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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배려의 힘

착해 빠져야 복도 돌아온다

2015.09.23(수) 14:21:40 | 홍경석 (이메일주소:casj007@naver.com
               	casj007@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한가위가 코앞에 다가왔다. 하지만 추석연휴를 맞아 희희낙락한 사람들에 반해 나와 같은 경비원(들)은 한가위가 솔직히 하나도 안 반가웠다. 그도 그럴 것이 남들은 다 쉬는 날에도 출근을 해야 하는 때문이(었)다.
 
더욱이 추석 당일 9월 27일은 주근(晝勤)이고, 이튿날은 또 야근(夜勤)과 맞물려 있었다. 그랬는데 ‘획기적 사건’과 반전이 일어난 건 바로 어제였다. 먼저 지난 9월 초에 내가 대근(代勤)을 해 주어 그 ‘빚’을 갚아야 하는 동료경비원이 추석날 근무를 대신하겠다고 나선 것이었다.
 
“정말 고마워요!” 덕분에 자칫 놓칠 뻔 했던 선친의 차례까지 지낼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바람 가득한 풍선처럼 하늘로 두둥실 떠올랐다. 낭보는 이어졌다. “추석날 이튿날이 숙모님 제사라면서요?” “네, 근데 그날은 또 야근이라서 다른 직원과 바꿔야 합니다.”
 
“그럴 것 없어요. 내가 대신 해 드릴게요.” “연휴인데 가족들이랑 쉬셔야죠?” “아닙니다. 홍 형이 평소 착해 빠진 데다 배려심이 너무 많아 내심 존경하는 중이었는데 이럴 때 내가 한 번 선심 쓰죠 뭐.” 나는 꾸벅 허리를 꺾었다. “너무 감사합니다!!”
 
직장 상사의 그러한 파격적 배려(配慮)로 말미암아 오는 추석 연휴엔 나도 사흘이나 쉬는 어떤 특혜를 누리게 되었다. 경비원으로 일하는 지 올해로 4년차다. 입사 초기부터 지금껏 불변한 나의 장점은 다른 경비원보다 최소한 한 시간 일찍 출근한다는 사실이다.
 
이어 가급적이면 내가 더 연장근무를 자청하고 짝꿍(주근과 달리 야근은 둘이서 일한다)을 더 많이 쉬도록 배려한다. 이러한 것들이 직장상사의 눈에도 들어 작년엔 회사에서 주는 우수사원 상도 받았다.
 
직장생활을 30년 이상 해오다보니 직장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다음의 세 가지 부류로 정리되었다. 먼저 회사에 꼭 필요한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은 무슨 일을 맡겨도 안심이다. 다음으론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사람이다.
 
무색무취인 이런 사람과는 어울리기도 쉽지 않다. 끝으론 없어(져)야 할 사람이다. 매사를 불평과 불만으로 도배하면서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한다.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동료 간에 이간질까지 동원한다.
 
평소 하는 말투 역시 욕지거리 일색이다. 이런 부적격의 사람들을 걸러내기 위한 장치가 바로 해마다 회사에서 실시하는 고용 재계약이다. 즉 우린 1년 단위의 계약직이다. 따라서 여기에서 탈락하면 곧바로 회사를 나가야 한다.
 
동료는 나를 포함하여 모두 여섯 명이다. 이중 넷은 이미 열거한대로 ‘꼭 필요한 사람’이다. 하나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직원이며 나머지 한 명은 ‘없어져야 할 사람’이다.
 
하여간 착해 빠진 배려의 ‘남발’ 덕분에 복도 돌아 왔다는 기분이다. 이상은 ‘배려의 힘’에 의해 뜻밖의 사흘 연휴 복이 터진 경비원이 쓰는 신나는 글이다.
 

아내를 업은 아들의 고운 모습 역시 배려의 힘입니다.

▲ 아내를 업은 아들의 고운 모습 역시 배려의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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