욕망은 똑 같은 것 같다.
실제 거주하시는 주택에서 차 한잔 마실 수 있다. 고택 내부를 볼 수 있어 좋다. 마루 끝을 다락형식으로 내달아 그 곳에 앉으니 꽤 운치있다. 시원한 식헤 한 잔에 더위가 가신다. 고택의 세월만큼 오래된 소품들은 자꾸만 시선이 간다. 조용히 친구와 고택의 문화에 젖어 소언, 소담을 나누는 시간 가질 수 있었다.
나올 때는 김재경(金在敬)의 정려가 걸려 있는 대문으로 나왔다. 고택 앞은 자그마한 연지가 있어 아직도 간간히 피어 있는 백련을 볼 수 있다. 번잡한 커피숍이 아닌 고택으로의 발걸음은 마음을 잔잔하게 하여 더위도 잊게 한다. 내년 이맘 때 꼭 만개한 배롱나무꽃 담고 싶다.
■ 염수재 논산시 연산면 고정길 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