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3일 충남도청 문예회관 대강당에서 도민인권선언 선포식을 기념하며 도민들이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있다. 사진/맹철영 frend2@korea.kr
인권 침해발생 원인으로 경제·학벌 순 가장 취약
#1.“술자리를 이용해 남자 직장 상사가 함께 춤을 요구할 때면 난 감하지요. 그럴 때면 모멸감에 고 개를 들 수 없습니다.”
#2.“최근에 요양보호사를 똥이 나 치우는 년이라는 신문 보도가 나갔는데, 내 처지 같아서 우울했 지요. 나이 먹고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게 죕니다.”
#3.“직장에서 그 새끼(상사) 얼 굴을 볼 때마다 피가 거꾸로 솟지 요. 처자식 때문에 꾹 참습니다. 먹고살아야죠.”
지난 13일 충남도가 개최한‘도민 인권선포식’에서 만난 사람들의 하소연이 이어졌다. <관련기사 2, 3, 4, 8면>
살면서 인격적인 모멸감을 당한 적이 언제냐고 묻는 말에 다소 흥 분하는 사람도 있었다. 겉보기에 는 멀쩡한 사람들 같았으나 마음 속 한 구석에 모멸의 흉터가 남아 있었다. 오만의 사회구조와 타인 으로부터 온 상처다. 그들의 상처 뒤에는 분노의 감정이 느껴졌다. 이 상처를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 까.
충남도는 지난 5월 22일부터 6월 18일까지 도민 1328명을 대상으로 인권의식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도민의 인권의식과 침해 요인, 인권취약계층 상황 등을 파악해 도민인권선언문 및 정책에 반영하 기 위해서다.
실태조사에 따르면‘충남도내 인권존중이 잘되고 있냐’는 질문 에 응답자의 33.21%가 그렇다고 답했다. 하지만‘약자에 대한 인권 존중 여부’를 질문에 대해는 응답 자의 21.69%만 긍정적 답변을 내 놨다.
충남의 인권 개선 여부와 관련 ‘주관적으로 3년 전에 비해 충남 도의 인권이 나아졌느냐’는 질문 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48.57%가 그렇다고 긍정의견을 표명했다.
반면 헌법에 명시된 인권에 대 한 권리를 인지하고 있는 도민은 39.39%에 머물렀다. 이는 전국 평 균인 72.21%에 비교하면 크게 낮 은 수치다.
충남도가 역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인권 과제로는‘인권약자 권리 보호’가 27.56%로 가장 높았다. 이어‘건강하고 안정적 삶의 보 장’이 24.85%, ‘쾌적하고 안전한 삶’도 18.98%로 비교적 높은 수치 를 보였다.
도내에서 인권침해의 주요 요인 으로는 경제력과 학력 등이 거론 됐다.
구체적으로 인권 침해가 발생하 는 원인을 묻는 질문에 경제적 지 위가 33.33%로 가장 높았고 학벌 (12.29%)과 성별(7.69%), 나이 (7.54%)가 뒤를 이었다.
인권침해가 벌어져도 제대로 대 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인권침해를 당할 경우 취했던 행동을 살펴보면 응답자의 53.4% 가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고 말했다.
인권침해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분야는 역시 경제적 약자 계층이 었다.
응답을 보면 인권침해에 가장 많이 노출된 계층으로는 외국인 노동자가 51.73%로 가장 높았고 비정규직 노동자 48.49%, 전과자 47.75%, 이주여성 42.25% 등이 거 론됐다.
또 장 애 인 (40.66%)과 노 인 (37.54%) 등도 인권 소수자로 조 사됐다.
반면 인권 존중이 가장 잘 지켜 지는 계층에는 아동(41.34%)과 청 소년(39.01%), 여성(32.98%)이 손 꼽혔다.
한편, 충남도는 도민과 함께 이 번 설문조사를 기초로‘도민 인권 선언문’을 제정, 지난 13일 도청 문예회관에서 600여명의 도민이 참석한 가운데 선포식을 가졌다.
인권선언문에는‘인권이 꽃피어 나는, 전 인류를 향한 지역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의무와 연대를 실 천하고자 하는 충남도민의 고귀한 약속’을 담고 있다.
우주형 충남도민인권증진위원 장은“인권 취약계층인 청소년, 노 인, 장애인, 다문화가족, 외국인 이주노동자 등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사람들에게 인권의 온 기가 느껴지도록 하는데 힘을 모 으겠다”며“인권은 우리의 문제 다.
도민들의 인권문제에 관심을 갖고 시작한다면 충남은 살기 좋 은 곳, 인간다운 사회가 될 것”이 라고 말했다.
/박재현 gaemi2@korea.k