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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호오이~~ 휴~~~”…만리포에서 만난 해녀들

제주도에서 건너와 결혼 60~70년 한 평생 무자맥질

2015.06.25(목) 10:37:46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deun127@korea.kr
               	deun127@korea.kr)

서해안과 남해안 일대 해안가에서 나잠어업(裸潛漁業)을 하는 대부분의 해녀들은 거의 제주도 사람이다. 어려서부터 수심 깊은 곳에서 잠영과 숨쉬는 법, 수산물 채취하는 방법을 배워 해녀생활을 시작한다. 태안군 소원면 모항3리(만리포해수욕장)에서도 4명의 해녀들이 물질을 마친 뒤 뭍으로 오르고 있다.

▲ 서해안과 남해안 일대 해안가에서 나잠어업(裸潛漁業)을 하는 대부분의 해녀들은 거의 제주도 사람이다. 어려서부터 수심 깊은 곳에서 잠영과 숨쉬는 법, 수산물 채취하는 방법을 배워 해녀생활을 시작한다. 태안군 소원면 모항3리(만리포해수욕장)에서도 4명의 해녀들이 물질을 마친 뒤 뭍으로 오르고 있다.
 


새벽 4시~9시까지 잠수
자식들 키우고 장가보내

 
“에헤 ~ 하아~~ 휴~~”
물 밖으로 거친 숨을 내쉰다.

“호오이~~ 흠~~”
옆에 있던 할망이 수면위로 떠올라 막혔던 호흡을 터뜨리고 가다듬느라 여념이 없다.

지난 24일 새벽 6시.
태안군 소원면 모항리 만리포해수욕장 옆 바닷가.
새벽부터 공 모양의 하얀색 부표 같은 게 4개 떠 있다.
이것이 바로 ‘테왁’이다.

해녀들은 물질할 때 부력을 이용해 가슴에 안고 헤엄치는 도구이다.
일하다가 지치면 수면위에 떠올라 테왁에 몸을 의지해 숨을 고르는 바다위의 작은 휴식처다.
테왁이 4개 떠 있으니 모두 4명의 만리포 해녀들이 무자맥질중이라는 이야기다.

“머 좀 많이 잡았어요.”
“그럼 많이 잡았지. 말시키지 마 힘들어.”
잠깐 한숨을 돌린 할망 해녀가 또 다시 물속으로 들어간다.

해녀에게는 ‘테왁’말고도 채취물을 담는 자루 모양의 ‘망사리’와 전복 등을 캐는데 사용하는 길쭉한 쇠붙이인 ‘빗창’이 3대 필수장비다.

열길 물속을 깊이깊이 유영해 들어가 숨을 참아가며 바윗돌을 뒤집고, 빗창을 찔러 전복 등을 딴다.
대표적인 나잠어업(裸潛漁業)이다.

이곳 만리포에는 4명의 해녀들이 있다.
대장할머니인 고옥화(80)씨. 막내인 강희선(66), 그 중간에 일흔 살대 두 명이 더 있다.
고 씨는 어린 열살부터 시작해 벌써 70년 가까이 자맥질을 해왔다.

“오늘은 전복을 몇 개 못 따고, 해삼만 많이 잡았네.”
간조 때인 새벽 4시에 나와 9시까지 벌써 5시간동안 일했다.

6월 육지는 30℃를 넘는 초여름을 날씨를 보이지만 물속은 아직도 차갑다.
뭍에 오르자 해녀들 망사리에는 해삼이 그득하다. 운송용 프라스틱통에 담자 통이 넘친다.

“엄니들 엄청 잡으셨네요.”
“머가 많아 겨우 한통씩을 넘겼는데.” 막내 해녀 강 씨의 망사리에는 다른 해녀들 것 보다 양이 더 많다.
“쟤는 젊잖아. 그러니 많이 잡는 것이 당연하지.” 대장 할망의 대꾸다. 

만리포 해녀들은 하루 4~5시간 물질을 하면 적을 때는 10만원, 많을 때는 20만원까지 번다.
그 돈으로 자식들을 장가, 시집보내고, 장사 밑천까지 대줬다. 자식들도 많다.

대장할망은 아들만 넷을 뒀다. 다른 할머니도 6남매(4남2녀)를 낳았다.
그러곤 “자식 많이 낳으니 내가 애국자”라며 한바탕 웃어젖힌다.

“애들을 많이 나아야 군인도 보내고, 나라도 지키고 그러지 요즘 젊은 애들처럼 1~2명 낳으면 어떡해.”
자식 이야기가 나오자 보고 싶으면서도 걱정이 앞선다.
우리 어머니들이 그랬듯이 자식생각하면 항상 애기 같다.

“자식들이 서른 살 넘었으니, 물질하지 말고 자식들한테 매달 생활비 꼬박꼬박 쓰시지 왜 힘들게 해녀 일을 계속 해요”

필자의 물음에 “지들 먹기 살기도 바쁠 텐데 머할라구 그래. 그리구 우린 체력이 좋아 앞으로 10년 이상은 끄떡없어.”

그러면서 집에 있는 식구들 먹을 해삼을 따로 빼서 다듬는다. 큼직한 전복도 10개나 손질해 가족용으로 빼놓는다.

“성님 난리날 뻔 했수다.”
“그래 다들 속아수다(수고했어)” 해녀들끼리 주고받는 말투가 이상타.

‘이건 제주도 말투 아닌가?’
만리포 해녀 4명 모두 사실은 제주도 사람이란다.

처녀 때부터 제주도에서 무자맥질을 배우고 활동하다. 태안으로 넘어와 결혼해서 정착한 케이스다.
이곳 해녀들은 모두 대장 할멍이 데려와 결혼시켰다.

“세상에 쎄고 쎈 것이 남자들인데 아무 거나 주서서 델구 살면 되지. 뭐 어려울 것 있나” 왕 할망의 너스레가 재밌다.
남해안과 서해안에서 현역으로 활동 중인 대부분의 해녀들도 거의 90% 이상이 제주도 사람이란다.

간혹 육지 사람도 있지만 일이 고되고, 어렸을 때부터 잠수기술을 배워야 돼서 아주 드물다.
옆 마을인 모항에는 50여명의 해녀들이 활동 중이다.

안흥항이나 안면도에도 많은 해녀들이 있다고 한다. 물론 거의 다 제주도 사람이다.
해녀일은 봄부터 가을까지 이곳에서 물질을 한다.

하지만 북서풍이 부는 추운 겨울에는 쉬거나 제주도로 건너가 물질을 한다.

“이거 한번 먹어봐”
방금 잡은 큼직한 자연산 전복을 손질해 건넨다.
정말 싱싱하고 상큼한 맛이 입안에 가득하다.

“우와 맛이 끝내줘요”
“그럼 우리 이곳 해산물이 얼마나 맛있는데”
“이제 가유”
오늘 일과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을 시간이란다.

“앞으로 10년은 거뜬해”
대장 할멍의 목소리에 실려 햇볕이 바다에 반사된다.
/김태신 ktx@korea.kr
 

만리포 해녀들 중 대장인 고옥화씨가 자맥질을 마친 후 잡아온 해삼을 손질하고 있다.

▲ 만리포 해녀들 중 대장인 고옥화씨가 자맥질을 마친 후 잡아온 해삼을 손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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