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여름에 접어든 6월, 더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상청의 올여름 기후 예보에 따르면 폭염과 불볕 더위가 잦고 6월엔 고온건조한 땡볕 더위가 기승을 부리며 7월엔 평년 더위를 지나 8월에는 예년보다 무더운 폭염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더위를 피해 그늘 짙은 숲으로 떠나보면 어떨까요? 행선지는 충남 천안의 광덕산입니다. 700m에서 단 1m 모자란 높이의 산죠. 산세는 천안시 광덕면과 아산시 송악면에 그 자락을 펼치고 있답니다.



천안 ‘광덕산’. 이 산은 말 그대로 ‘넓은 덕이 있는 산’ 이라는 뜻으로, 광덕산에는 소담하고 아름다운 안양암과 광덕사 등이 있습니다.

광덕산 아래로 흐르는 광덕 계곡은 물이 맑고 투명하기로 유명합니다. 계곡 옆 소나무 향을 맡으며 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면, 일주일 동안 고되고 힘들었던 마음이 정돈되며 상쾌해질 것입니다.



광덕산 입구 일주문을 지나 조금 안으로 들어가면 안양암을 지나며 바로 극락교를 통해 계곡을 건너게 됩니다.



극락교 정면으로 2층 구조의 보화루가 보이고 보화루 앞에 고목인 듯한 커다란 한 그루 나무가 있으니 이 나무가 국내 호두나무의 최고령 목으로 알려진 광덕사 호두나무입니다.


▲ 천안광덕사 호두나무 국가지정문화제 천연기념물 제398호

호두나무는 땅에서 올라온 1m쯤서 V자 형태로 가지를 뻗어 있으며, 밑동의 굵기는 어른 서너 아름은 족히 되며 벌어진 가지의 굵기도 한 아름으로 끌어안기는 어림도 없습니다. 4∼500년으로 추정하는 나무의 두꺼운 껍질이 마치 군살 박힌 시골노인의 손을 닮아 있습니다.

나무 아래 안내판은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약 700년 전 고려 충렬왕 16년(1290년) 유청신이란 분이 원나라를 다녀오면서 호두나무 묘목과 열매를 가져와, 묘목은 광덕사 경내에 심고 열매는 자신의 고향집(광덕면 매당리) 앞 뜰에 심었다." 



여타 절들의 사천왕처럼, 신장처럼 광덕사 입구에서 그 오랜 동안 오가는 사람을 지켜보았을 것이고, 호두나무야말로 성불한 불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수 백년 합장한 듯 허리를 굽힌 모양이 그렇고 수천, 수만 번은 들었을 염불소리와 목탁소리가 촘촘한 나이테에 걸렸을 테니 이보다 더한 불성이 어디에 있을까요?



광덕사는 신라 선덕여왕(637년) 때 자장율사가 창건하고 흥덕왕(832년)때에 진산 화상이 중건한 천년고찰입니다. 


▲ 광덕사 대웅전

하지만 임진왜란 때 많은 부분이 불타 버렸으며, 이런 세월을 거치며 광덕사를 지킨 건 호두나무입니다. 


▲ 광덕사 3층석탑 유형문화재 제129호

전란 등으로 수차례 소실, 중창을 거듭하며, 1990년 대웅전·삼성각을 중수하고, 1992년 오층석탑, 1993년 종각을 지어져 오늘에 이르었으며, 조선시대 만들어 진 것으로 짐작되는 대웅전 계단 앞 돌사자의 예스럽고 소박한 멋에서 잔잔한 감동을 느낄 수 있습니다.


▲ 광덕사 석사자 문화재자료 제252호

수백 년 광덕사 앞에서 합장하고 있는 그 호두나무로부터 세월에서 얻은 깨달음을 작게나마 알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