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전체의 문화를 통한 창조도시 전략
주민에게 이로운 관광상품화 전략 필요

백제역사유적지구가 대한민국에서 12번째로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지구인들이 함께 보존하고 이용·관리해야 하는 의무와 아울러 국제관광에서 통하는 품질마크를 취득해 관광객이 증가하는 효과를 얻게 됐다. 실제로 세계유산 지정 후 공주·부여를 방문하는 관광객 수가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3년여 동안 문화재청과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합심해 쾌거를 이뤘지만 백제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문화유산을 활용 및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많은 도전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이에 필자가 생각하는 우선적 과제를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세계유산이 소재한 지역 전체의 문화를 통한 창조도시 전략이 필요하다. 그것은 현재 거주민들의 삶을 전제로 하는 주민 참여 문화유산정책과 관광정책이 필요하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천 년 전의 삶은 중요하고, 현재를 살고 있는 주민의 삶은 배제한 문화유산정책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지역민의 삶의 정체성과 고유성을 상실한 보여주기식 관광 패러다임으로는 관광객으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뻔한 문화재’보다는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는 골목길’이 더 나은 관광 소재일 수 있다. 유네스코 창의도시(공예부문)로 지정된 일본 가나자와시(金澤市)와 이탈리아 볼로냐(Bologna)의 문화축제, 모두를 위한 문화예술 지원정책, 특정 건축물이나 문화재 중심의 개발이 아닌 도시공간 전체를 매력적인 역사공간으로 바꾸어가는 사례를 참조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지역주민에게 편익이 돌아가는 세계유산 관광상품화 전략이 요구된다. 관광상품화 전략은 현세대의 이용과 후세대를 위한 보전을 바탕으로 세계유산의 관람 및 향유, 해설과 교육, 관광객 이용편의 및 매력을 높이도록 관광 관련자원-해설, 숙박, 기념품, 음식, 시설, 인프라 등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을 말한다. 효과적 마케팅을 위해 우선 흩어져있는 백제 관련 홈페이지 등을 통합 정비해야 한다. 잘 디자인된 표지판과 안내판과 같은 아날로그 콘텐츠와 360도 파노라마 사진,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과 같은 디지털 콘텐츠의 조화로운 개발도 중요하다.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포르투갈 성채(城砦)도시 마르바오(Marvao)는 구글어스(Google Earth)에 3D 모델링을 올려서 많은 사람들이 성채를 미리 구경하고 오도록 함으로써 관광객이 엄청나게 늘었다. 백제유산의 특징처럼 한적하고 사색하고 상상할 수 있는 트레킹(도보여행)과 왕궁 터 음악회와 같은 문화적 동기 부여 프로그램, 글로벌 백제의 문화교류형 축제 개발, 백제문화의 원형(原形)을 활용한 공예와 관광상품 디자인산업 육성, 특색 있고 주제가 있는 게스트하우스 네트워크 구축, 가족 및 개인 탐방객을 위한 내부순환 연계 교통체계 구축도 긴요할 것이다.

공주와 부여는 고대도시의 수도였던 만큼 한국의 문화수도가 되겠다는 꿈을 꿔야 한다. 그런 꿈과 비전은 지역민들이 문화적 감수성과 자긍심을 갖도록 주민 역량을 키우고 소통하고 참여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질 것이다. 결국 찬란한 고대문화를 꽃피운 백제의 정체성을 주민의 삶과 조화롭게 녹여내는 현세대의 창조성이 시험대에 올랐다 할 것이다. 
 
 

전 성 환
충남문화산업진흥원장
 
부산대 사회학과 졸. 한국YMCA전국연맹 정책기획실장, 대통령직속 국가지속가능위원, 충남사회경제네트워크 이사장, 충남문화재단 이사 역임. 現 전국문화산업지원기관협의회 이사, (재)충남문화산업진흥원 제5~6대 원장(201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